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는 물론 국내 산업계에서도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유한양행이 대표이사 사장이 바뀔 때마다 특정 부서 출신의 편중인물이라는 구설수가 제기돼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유한양행은 현재 김선진 사장이 올해로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차기 CEO에 어느 인물이 발탁될지 관심을 끌어온 사항이다.
그런데 최근 이사회를 열고 차중근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함에 따라 가장 유력한 차기 대표이사 사장 후보자로 물망에 떠올랐다.
유한양행 이사회의 이같은 결정은 지금까지 대표이사 사장에 총무·기획관리 출신 전통을 이번에도 고수함으로서 각 부서별 임원들로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혀 일부 임원진들의 사직 소동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차중근 부사장은 동국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한 후 74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91년 관리부장, 93년 기획실부장, 95년 기획실이사, 96년 총무상무 등 관리부분에서 일해왔다.
현 김선진 사장 역시 총무 관리직출신이며 김태훈·연만희씨 등 전임 모든 CEO들이 마케팅부에 약간 근무한 적은 있으나 전통적인 관리직 출신들이다.
타제약사들은 관리직이 대표이사는 영업이나 마케팅 분야의 대가들이 CEO에 오르며 관리직 출신이 발탁되는 경우는 거의 드문 현상이다.
이는 제약산업 자체가 개발, 영업 및 마케팅 분야가 생명이기 때문에 이 분야 전문가들이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일반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 유일한 공기업인 유한양행은 관리직 출신만 CEO로 발탁함에 따라 영업이나 마케팅 및 개발부문에 몸담아온 임원들은 CEO자리를 감히 넘볼 수도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번 차 부사장의 승진으로 야기된 내부의 불협화음으로 외부에까지 전달됨으로써 유한을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일단 CEO자리에 오르면 과오가 없는 한 2년 임기씩 재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부서 임원은 아무리 유능해도 자신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유한양행이 오너 세습 기업도 아니고 주인이 없는 공기업인 만큼 비록 모든 사람이 100% 공감할 수 없어도 비교적 원만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통적으로 유한은 약사출신임원이 대표사장 후보에 올랐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전직 영업총수였던 J모씨도 그랬고 K모씨도 그랬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이번에도 재연되고 있다는데서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유한양행은 특정인에 의해 인사권이 결정돼 오너 기업만도 못한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야 되겠는가.
사회를 통해 축적한 富는 다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는 유한양행을 공기업화 했다. 그래서 유일한 박사가 후진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경영인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창업주의 정신을 받들어 유한에 몸담은 유한맨들은 숭고히 이어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부터 유한양행은 물론 유한재단이 특정인에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론되는 본인들은 이 같은 소문이 음해라며 발끈하겠지만 재단이사 선임이나 유한양행 CEO 선정을 볼 때마다 단순 소문만이 아니라는 점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결코 CEO로 선정될 특정인의 자질이나 인격에 흠집을 내자는 취지는 아니다.
기업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쇄신하고 공기업도 사기업 못지 않게 책임감을 갖고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으로 전환하기 위해 유한양행은 CEO선정에 객관성을 도모해야 한다.
인사에서 잡음이 계속된다면 주인 없는 기업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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