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레파타주
사진. 레파타주

[팜뉴스=김민건 기자]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서 LDL-C(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진료 지침과 건강보험 급여 정책에 간극이 생기며 처방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다. 일선 진료 현장에서도 고민이 심화하고 있다.

5일 업계에서는 작년 9월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지질혈증 진료 지침 제 5판의 주요 개정을 공개한 이후 현실적인 LDL-C 치료를 위한 급여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당시 학회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초고위험군 환자의 이차 예방을 위해 LDL-C 목표 수치를 기존 70mg/dL에서 55mg/dL 미만으로 낮추는 동시에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으로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레파타(에볼로쿠맙) 등 PCSK9억제제 병용 처방을 권고했다. 빠르고 강력한 LDL-C 감소 효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LDL-C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theroSclerotic CardioVascular Disease, ASCVD)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수년간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초고위험군에서 LDL-C 목표치를 어디까지 잡아야 하는지가 화제였다. LDL-C 수치가 낮을수록 심혈관사건 재발 위험 또한 감소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심장학회‧유럽동맥경화학회 등 해외에서는 초고위험군 LDL-C 치료 목표를 55mg/dL 미만인 동시에 기저치보다 50% 이상 감소시키도록 엄격한 기준을 채택한 상황이었다.

이에 국내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LDL-C 목표 수치를 70mg/dL에서 55mg/dL로 낮추거나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 찬반이 분분했으며, 최종적으로 작년 9월 LDL-C 목표치를 세계적 기준에 맞추기로 한 것이다.

그 이후 국내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낮아진 LDL-C 목표 수치가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서 지질 강하 치료 환경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조경훈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팜뉴스에 "초고위험군의 LDL-C 목표치가 55 mg/dL 미만으로 낮아진 이후, 강력한 지질 강하 치료를 통해 LDL-C 수치를 최대한 목표치 아래로 낮추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존 치료로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환자에게 PCSK9 억제제를 더해 적극적인 지질 강하 치료 시 LDL-C 수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오래 유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 지침 개정 당시 LDL-C 목표치 하향과 함께 레파타를 포함한 PCSK9 억제제 권고 수준을 상향한 부분이 진료 현장에서 실질적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하지만 LDL-C 목표 수치를 55mg/dL로 낮췄음에도 급여 기준은 기존과 같이 70mg/dL로 유지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레파타 등 PCSK9 억제제는 초고위험군 환자에게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에도 LDL-C 수치가 70mg/dL 이상이거나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하지 않는 경우에만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진료 지침은 초고위험군 LDL-C 목표치를 55mg/dL 미만으로 낮추도록 개정했지만 급여 인정 기준에는 반영하지 않아 여전히 70mg/dL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학회 지침에 따르면 LDL-C 수치가 55mg/dL 이상 70mg/dL 미만인 초고위험군은 55 mg/dL 미만까지 LDL-C 수치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앓는 초고위험군 환자 모두가 레파타 같은 효과 좋은 PCSK9 억제제를 급여로 사용할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적극적인 치료가 어렵다. 진료 지침과 급여 기준 사이에 생긴 간극으로 인한 사각지대에 초고위험군 환자들이 방치된 셈이다.

최신 진료 지침과 동떨어진 급여 정책이 국내외 학회가 인정한 최신 수준의 치료를 누구나 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자 의료 현장에서는 고민과 우려를 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지질 강하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재발이나 추가적인 심혈관 사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다. 

앞서 조 교수는 "대표적인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인 심근경색의 경우, 초발 환자 약 10명 중 1명은 1년 이내 재발하며, 재발 환자의 1년 이내 사망률은 첫 심근경색 발병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위험 인자인 LDL-C 수치를 55mg/dL 이하로 빠르게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러나 지침과 상이한 급여 기준이 적절한 치료를 막고 있다. '두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처럼, PCSK9억제제 급여 기준상의 LDL-C 수치를 진료 지침과 동일하게 낮춤으로써 초고위험군의 심혈관질환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또 건강한 삶을 만드는 데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PCSK9억제제 중 대표적인 치료제로 혈액 내 PCSK9 단백질을 표적해 LDL-C 수용체 분해 활성을 억제하는 레파타가 있다. 레파타는 스타틴이나 에제티미브 대비 더 낮고, 더 빠른 LDL-C 감소 효과를 임상에서 입증했다. 

기존 치료제로 조절되지 않는 심혈관사건 발생 초고위험군에서 치료 판도를 바꿀 약제로 평가받으며 지난 2020년 1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까지 급여 확대에 성공하며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떠올랐다.

레파타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FOURIER 연구에서 초고위험군의 LDL-C 수치를 30 mg/dL(중앙값)까지 낮추고,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을 20% 감소시켰다. 해당 연구를 장기 추적한 FOURIER-OLE 분석 결과, 레파타 투여군 80%가 55 mg/dL 미만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달성했다. 낮은 LDL-C 수치로 인한 심혈관 사건 위험 감소 효과는 최장 8.6년간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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