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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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간세포암 1차치료에서 가장 오랫동안 실력을 보여온 에자이 '렌비마(렌바티닙)'와 바이엘 '넥사바(소라페닙)'가 2차치료제로 밀려나게 됐다. 10년 만에 '표준 치료' 주인공이 바뀔 것이란 항암치료 전문가의 전망이다. 표준 치료는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 주인공은 로슈의 PD-L1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과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 표적치료제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다. 이달 1일부터 진행성 간세포암 1차치료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급여가 적용됐다.

이에 한국로슈는 11일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소위 말해 급여가 된 상황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이 금기시되는 자가면역질환, 이식환자, 출혈성 염려가 큰 환자를 제외하고는 넥사바나 렌비마를 사용할 의사는 얼마 없을 것"이라며 세대교체를 알렸다. 

임 교수는 "급여가 된 순간부터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이 가장 좋은 치료 옵션이다. 당연히 환자에게 가장 좋은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간세포암 1차치료 기준이 바뀌게 된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은 간세포암 치료에서 어떤 가치를 가졌길래 단호히 세대교체를 전망한 것일까. 팜뉴스가 티쎈트릭·아바스틴이 불러온 파급 효과를 보도한다.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5년 상대 생존율 최악의 '간세포암'

간세포암은 예후가 좋지 않다. 5년 상대 생존율이 37.7%로 전체 암 평균 생존률 70% 대비 절반 수준도 안 된다. 특히, 국소 또는 원격전이인 경우 간암은 최장암, 담도암 수준으로 예후가 불량하다. 이 경우 5년 상대 생존율은 각각 22.4%, 2.8%로 뚝 떨어진다. 최악의 생존율을 보이는 암이다.

그런데 유병률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이 가장 높다. 간세포암 치료가 이처럼 중요하지만 그간 폐암·위암·대장암에서 항암화학요법이 효과를 보인 것과 달리 간세포암은 2000년대 초반까지도 미미했다. 오히려 간세포암 항암치료제는 간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부담을 주기도 했다.

앞서 임 교수는 "간세포암은 바르셀로나에서 개발한 BCLC라는 병기를 쓰면 대부분 간세포암 환자 항암치료는 C기(3기)에 포함된다. 이 당시 항암화학요법 5년 생존율은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치료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예로, 치료를 받아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를 보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4~6개월이었다. 최근 약제 개발로 10개월이 조금 넘게 기록하고 있다.

▶항암화학요법에도 생존기간 '4개월'...넥사바·렌비마의 등장

간세포암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바이엘 넥사바다. 2007년 최초로 간세포암에서 위약 대비 생존율을 증가시킨 항암제라는 의미가 있다. 넥사바는 mOS 4개월여에 불과한 간세포암 환자 생존기간을 6.7~6.9개월로 '2개월' 정도 연장시켰다. 가치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향후 10년 이상 간세포암 신약 개발에 암흑기가 찾아왔다. 2017년 렌비마가 등장하면서 처음으로 넥사바와 동등한 효과를 가진 신약이 등장했다. 다만, 넥사바와 비열등성을 입증하면서 우월성을 보이지는 못 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렌비마는 넥사바와 동등한 치료 결과를 보인 최초의 약제다. 모든 약제가 실패하고 유일하게 비열등성 결과를 냈다"며 "그 이후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병용, 면역항암제 간 병용이 간세포암에서 시도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티센트릭·아바스틴 병용이 나오기 전까지 넥사바를 뛰어넘는 효과를 가진 항암제는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현재 유일하게 간세포암에서 넥사바 이상 치료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이다. 그리고 이달 1일부터 간세포암 1차치료에서 약 10년 만에 유의한 생존기간을 확인한 티쎈트릭·병용에 급여가 적용됐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뭐가 다르길래 "대안 없다"는 소리 나왔나

로슈는 가장 오래 간세포암 치료에 사용해온 넥사바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을 비교한 'IMbrave 150' 연구를 진행했다. 전세계 17개국 111개 기관에서 501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여기에 아시아 환자는 40%, 우리나라에서는 약 10%인 47명의 환자가 포함됐다. 

넥사바를 포함한 여러 간세포암 치료 연구는 mOS 10개월을 약간 넘겼다. IMbrave 150에서 넥사바는 13.4개월을 기록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은 19.2개월로 사망위험율을 30% 이상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임 교수는 "생존기간을 통계적의로 유의하게 연장했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이 6.9개월로 넥사바 4.3개월 대비 질병진행 위험률을 35% 줄였다"고 말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효과의 가치는 무진행과 전체 생존기간 연장 뿐이 아니다. 흔히 넥사바는 생존기간 연장 효과와 달리 치료 반응률(ORR 11%)이 상당히 낮다. 임 교수는 "넥사바는 생존기간 연장에 상당한 의의를 둬, 낮은 반응률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은 넥사바와 달리 반응률이 절반 정도에서 높게 나타나며 그 효과도 18개월 이상 오래 유지된다"고 말했다.

간세포암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 지표 'RECIST 1.1' 기준으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객관적 반응률(ORR)은 30%로 이중 완전반응(CR)이 8%나 됐다. 간세포암 치료에 특화된 반응률 지표인 'HCC-Specific'에서는 ORR이 35%, CR이 12%로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

간세포암에서 반응률이 중요한 이유는 수술 불가한 환자도 수술이 가능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반응이 좋다는 것은 환자의 질병 사이즈가 줄어서 증상적 완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근 항암치료 밖에 되지 않은 환자를 국소 치료로 넘어가는, 소위 말해 다운스테이징이 가능해졌다. 병기를 C에서 B로 낮출 가능성도 있기에 요즘 반응률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부작용 적고, 삶의 질 개선 효과 커...리얼월드에서도 치료 확인"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이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부작용이 크면 내약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IMbrave 150 연구에서 넥사바 대비 많이 발생한 부작용은 고혈압, 당백뇨 등이었고 조절 가능한 수준이었다. 간세포암 환자에서 우려되는 장 천공 출혈 등은 1% 정도로 드물게 나타났다.

그 결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은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11.2개월로 거의 1년이 걸렸다. 넥사바는 3.6개월이었다. 7.6개월의 차이가 났다. 임 교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과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은 임상연구에서처럼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치료 효과를 냈을까. 국내 진행성 간소페암 환자 121명이 참여한 리얼월드 연구에서 ORR 24%로 IMbrave 150 연구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임 교수는 "임상 연구는 상당히 제한되고, 엄격히 선정한 환자가 대상이었지만 리얼월드는 굉장히 다양한 환자를 포함했기에 ORR 24%는 임상 대비 약간 반응률이 낮아도 비슷한 수준의 좋은 결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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