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군사 전략에서 공격 능력이 떨어져 더 이상 진격할 수 없는 지점을 공세종말점이라고 한다. 현재 국내 간세포암 치료 전략도 1차요법 사용 이후 공세종말점 직면이 우려된다.
이달 5월부터 간세포암 1차치료 급여 적용을 받게 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막힐 경우 효능·비용면에서 입증된 2차치료 전략이 없다는 문제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우선, 오는 19일 대한간학회와 국립암센터는 국내 간세포암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해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을 1차치료로 하는 강력한 권고안이 예상된다.
가이드라인 개정에 참여 중인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11일 한국로슈가 연 티쎈트릭·아바스틴 급여 적용 기자간담회에서 "아직까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이 1차치료로 등재되지 않았지만, 개정안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약제로 등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차치료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제시할지가 관심이다. 임 교수는 새로운 1차치료 전략의 등장 보다도 "2차치료제로 무엇을 사용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가 더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12일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이 간세포암 치료 현장에 일으킨 파급 효과가 작지 않다. 팜뉴스는 간세포암 2차치료 전략 문제와 대안으로 무엇이 있는지 보도한다.
▶간세포암 2차치료제는 많지만 "확실히 쓸 무기가 없다"
올해 5월 기준으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이후 확실하게 쓸 수 있는 2차치료제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간세포암 2차치료에 쓰기 위해서는 적절한 무진행 생존기간(PFS), 전체생존기간(OS), 객관적반응률(ORR) 데이터를 갖춰야 하는데 그런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간세포암 2차치료 옵션은 풍요 속 빈곤이다. 넥사바(소라페닙), 렌비마(렌바티닙), 스티바가(레고라페닙), 카보메틱스(카보잔티닙), 면역항암제 등이 고려되지만 국내 허가·보험급여 기준 제한으로 모두 사용할 수는 없다.
우선, 렌비마는 국내 허가사항 제한으로 1차치료에만 쓸 수 있다. 2차치료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다. 넥사바는 간세포암 1차치료와 2차치료 모두 급여가 적용된다. 하지만, 티쎈트릭·아바스틴과 처지가 뒤바꼈다. 임상 효과가 더 좋은 티쎈트릭·아바스틴을 1차치료(급여)로 먼저 쓰고 넥사바를 2차로 쓸 경우 비급여로 사용해야만 한다. 비급여로 쓴다고 해도 의료진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임 교수는 "넥사바가 오래 사용됐고 적응증도 넓다고 하지만 상당히 우려스러운 점은 2차치료제로써 입증된 효과가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의사들이 2차치료에 넥사바를 사용하는데 부담스러워 하는 면이 있다는 이야기다. 임 교수는 "차라리, 스티바가로 바로 넘어가는 건 어떨까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진료 현장에서 고민을 드러냈다.
이는 티쎈트릭·아바스틴을 사용하지 못 하는 간세포암 환자(자가면역질환자, 면역억제제 사용 환자, 출혈성 우려 환자)를 제외하고 기존 1차치료에 쓰던 넥사바 또는 렌비마, 그 이후 2차치료에 스티바가를 사용하던 순차치료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2차치료 대안은 "일단 써보는 것"
오는 19일 대한간학회·국립암센터의 새로운 간세포암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라 1차치료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급여) 실패 이후 2차치료 넥사바 또는 렌비마(비급여), 3차치료 스티바가(비급여) 전략이 예상된다.
문제는 2·3차치료에서 어떤 치료제가 어떤 효능·효과를 내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실제 처방 이후 데이터를 체득해나가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임 교수도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는 한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던 방법과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현재 제일 활발히 사용할 수 있는 약제는 넥사바를 비급여로 사용하는 방법이고, 그 이후 스티바가 등 순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넥사바나 렌비마, 스티바가 등의 2차치료 사용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국내보다 빠른 움직임을 가져갔다. 지난 2021년 3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간세포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을 1차치료로 권고하고, 2차치료에 TKI 억제제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ASCO 권고에도 허점은 있다. 임 교수는 "공식적으로 TKI 치료제 등 연구 효과가 확인된 데이터는 없다"고 지적했다.
즉, 진행성 간세포암 2차치료의 현실적 대안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TKI 치료제 등 다양한 옵션을 사용하며 어떤 치료제가 가장 효과적이었는지 확인하는 방법 뿐이다.
기대를 갖고 있는 점은 국내에서 진행했던 2차치료의 후향적 연구 결과다. 국내 몇몇 의료기관에서는 신포괄수가제를 통해 선제적으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1차치료를 급여로 사용했었다. 상당수 환자를 치료한 만큼 이들 의료기관에서 2차치료제로 무엇을 썼는지 후향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렌비마와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 임상도 진행 중으로 기대감이 크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이 만능은 아니다. 또 다른 방안은 간세포암에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 효능·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단서'를 찾는 것이다.
간세포암은 면역관문억제제 단독 사용 시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한 영역이다. 치료 효과를 확실히 예측할 수 있는 '지표' 바이오마커가 요구된다. 현재로선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의 경우만 해도 후향적 연구로 121명에게 사용한 데이터를 통해 '특정 조건을 가진 어떤 환자의 예후가 좀더 나빴다'는 수준으로만 추측할 수 있다.
임 교수는 "(면역항암제 등은)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치료인데도 효과를 보지 못 하는 환자를 찾기에 미흡한 상태다. 관련 연구가 넥사바 이후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정확한 어떤 인자를 찾지 못 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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