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연구개발비 투자액이 일본 상위 11개 제약사 총액이 미국 화이자제약 1개사 수준에 불과해 신약개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 국내 제약업계 현실은 어떠한가.

일본이나 미국, 영국 등 선진 제약기업들은 미래를 향해 발 빠르게 전진하고 있는데 국내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등 현안에 얽매여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세계 2위 시장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 제약사들도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매년 늘리고 있으나 상위 제약사의 투자비 총액이 미국 1개 제약사의 연구개발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일본 제약업계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두 자릿수 이상 투자하면서 그 차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과연 국내 제약기업들은 얼마만큼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 1위 기업인 다케다약품을 비롯 상위 11개 업체가 2002년 한해동안 투자할 연구개발비는 6천5백5억엔으로 전년대비 13% 늘어났다.

그러나 미국의 1위 기업인 화이자가 2000년 한해동안 투자한 연구개발비 44억3천5백만 달러(약 5천5백44억엔)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국의 상위 11개 업체의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미국 화이자 개별 업체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본 제약기업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영국의 대표적인 제약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은 25억1천만 파운드(약 4천5백80억엔) 프랑스 대표기업 아벤티스는 32억9천만 유로(약 3천8백85억엔) 등으로 歐美 대형 제약사들은 일본이나 한국 기업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금액을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영국 보건성이 최근 발표한 자국의 의약품 경쟁력 비교에 관한 리포트에서도 일본인 신약 창약에는 선진 주요 10개국 중에서 3위를 차지하지만 신약 사용률이 최소라고 꼬집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매출액 순위 75위에 속하는 의약품에 대한 분석에서 그 오리지널 품목수를 보면(1년간 그 국가가 창약한 신약수)에서 미국이 1위로 30여 품목, 영국이 2위로 10품목, 일본이 3위로 7품목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본은 비록 3위를 차지했으나 1위인 미국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세계 전체 의약품 시장의 51%(1274억 달러)를 점유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은 연구개발비를 집중적으로 투자해 세계적인 신약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세계시장의 19.4%(194억 달러)를 차지, 2위를 기록하면서도 신약 보유수준은 6위(37억 달러)인 영국보다도 크게 뒤지고 있다.

이는 일본 개별 제약사가 규모의 경제면에서 미국 및 영국의 대형 기업보다 크게 뒤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본은 상위 11개 제약사의 연구개발비 총액이 미국 화이자 1개사 비용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전체 제약사가 투자하는 연구개발을 합해야 겨우 화이자 수준에 미칠 정도이다.

매출 외형 자체가 미국이나 일본 기업보다 적은 국내 제약사들을 단순 수치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하지만 무한경쟁시대 규모가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탄만 한다면 국내 의약품산업의 미래는 그야말로 암흑속 일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들이 세계적인 신약창출을 위해 기업은 물론 정부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열악한데 정부는 보험재정 절감만을 앞세워 의약품가격인하에만 혈안이 돼 있다.

보험재정 절감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이익을 창출해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 역시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거액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불가능해도 특정 분야에 투자를 특화하면 국내 제약사들도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선진 제약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전념하면서 우수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적극 물색하고 있는 현재 국내 제약사들은 정부의 약가인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이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업계는 물론 정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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