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부터 보험재정 파탄 원인이 마치 제약사들의 약가 거품에 있다는 식으로 메이커를 향해 압박을 가했던 이태복 前복지부장관이 취임 5개월만에 낙마했다.

이 前 장관은 취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약가 거품을 제거해 보험재정을 안정화시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노동시절에는 업계가 스스로 기존약가에서 10% 정도 자진 인하해야한다는 입장까지 표명해 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같이 강성 일변도로 약가정책을 추진하던 이 장관이 경질됨에 따라 앞으로 보험약가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이 前장관은 이임사에서 자신이 장관직을 물러 나야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강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제약사들의 외압에 의해 고배를 마시게됐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다.

이 前장관은 자신이 벌려 놓은 과제를 충분히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매우 안타깝고 국민이나 한국 복지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장관 교체 이유에 대해 어디에서도 분명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민의 공정한 고통분담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고, 의료계의 수가를 인하했으며, 마지막 차례인 국내외 제약사의 고통분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저항과 다양한 통로를 통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 前장관의 주장이 진위여부를 떠나 신임 김성호 장관은 물론 제약업계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그 동안 의약사 등 전문직능인 집단의 반발에 의해 장관이 물러난 사례는 있으나 이번과 같이 제약사들의 외압설이 제기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제약사 등 사업자 단체들은 장관이나 정책당국에 잘못보이면 괘씸죄가 적용될까봐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눈치만 봐 온 것이 현실이다.

복지부는 특정 지역 중심으로 약가 조사를 토대로 도매마진까지도 약가 거품이라며 776품목을 평균 9%이상 인하하고 오는 8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고시한 상태이다.

제약사들은 이 같은 복지부의 부당한 조치에 반발해 행정소송과 함께 약가인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 파문의 당사자인 장관이 외압설을 제기하면서 떠난 것이다.

복지부는 장관이 교체됐다고 이미 고시한 약가인하를 백지화할 수 없는 상태이며 제약사들 역시 복지부를 상대로 한 투쟁을 중단할 수 없는 곤란한 입장이다.

제약사들이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오자 소송을 제기하는 제약사는 그냥 두지 않겠다는 복지부의 언짢은 심기가 퍼져 약업계가 모두 몸을 사리고 있는 상태에서 장관이 교체된 것이다.

제약사들은 이번 약가인하 파문으로 자체 임원을 면직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갈등을 겪고 있다.

약업계의 직면한 현실과 자유시장 경쟁원리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유통의 일면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약가 인하를 강행한 이태복 前 장관 역시 약업계의 속사정을 제대로 파악도 하기전에 서두른 감이 없지 않은 점이다.

보험재정 파탄 중에서 의약품 때문에 야기된 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 모든 책임을 악가 거품으로만 몰고 간 것은 너무나 단세포적인 발상이었기에 업계가 반발했다.

제약업계 역시 부당한 약가인하라며 행정소송을 운운하며 반발했지만 원인제공이 업계에 있다는 점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팔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경영철학 아래 업계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문란한 유통의 일면을 제공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태복 前 장관의 경질을 계기로 업계도 자신들의 문제점을 반성해야 하며 신임 복지부장관은 하나 하나의 나무에 연연하지 말고 제약산업이라는 전체 숲을 보고 약가정책을 비롯한 복지행정을 전개해 반목의 골이 깊어진 民官 관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