[팜뉴스=김민건 기자] 폐암 치료제가 진화하는 목표는 단 하나다. 완치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초기 단계부터 재발 없는 상황을 만들어 전이성 폐암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전이성 폐암에서 눈부신 치료제 발전이 있었던 것에 비해 초기 폐암 단계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제를 쓰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싸우고 있다.
모든 폐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당장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한 신약 사용이 우선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최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할 치료제가 있다면, 적절한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 초기 폐암이라면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이를 토대로 어떤 치료제를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있다.
폐암 생존율 향상을 위한 재발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는 현 시점에서 한 면역항암제를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초기 폐암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는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이다.
올해 면역항암제 중 최초로 수술 후 보조요법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티쎈트릭의 도전이 '폐암 완치를 향한 시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폐암 재발·사망률 국가적 부담 높여, 상대적으로 생존율 높은 초기 폐암
비소세포폐암은 폐암 환자의 약 85%를 차지한다. 비소세포폐암 전체 환자 중 1~2기(20%)와 3기(30%)를 합쳐 절반 정도가 초기 치료 단계에 진단되며 주된 치료법은 수술이다.
문제는 암이 퍼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위까지 폭넓게 제거하는 근치적 절제에도 10명 중 3~5명(30~55%)이 재발을 겪는다. 수술 후 5년 이내 질병이 진행해 사망하는 환자는 1기에서 20%에 달하며 2기(50%)와 3A기(60%)로 갈수록 사망률이 올라간다.
이러한 높은 재발과 사망률은 환자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지난해 20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암으로 인해 소요되는 경제적 비용만 25조2000억달러로 추산했다.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5대 암에 폐암이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서 생존율은 높다. 의료 현장에서 초기 폐암 치료에서 첫 번째 신약 급여 도전에 나선 티쎈트릭의 '수술 후 보조요법' 임상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년 생존율 89.1%로 장기 혜택 입증, 치료 전환점 제시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을 보조항암요법으로 사용하면 수술 후 남아 있을 수 있는 잔존 병변을 제거해 재발 위험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이 사실을 임상에서 확인한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과 같다.
지난해 7월 티쎈트릭의 전체생존율 추가 데이터가 공개됐다. 3상인 IMpower010 연구 4년(중앙값 45.3개월) 추적 관찰 결과에서 PD-L1 발현율 50% 이상인 2~3A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티쎈트릭을 보조요법으로 사용 시 3년 시점 전체생존율(OS)이 89.1%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최적지지요법군(BSC)은 77.8%를 기록해 11.3%p의 차이가 났다.
최적지지요법군은 질병 진행을 막는 치료가 아니다. 통증, 호흡 곤란, 구토 같은 증상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임상에서 신약 투여군과 최적지지요법군을 나눌 경우 새로운 치료제의 효능, 효과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폐암 환자에게 오랜 기간 최적지지요법을 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IMpower010에서도 1년간 위약을 제공하는 것은 도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중맹검이 아닌 공개라벨 연구로 진행한 이유였다. 최적지지요법군을 오픈 라벨로 주기적으로 관찰했다.
초기 단계 표준치료로 여겨지는 완전 절제술이나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면역항암 보조요법을 할 경우 더욱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할 수 있음을 보였다.
특히 이 데이터가 3년 시점 생존율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추적관찰 중앙값 4년에 생존율 3년 데이터는 장기 생존 혜택을 입증하는 중요한 지표다. 오랜 기간 높은 생존율을 기록한 것은 지금껏 사용한 어떤 치료제보다 효과적인 방법임을 반증한다.
또한 계층화된 전체생존율 위험비(HR)는 0.43이었다. 최적지지요법 대비 재발 또는 사망(DFS) 위험은 57% 감소했다.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절반 가량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외 의료진에게 IMpower010 연구의 추가 생존 데이터는 초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임상 현장에 있는 의료진이 치료제를 선택할 때는 임상 경험과 데이터를 주요한 근거로 여긴다. 초기 폐암에 면역항암 보조요법을 사용해야 할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장기 생존 혜택은 재발과 사망률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국가적인 재정 부담을 줄이는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에서 티쎈트릭 보조요법은 완치에 다가서기 위한 전환점이다.
▷미국 직접적 치료비 7억달러 감소, 해외 선진국 보험 급여 사용
국내 폐암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경제적 부담이다. 티쎈트릭 수술 후 보조요법은 재발과 사망 위험 감소라는 혜택 외에 사회경제적 부담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에서 티쎈트릭 수술 후 보조요법 도입 후 IMpower010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적 재발과 이로 인한 치료 비용을 분석했다. 결과, 5년 이내 재발을 경험한 환자에게 티쎈트릭을 썼을 때 5년 동안 1030건의 재발과 369건의 사망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적 치료 비용 7억8500만 달러(3월 환율 기준 한화 1조519억원)를 감소시킬 수 있는 수치다.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 해외 주요 선진국은 티쎈트릭 수술 후 보조요법의 임상적 혜택과 비용효과성 등을 근거로 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는 지난 2022년 11월 면역항암제 최초로 티쎈트릭이 초기 비소세포폐암 수술 후 보조요법 허가 적응증을 받았지만 급여 등재는 되지 않았다.
한국폐암환우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부동의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은 수술을 해도 약 2명 중 1명 재발에 이르며 뇌, 뼈, 간, 다른 쪽 폐 등 다른 부위로 전이될 위험이 높다"며 "한 번 재발하거나 전이되면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환자 부담이 너무 커 약이 있는 걸 알면서도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재발을 경험한 환자들은 힘들게 수술까지 받았는데 암이 재발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큰 절망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다시 암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과 이로 인한 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높은 항암 치료 비용은 암만큼이나 가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재난이다"며 "환자들이 돈이 없어 약을 써보지도 못하고 고통받지 않게, 재발 걱정과 두려움 없이 남은 일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완치 가능성이 남아있는 초기에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모두 함께 힘써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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