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사진.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많은 가입자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정작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약관상 불분명한 사유를 들어 지급을 거절하기도 하고, 환자가 실제 건강상의 이유로 침습적인 수술이나 시술을 받고 경과관찰을 위해 입원치료를 받았음에도 해당 진료가 부적절하다거나, 심지어 실제 치료나 입원을 하였는지 여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기도 한다.

이미 지급이 완료된 사안이라도 지나치게 보험금 지출이 많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여 환자와 의사를 ‘사기’ 혐의로 조사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처럼 실손보험 지급 관련 분쟁이 민사 분야 뿐 아니라 형사 분야로 폭넓게 번지게 된 원인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제정과도 관련이 있다.

형법상 사기죄의 조항으로도 충분히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함에도 2016년에 제정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8조는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자’에게 동일 선상에서 ‘보험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특별법 제정 전 형법으로만 처벌할 때에는 직접 보험금을 취득한 사람은 정범,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사람은 정범의 행위에 얼마나 가담했는지에 따라 공동정범 혹은 교사범이 성립할 뿐이었기에 정범에게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공범도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 특별법은 공범을 독립적으로 처벌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의료행위에 따라 실제 보험금을 취득한 환자는 기소도 하지 않으면서 진료를 한 의사만을 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죄로 기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보험회사가 주장하는 피해액이 클 경우 수사기관은 의료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손쉽게 발부하는 편이다.

이렇게 확보한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토대로 수사가 진행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환자들이 약국에 방문하여 약을 조제한 시간까지도 확보한다. 문제된 환자들을 모두 소환하여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수사기관이 환자 진료기록, 결제기록, 약 조제기록 등 분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보험회사 뿐 아니라 보험 관련 협회에서도 이런 기록들의 분석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수사에 필요한 자료가 물심양면 제공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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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환자가 받았다고 하는 진료가 실제 적절하게 행하여졌는지는 물론, 침습적 치료 후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의료기관에서 받은 경과관찰 내용, 낮병동 입원의 경우 일반적으로 환자가 퇴원한 이후 처방전을 받아 인근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에 착안하여 환자가 진료를 개시한 시각부터 약 조제 시각 사이가 6시간 이내인지 등등을 분석하여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반드시 약 조제 시각이 진료 종료시각 혹은 퇴원시각이라고 볼 수 없고, 약 조제 이후에도 환자가 계속 진료를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있음에도 수사기관 측에 유리한 증거만을 토대로 기소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이 때는 도리어 피고인 측에서 환자가 계속 진료를 받았다는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며 대응해야 하기도 한다.

보험제도는 사회적인 위험을 나누어 부담하고자 도입된 것으로서 보험자 중 일부가 도덕적으로 해이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경우 다른 비용 부담자들에게 곧바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제도를 이용하여 사기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의사는 가장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제3자가 진료의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는데도 현재 실손보험과 관련된 형사사건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문제제기를 하는 측은 수사기관과 긴밀히 협조하며 유리한 자료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반면, 수사를 받는 측은 수사의 진행 상황과 방향도 모른 채 방어를 해야 하는 다소 기울어진 상황이 펼쳐질 때도 있다.

수사과정의 공정과 신뢰를 담보하기 위하여 수사 대상자에게도 수사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고발자 혹은 수사의뢰자 측의 주장이 무엇인지 정보제공이 이루어지는 등, 충분한 방어와 진술기회가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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