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였다." 성형외과 시술 등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인 경우 사용하는 흔한 표현이었지만 ALK(Anaplastic Lymphoma Kinase) 양성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에서도 이런 표현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등장한 2세대 ALK 양성 NSCLC 표적항암제 '알룬브릭(브리가티닙)'이 그간 ALK 치료에서 미충족 분야였던 표적치료제의 내성·뇌전이 억제 결과를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꾸면서다.

뇌전이 환자에서 드라마틱한 치료 개선 효과를 최종권 건양대병원 교수는 '체감'했다. 최 교수는 뇌전이 상태의 환자에게 알룬브릭을 처방해 투여 5개월여 만에 종양 크기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눈으로 봤다.

그는 혈액종양내과장·의약품임상시험센터장을 맡고 있어 그 누구보다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이처럼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인 (ALK) 치료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종권 건양대병원 혈약종양내과 교수
최종권 건양대병원 혈약종양내과 교수

새로운 ALK 표적치료제가 국내 임상 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으며, 왜 알룬브릭이 강점을 보이는지, 3세대 표적치료제 로비큐아(롤라티닙) 등장 이후 더욱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순차치료 전략은 무엇일까.

팜뉴스는 최 교수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최 교수가 실제 경험한 알룬브릭 임상 효과 사례를 이 자리를 통해 전한다. 무엇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내성·뇌전이·삶의 질 개선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알룬브릭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폐암을 비롯한 위암, 난소암, 대장암 등 여러 암종의 다양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특히, 유전자 분석을 활용한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의 유효성을 분석하는 임상 30여개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알룬브릭은 지난 2020년 8월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이뤄졌고, 그 이후 7개월 만인 2021년 4월 1차치료 급여 확대까지 받아내는 초고속 행보를 보였다.  현 시점에서 알룬브릭 효과를 경험한 의료진이 그 어떤 치료제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ALK NSCLC 환자는 1차 치료 후 발생하는 내성과 중추신경(CNS) 전이로 사망 위험이 매우 높다.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써 알룬브릭 등장은 의료진과 환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BIRC(Blinded Independent Review Committee, 맹검독립평가위원회)로 진행된 ALTA-1L 임상 최종 결과 알룬브릭은 1차 표적치료제 '잴코리(크리조티닙)'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약 2배 이상 연장했다.
미충족 분야였던 내성과 뇌전이에서도 두개내 질환 진행과 사망 위험을 약 71%(HR: 0.29) 낮췄다. 여기에  BrigALK2 연구의 장기간 추적을 통해 '알룬브릭-로비큐아(롤라티닙)' 순차 치료 유효성을 입증했다.

▶알룬브릭 처방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경험한 환자 사례가 궁금합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다른 병원에서 크리조티닙을 쓰다 암이 진행돼 우리 병원으로 전원한 환자였다. 전원 당시 뇌전이가 있었고 2차치료제로 알룬브릭을 선택했다. 투약 5개월여 만에 종양 크기가 눈에 띄게 줄었고 이러한 예후를 현재까지도 잘 유지하고 있다. 이 환자분은 뇌전이로 인해 두통, 어지러움 등의 증상도 있었는데 많이 호전된 상태다.

단기간에 이렇게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여준 약제는 알룬브릭이 처음이다. 그동안 투약 5~6개월 만에 이러한 변화를 보인 약제는 없었다.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보인 눈에 띄는 효과를 통해 알룬브릭이 기존 ALK 표적치료제의 미충족 수요를 충분히 보완하는 치료제임을 알 수 있었다."

최 교수가 알룬브릭을 처방한 뇌전이 환자의 투약 5개월여 후 종양 크기 전후 상태(노란색 네모 안이 종양) 
최 교수가 알룬브릭을 처방한 뇌전이 환자의 투약 5개월여 후 종양 크기 전후 상태(노란색 네모 안이 종양) 

▶방금 언급했듯이 알룬브릭은 임상시험을 통해 뇌전이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좋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실제 ALK 양성 NSCLC 환자 치료에서 어떤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보시나요

"뇌전이를 가진 ALK 양성 NSCLC 환자 대부분은 뇌전이가 없는 환자와 비교해 예후가 좋지 않다. 당연히 생존 기간도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알룬브릭은 ALK 양성 NSCLC의 주요 미충족 수요로 꼽히는 뇌전이에서 강점을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환자 사례처럼 뇌로 전이된 종양 마저도 확실히 줄여준다. 게다가 뇌전이 뿐만 아니라 원발 부위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이는 당연히 환자의 생존 기간과 연결돼 장기 생존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상반응 또한 다른 약제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에서는 알룬브릭을 비롯한 2세대 표적치료제가 주요 옵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어떤 환자에게 알룬브릭을 처방하시나요

"ALK 양성  NSCLC 환자의 평균 진단연령은 전체 폐암인구의 평균인 70대보다 훨씬 젊은 50대로 대부분 환자가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약제 선택 시 임상적 유효성은 물론 복약편의성, 내약성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실제 신규 환자를 대상으로 1차치료 약제를 결정할 때 주로 알룬브릭을 선택하고 있다. 

알룬브릭은 기존 1세대 크리조티닙 대비 개선된 효과와 1일 1회 1정이라는 높은 복약편의성으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특히, 뇌전이 환자에서는 항상 알룬브릭을 우선해서 처방을 고려하고 있다."

▶ALK양성 1차 치료에 알룬브릭을 주로 쓰신다고 하셨는데요, 현재 다양한 ALK 표적치료제가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치료제를 선택할 때는 무엇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알룬브릭은 국내 허가 근거인 ALTA-1L 임상 결과가 실제 처방 효과와 비교해 어떠한 차이가 있었나요?

"ALK 양성 NSCLC는 유병률이 낮은 편이라 환자가 매우 많지는 않다. 다만, 처방 환자 모두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실제 처방해보니 환자 모두 심각한 이상반응 없이 1일 1회 투약으로도 암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진행생존기간이나 질병조절률 등 임상적 지표들도 허가 임상인 ALTA-1L 데이터와 유사하게 나오고 있다. 환자 중에 알룬브릭으로 치료를 받은 지 3년이 되어가는 분도 있다."

최종권 건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최종권 건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치료 환경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먼저, 다양한 ALK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고 급여에 성공하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ALK 양성 NSCLC는 우수한 표적 치료제 등장으로 과거 대비 장기 생존이 가능해졌는데요, 새로운 치료제들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로 인해 환자 예후가 개선되고 있는 것을 실감하시나요?

"ALK 표적치료 시장은 지난 10여년간 계속 발전해 왔다. 1세대 치료제 크리조티닙을 시작으로, 알룬브릭을 포함한 총 3가지 2세대 표적치료제와 최근 3세대 치료제 롤라티닙까지 개발됐다. 새로운 약제의 개발은 궁극적으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예후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1세대 표적치료제인 크리조티닙의 경우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보인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 이후 뇌전이 환자에서도 높은 효과를 보이는 2세대 치료제가 출시돼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보완했다.

특히, 알룬브릭은 일반적인 ALK변이 NSCLC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유효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뇌전이 환자에서도 눈에 띄는 효과를 보였다. 실제 현장에서도 처음 표적치료제가 출시됐던 10년 전에 비해서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이 약 3~4년 정도 개선된 것을 실감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표적치료제들은 복용이 편하고 이상반응이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중에서도 알룬브릭은 하루 한 번, 딱 한 알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더욱 편리하게 질병을 유지할 수 있다."

▶알룬브릭은 1일 1회만 복용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얘기하셨습니다. 다른 2세대 표적치료제 대비 복약편의성이 개선됐다면 이 부분이 환자들에게 어떤 이점이 될지 좀더 자세한 얘기가 듣고 싶습니다. 또, 장기간 약제를 복용해야 하는 질환 특성을 고려하면 복약편의성이 실제 치료 성적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여러 약을 여러번 나눠 복용하는 경우에는 초반에 복용법을 잘 지키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복약순응도가 낮아진다. 복약 횟수를 잊거나, 혹은 1회 투약시 먹어야 하는 약 개수를 적게 먹는 사례가 발생하며, 약제 보관 또한 꽤 불편하다. 

이러한 낮은 복약순응도는 당연히 치료 결과와 연결된다. 이에 비해 1일 1회 1정이라는 알룬브릭 복용법은 굉장히 간단하고 편리하다. 환자 복약순응도를 훨씬 개선했다. 높은 복약순응도는 당연히 보다 나은 치료 결과로 이어진다.

알룬브릭 뿐만 아니라 다른 2세대 표적치료제도 효과가 좋은 편이다. 다만, 알룬브릭은 다른 2세대 표적치료제와 비슷하거나 더 개선된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복약편의성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3세대 ALK 표적치료제가 급여를 앞두고 있습니다. 치료 옵션이 더욱 다양해진 만큼, 학회에서도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약제 처방 전략 등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치료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알룬브릭과 같은 2세대 치료제를 1차치료에 사용해 무진행생존기간을 최대한 연장한 후, 약제 내성 등이 나타났을 때 3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유럽내 ALK 표적 치료 RWD 장기추적연구 데이터를 보면, 알룬브릭 투여 이후 병이 진행된 환자 중 68명이 롤라티닙 치료를 받았다. 이들 환자에게서 약 1년이 넘는 기간인 14.1개월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을 확인했다.

이미 평균 3가지 치료 옵션을 사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알룬브릭을 투여하고, 이후 롤라티닙을 투여했음에도 1년이 넘게 삶을 유지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

또한, 롤라티닙 이후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없다고 해서 옵션이 없는 것이 아니다. 면역항암제나 항암화학요법, 혹은 이들 간 병용요법 등의 치료 옵션이 남아 있기에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 이것은 환자에게 장기생존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줄 희망적인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ALK 양성 NSCL 환자를 위한 표적치료제가 계속 개발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생존기간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치료 목표로 자리잡았다면, 이러한 목표에 부합하기 위한 치료 전략으로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표적 치료제와 면역 항암제, 세포독성 항암제 간 병용요법에 대한 활발한 임상시험을 통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더 높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 병원의 임상시험센터에서 이러한 치료 옵션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ALK 양성 NSCLC 환자를 비롯해 투병 중인 폐암 환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초의 ALK 표적치료제가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지도 10여 년이 지났다. 그간 알룬브릭을 비롯해 우수한 ALK 표적 치료제들이 개발됐고, 앞으로도 비단 표적 치료제 뿐만 아니라 면역항암제, 치료제 간 병용요법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이 개발될 전망이다.

많은 환자들이 폐암을 진단 받은 뒤 막막함과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격언을 떠올려 주길 바란다. 현재가 치료 받기에 가장 적절한 때라는 마음가짐으로 포기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건강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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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룬브릭 #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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