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HER2는 양성 또는 음성으로 정의하지만 일부 환자는 면역조직화학검사(ICH) 점수에서 1+ 또는 2+ 발현 수치를 보여도 HER2 음성으로 분류된다. HER2 저발현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간주하면 일부 아형을 HER2 '음성'에서 '저발현'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

이지은 가톨릭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김민건 기자
이지은 가톨릭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김민건 기자

 

이지은 가톨릭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25일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세계유방암학술대회 및 한국유방암학술대회(GBCC 2024)에서 바이스탠드 이펙트(Bystander effect)가 있는 엔허투(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를 사용하면 HER2 저발현 환자에서 항종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HER2 저발현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45~55%를 차지하며, 분류에 따라 호르몬 수용체 양성 또는 삼중음성(TNBC) 환자 중 일부를 HER2 저발현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며 "뇌종양 세포를 표적하는 엔허투의 바이스탠드 이펙트를 고려하면 HER2 저발현 환자군에서 항종양 활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스탠드 이펙트란 항체 표적이 되는 바이오마커가 없어도 항암제가 주변 암세포까지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바이스탠드 이펙트가 있는 엔허투는 HER2 양성에서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 엠탄신, T-DM1)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이 4배 이상 길다. 많은 유방암 환자가 포함된 HER2 음성군을 HER2 저발현으로 재분류해 엔허투로 치료할 경우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바로 엔허투 매직이다.

엔허투 등장 이전까지 HER2 저발현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엔허투 임상 연구인 'DESTINY-Breast04' 설계에 기존에는 HER2 음성으로 분류하던 'IHC 1+ 또는 IHC 2+/ISH-' 환자군을 별도로 분류하면서 새로운 치료 옵션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 유방암 환자들은 HER2 검사를 통해 양성과 음성으로 분류하며 미약하게 HER2가 있는 환자도 음성으로 포함해 치료한다. 이 교수는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중 약 60%는 낮은 수준의 HER2 발현을 보이지만, 대부분 호르몬 수용체 양성을 동반함에도 뚜렷한 생물학적 특징이 없는 이질적인 집단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HER2 저발현은 기존 허셉틴(트라스투주맙) 같은 HER2 표적치료에 효과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호르몬 수용체 양성(HR+)인 경우 내분비요법(ET) 또는 PARP억제제(gBRCA+)를, 호르몬 수용체 음성(HR-)은 면역관문억제제(PD-L1), PARP억제제(gBRCA+),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 정도를 치료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치료에도 효과가 부족하면 결국 항암화학요법으로 돌아가는 것이 HER2 음성 치료 환경이다.

이 교수는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HR+/HER2-)인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CDK4/6억제제 사용 이후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거의 없어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리얼월드 연구 결과를 보면 CDK4/6 억제제 사용 이후 질병이 진행된 경우 무진행생존기간은 4개월 미만으로 나타났다"며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으로 항암화학요법을 여러 차례 받은 경우에도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4개월 미만이며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도 15개월 미만일 정도로 효과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DESTINY-Breast04에서 이러한 환자군을 모두 포함해 최초로 'IHC 1+ 또는 IHC 2+/ISH-'라는 별도의 HER2 저발현 치료군을 만들고 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한 것이 엔허투다.

이지은 교수 발표 현장
이지은 교수 발표 현장

 

▷호르몬 무관·CDK4/6억제제 포함해도 생존 개선...국내서도 사용해야

이날 이 교수는 엔허투의 DESTINY-Breast04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호르몬 수용체 양성 여부와 관계없이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생존 개선이 확인됐고, 이 결과는 IHC 수준이나 CDK4/6 억제제 사용 여부를 포함한 모든 하위 그룹 분석에서도 유사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이 교수는 "국내에서도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엔허투가 허가 돼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DESTINY-Breast04 연구를 보면 이 교수가 특정 치료제 효과를 강조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우선 ▶호르몬 수용체 양성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23.9개월(21.7~25.2개월)인 반면 대조군은 17.6개월(15.1~20.2개월)로 나타나 위험비(HR) 0.69를 기록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음성을 포함한 전체 환자군에서도 엔허투 투약 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22.9개월(21.2~24.5개월), 대조군 16.8개월(14.1~19.5)로 위험비(HR) 0.69로 나타났다.

DESTINY-Breast04 전체생존기간 데이터
DESTINY-Breast04 전체생존기간 데이터

 

맹검독립중앙검토에 따른 무진행생존기간을 보면 ▶호르몬 수용체 양성에서 엔허투 투약군은 10.1개월(9.5~11.5개월), 대조군 5.4개월(4.4-7.1개월), 위험비(HR) 0.51로 격차가 컸으며 ▶전체 환자군에서도 엔허투 투약군은 9.9개월(9.0~11.3개월)로 효과를 확인했지만 대조군은 5.1개월(4.2~6.8개월)에 그쳤다. 위험비(HR)는  0.50을 기록했다.

임상연구자가 평가한 무진행생존기간에서도 엔허투와 대조군의 차이는 확실했다. 엔허투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에서 위험비(HR) 0.37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9.6개월(8.4~10.0개월)을 나타냈고 대조군은 4.2개월(3.4~4.9개월)에 불과했다. ▶전체 환자군도 엔허투는 8.8개월(8.3~9.8개월), 대조군 4.2개월(3.0~4.5개월)로 위험비(HR)는 0.36이였다.

DESTINY-Breast04 무진행생존기간 데이터

이에 반해 부작용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투약 기간이 길어져도 간질성 폐질환(ILD) 또는 폐렴 사례 비율을 유지하면서 항종양 효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