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집행부가 의약분업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책임이 있는 회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표명과 함께 임원진 전원이 한석원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는데 과연 책임 회무가 얼마나 구현될지 궁금하다.

이는 사표를 제출한 시점부터 임원이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회장이 그 책임을 물어 임원을 교체하겠다는 의미인데 이 원칙대로 한다면 회장을 비롯해 과연 끝까지 살아 남을 임원은 몇 명이나 될까.

약사회 상임이사회가 이 같은 결정을 한데는 의약분업 원천 무효화를 위해 강경 투쟁하는 의료계에 비해 모든 면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약사회에 대한 회원들의 불신을 달래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다.

또한 의료계에 끌려 다니는 보건복지부에 대한 일종의 선전 포고도 담고 있다.

그러나 회원들은 임원진이 회장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고 약사회 집행부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이번 행동이 회원들을 속이는 술책으로 받아들이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집행부 출범 당시 임원진 구성을 둘러싸고 회무를 수행할 인물중심이 아니라 출신대학 등 학연 및 지연으로 나눠 먹기식 배정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약사회가 이제 와서 무책임하다고 그들을 과감히 내칠 수 있겠는가.

작년 대한약사회 모 임원이 약사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대약 임원진중 일부 인사가 무책임하게 회무에 임한다는 등의 글을 올려 파문이 확산됐던 점을 우리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현직 임원이 공개적으로 임원진을 비난한 것은 처음이라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그 기회를 통해 약사회가 쇄신되길 기대한 일선 약사들이 적지 않았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임원을 모두 응원했었다.

이 같은 여론을 인식해 한석원 회장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문제 임원이 있을 경우 조치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이후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문제를 제기한 임원은 미운 오리새끼로 따돌림을 받기까지 했었다.

이러한 자세로 일관한 약사회 집행부가 작금에 이르러 책임 있는 회무를 운운하며 사표를 제출하자 회원들은 또 한번의 쇼를 보는 듯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일반 회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임원진의 이 같은 쇼맨십이 아니다.

진정으로 약사업권을 위해 고민하고 약사의 전문직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외국자본 유입에 의한 법인약국 허용시 기존약국이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기르는데 약사회 집행부가 혼연의 힘을 다해 주길 바랄 뿐이다.

또한 정권 말기에 의약분업 자체를 뒤흔드는 의료계에 대응해 약사회가 국민건강과 함께 하는 약사상을 심어주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약사회 집행부가 최선을 다한다고 이 같은 중책이 희망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회원들은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고 집행부에게 찬사를 보낼 수 있다.

그 동안 대약 집행부가 입으로는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뒷북치는 대응을 일관해 왔기 때문에 불신의 폭이 오늘과 같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석원 회장은 상임이사회 석상에서 "앞으로 일하지 않는 임원, 책임지지 않는 임원, 철저한 고민과 대안을 만들어 내지 않은 임원에 대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고 특히 현 집행부 임기 1년 6개월 남은 상태에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선거운동 운운하는 일부 움직임에 대해서는 약사회 조직을 해하는 행위로 간주, 사표수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회장의 발언이 공염불이 되지 않고 실행에 옮겨지길 전체 약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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