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코벤피가 금년(2024년) 9월에 조현병에 대하여 FDA의 승인을 받았다. 조현병에 사용되는 약물이 이미 수십 종에 달하지만, 코벤피는 조현병에 대하여 ‘획기적’인 약물로 평가를 받는다.

코벤피가 기존의 약물들과 전혀 다른 기전으로 약효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용되어 온 모든 약물들이 중추신경계의 도파민 수용체를 타겟으로 하여 작용하지만, 코벤피는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통해서 효과를 나타낸다.

조현병은 현악기의 줄이 조율이 되지 않아서 불협화음을 내듯이 신경회로가 조율이 되지 않아 행동, 정서, 인지적 부조화를 나타내는 만성 질환이다. 조현병은 유병률이 비교적 높고 치료를 해도 재발률이 높다.

약물 치료는 병을 완치하기 보다는 증상을 완화하고 증상 재발을 막도록 관리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증상이 완화되어도 환자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약물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도록 권고된다.

실제로는 부작용 때문에 약물의 사용을 중단하는 환자도 많고 처음부터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도 많다. 코벤피가 기존의 약물들에 비하여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미충족 수요가 높은 조현병의 약물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높다.

코벤피는 자노멜린과 트로스피움 두 약물의 복합제이다. 자노멜린은 아세틸콜린 수용체 활성화하고 트로스피움은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억제한다. 아세틸콜린은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 모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자노멜린은 중추 신경에서 조현병과 관련된 신경회로의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작용하여 신경 증상을 완화한다. 트로스피움은 말초신경계에만 작용한다. 트로스피움이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억제함으로써, 자노멜린이 말초신경계에 작용하여 나타내는 부작용을 상쇄한다.

자노멜린은 일라이릴리가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해 1990년대에 개발하던 물질이다. 당시 콜린 신경의 손상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 관련된다는 콜린 가설이 알츠하이머병 약물 개발을 주도했다.

이 시기에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콜린 신경의 활성을 돕는 몇 가지 약물이 나왔는데, 그 중 대표적인 약물이 도네페질이다. 도네페질은 1996년 승인을 받은 이래 아직까지도 알츠하이머병에 대하여 독보적으로 사용된다.

역시 콜린 가설에 근거해서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활성화하여 콜린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능력에 도움을 준다는 가정을 세우고 자노멜린의 임상시험이 수행되었다.

자노멜린의 임상시험에서 약물을 투여 받은 환자에게서 인지 능력 개선 효과가 미미한 반면, 신경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되었다. 자노멜린은 위장관 및 방광 등 신체 전반에 불편을 야기하여 환자에게 투여하기에 쉽지 않은 약물이다.

일라이릴리는 임상시험의 결과를 학회에 보고하고 약물 개발을 중단했다. 거의 20년이 지나서 카루나 테라퓨틱스가 자노멜린의 라이센스를 취득하여 조현병 약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카루나는 자노멜린을 투여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 말초신경의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물을 함께 투여하는 전략을 세우고 약물을 스크리닝했다. 이 과정을 거쳐 선택된 약물이 트로스피움이다.

트로스피움은 1970년대부터 과민성 방광 증후군에 대하여 사용되어 왔으며, 중추신경계에 침투하지 못하고 말초신경계에만 작용한다. 그래서 트로스피움은 중추신경계에서는 자노멜린의 작용을 방해하지 않으며, 말초의 부교감신경계에서 자노멜린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억제한다. 자노멜린과 트로스로피움 복합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거쳐 코벤피라는 이름으로 승인이 되었다.

지금까지 나온 조현병 약물들은 부작용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여하기 어렵다. 1세대 (정형) 약물은 졸리움과 불수의적 운동 증상을 유발하고, 2세대 (비정형) 약물은 체중 증가와 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 발병을 높인다. 코벤피의 부작용은 기존의 약물들에 비하여 완만하여 지속적으로 투여하기에 덜 부담스럽다.

사진. BMS 조현병 치료제 '코벤피'
사진. BMS 조현병 치료제 '코벤피'

조현병은 환자마다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한다. 기존의 약물들이 주로 조현병의 행동 증상을 완화하지만, 정서적인 증상이나 인지 증상에 별로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코벤피의 경우 작용하는 증상의 범위가 넓어서 임상시험에서 정서적 증상도 완화했다.

조현병 환자의 삼분의 일 정도는 기존의 약물에 대하여 반응하지 않는다. 조현병의 발병 과정이 다양하고 복합적이어서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이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이지 못하다.

현재 저항성 조현병 치료에 대하여 사용하는 약물은 클로자핀이다. 클로자핀은 도파민 수용체를 포함해서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에 대하여 작용한다. 1970년대에 처음 나왔으나 1990년대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클로자핀은 체중 증가와 대사성 질횐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있으며, 드물게 무과립구증을 일으킨다. 클로자핀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도 있다.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하는 기존의 약물과 전혀 다른 경로로 작용하는 코벤피의 등장은 보다 폭넒은 환자에게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벤피의 승인은 70년에 이르는 조현병 약물 치료의 역사에서 3대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로 꼽을 만하다.

첫 번째 사건은 1950년대 조현병의 약물 치료의 시작이라고 할 클로르프로마진의 등장이고, 두 번째 사건은 1990년대 클로자핀과 2세대 약물의 등장이며, 세 번째 사건이 코벤피의 승인으로 도파민 수용체가 아닌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의 등장이다.

이렇게 기대를 받는 코벤피가 임상적으로 환자들에게 사용될 때에 얼마나 실제적인 효과를 나타내며 장기적인 부작용을 니타낼지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코벤피 외에도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작용하는 후보물질 몇 가지가 조현병에 대하여 임상시험 중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