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 위암은 국내 발현 암종 중 4번째로 사망률이 높다. 주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는 재발 또는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경우다.  조기 위암이 완치율 90%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과 상황이 다르다. 

전이·진행성 3기 이상 위암은 1차로 항암치료를 한 이후 질환이 진행되거나 복막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 2차 치료로 항암요법을 한다. 국내의 경우 1차 치료를 받은 환자 약 80%가 2차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위암 환자 중 수술 뒤 2년 내 재발한 경우는 50%, 3년 내 70%, 5년 내 90%다.

국소적 수술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전이성·진행성 위암에서 항암화학요법은 중요하다. 현재 진행성 위암 2차 치료 단독 또는 병용요법에 사용하는 표준치료제는 사이람자(라무시루맙)다. 전이성·진행성 위암에서 유의한 생존기간을 보인 첫 표적치료제다. 

사이람자는 RAINBOW 임상을 통해 전이성 위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 2차 치료에서 파클리탁셀과 병용 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edian Overall Survival) 9.6개월( 파클리탁셀 단독 시 7.4개월)을 기록했으며 전체생존기간 지표 사망위험을 19.3%(파클리탁셀 단독요법 대비 ) 감소시켰다.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에서도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은 4.4개월로(파클리탁셀 단독 2.9개월) 대조군과 비교해 질환 진행 위험을 36.5% 줄였다. 

최근에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신약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의료진 임상 경험도 축적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전이성·진행성 위암이어도 환자 상태와 병기에 따른 맞춤 치료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는 이제 전이성·진행성 위암 치료에 희망을 가져도 될까.

이같은 물음에 이지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차 치료를 통해 암의 진행 속도를 줄이고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 1차 치료에 실패했어도 좌절하지 않고, 항암치료를 계속 해야 한다.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이지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팜뉴스는 최근 이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최근 전이성·진행성 위암 치료 전략은 무엇인지, 향후 치료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전이성 위암과 발생과 치료 현황은 어떤가

"전 세계적으로 위암 발생률은 암종 중 4번째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높은 편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에서 위암은 흔하게 발생하는 암종 중 하나다. 한국에서 발생률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이 암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술, 담배를 삼가며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은 조기 발견을 위한 검진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어 초기 발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전이성 위암 발생은 과거(2006년 기준) 5.5%에서 3.4%(2018년 기준)으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위암은 크게 장형(intestinal type)과 미만형(diffuse type)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음주, 위염, 고령화 등으로 인해 위암으로 발전할 경우 장형에 해당하는 반면, 미만형은 젊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며 원인이 불분명하다. 

최근 치료 트렌드는 이러한 세부 유형에 따라 치료 전략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고, 각 환자의 특성에 맞는 치료 전략을 세움으로써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전이성 위암 환자는 초기 환자보다 치료가 어렵지만 최근 새로운 항암 치료제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유전체를 기반으로 한 임상 기술도 활발히 개발되면서 성적이 개선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새로운 치료제들의 등장으로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지만 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제 개발 속도가 더딘 것 같다. 

"개발 속도가 매우 느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간 위암 5년 상대생존율은 77.5%였다. 2000년대 이전에는 50%에도 달하지 못한 것에 비해 상당히 많이 개선했다고 볼 수 있다.

10년 전 HER2 표적치료제가 등장했고, 장형과 미만형 위암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한 사이람자도 나왔다. 사이람자는 전이성 위암 2차 표적 치료제로, 항암화학요법과 병용 시 대조군 대비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항암제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올해 면역항암제가 위암 급여 적용을 위한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 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에는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 병용 치료가 활발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의료 기술 발전과 치료 환경 개선을 통해 위암 치료 현황은 계속 나아지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치료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성적도 좋아졌고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들의 수술 전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위암 환자들이 더 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위암 5년 상대 생존율
위암 5년 상대 생존율

▶조기 위암은 90% 이상이 완치되고 5년 생존율도 97%로 높은 반면, 전이성·진행성 위암 생존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현재 국내 전이성·진행성 위암의 5년 상대생존율(2015-2019년 기준)은 6.4%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효과가 좋은 다양한 항암 치료 옵션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위암 신약이 가장 빠르게,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신약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국내 전이성 위암 환자 50% 이상이 1차 치료에 실패하고 2차 치료를 받고 있다. 1차 치료 이후 재발하는 환자들의 특징이나 예후는 어떤가

"전이성 위암 환자 대부분 1차 치료만으로 완치되는 경우는 드물다. 암세포가 100개 뿐이라면 100개를 모두 도려내면 끝나지만, 암세포가 처음부터 1만개가 있으면 치료제를 써서 몇 천개를 도려내도 여전히 남아있는 암세포가 많다. 결국 남은 암세포는 기존 치료제에 저항성이 생긴 세포들이다. 이 때문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무기, 즉 치료제를 바꿔서 남은 암세포들을 없애야 한다."

▶전이성·진행성 환자의 2차 치료 목표는 무엇이며 환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2차 치료를 통해 암의 진행속도를 줄이고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 2차 치료를 통해 실질적으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1차 치료로 완치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른 치료제로 바꿔 항암치료를 계속할 것을 권유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체력이다. 치료를 오래 받을수록 효과를 볼 확률이 높아진다. 항암 치료는 체력 싸움이기 때문에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치료를 지속할 수 없다.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한 선에서 장기적인 항암 치료가 가능한 약들이 효과적인 항암 치료의 목적이다."

▶위암 1차 치료는 세포독성 항암제를 쓰고 재발 시 2차 치료로 표적치료제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1, 2차 치료에서 어떤 치료법을 고려하나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전이성 위암으로 진단된 환자 모두 유전체 검사를 받고 있다. 검사 결과 특이 소견이 없으면 우선 세포독성 항암치료를 진행하고 일부 환자는 면역 치료를 병행한다. 2차 치료는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을 주로 쓴다. 현재까지 2차 치료 표준 요법으로서 좋은 임상적 결과를 보이는 것은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이다.

최신 항암제들은  독성이 비교적 낮아 치료제를 3~4개까지 병용하는 임상시험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사이람자 병용요법에 더해, 면역치료제나 다른 표적치료제까지 사용하는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추가적인 치료 옵션의 도입이 기대된다. 2~3년 내로 관련한 유의미한 임상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까지 2차 치료에서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보다 표준치료로 더 좋은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는 없는 것인지

"그렇다.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전이성 위암의 2차 치료 요법으로 권고하는 표준 치료 요법은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이다."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이 2차 치료에서 표준치료로 권고되는 배경이 RAINBOW 임상 연구다. 이 연구에서 사이람자 병용 요법의 임상적 효과는 어땠나

"RAINBOW 임상에서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의 생존기간 증가 효과가 파클리탁셀 단독요법보다 더 높게 나왔었다. 해당 임상은 치료 옵션을 확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를 기반으로 사이람자 병용이 2차 표준 치료로 자리잡았다. 지금은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을 기반(backbone)으로 쓰고 환자 별 종양 특징에 따라 다른 면역 치료제나 표적 치료제를 병용하는 등 치료 전략이 다양화되고 있다."

▶향후 위암 치료 패러다임을 전망한다면

"위암은 여전히 국내 발생률이 높은 암이고 전세계적으로도 줄고 있는 추세는 아니기 때문에 치료 전략 개발이 지속적으로 매우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위암 신약 개발을 리딩(leading)하고 있다. 국내 위암 환자가 많기 때문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위암 치료에 대한 많은 선도적 연구를 통해 입증했기 때문이다.

국내 환자들이 글로벌 임상 연구에 많이 참여하고 있고, 해당 임상 데이터가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면 보험급여 적용도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추세다. 위암 임상 패러다임에 있어서는 한국이 이미 리더고, 앞으로도 그러한 리더십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 

임상 시험 디자인이나 신약 개발, 위암 유전체 분류에 대한 국내 데이터도 많이 나오고 있다. Nature Medicine 등 유명한 저널에 실제 국내 환자 데이터가 표준화가 많이 됐다. RAINBOW, KEYNOTE, TOGA 등과 같은 대형 임상시험들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향후 위암 신약 개발이나 새로운 치료요법 적용 등이 한국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10년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치료제들이 많이 나와 있고 생존 기간도 늘었다. 예상보다 반응률이 더 좋은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향후 10년은 지금보다 치료 옵션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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