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자사 처방전을 유도하기 위해 의사들에게 돈을 물쓰듯하던 중소 제약사들이 이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두 손을 들고 있다.

의약분업이 전면 시행되면서 의사처방전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외자계 및 상위 제약사들은 제품력을 내세워 의료기관을 공략했다.

물론 이 같은 제품력만으로 의사처방전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의사들에게 별도의 로비를 하지 않으면 우수한 의약품이 사장되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다.

상위 및 외자계 제약사들이야 매출이 급증하고 수익구조가 실거래가상환제 도입이후 대폭 개선됐기 때문에 의료기관 판촉에 쏟아 붓는 자금에 큰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중견 및 중소 제약사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분업 이전에는 두각을 보이지 않던 에치칼 주력 중소제약사들이 분업이후 잘 나간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이 같은 중소제약사들의 매출증가는 제품력보다도 분업이전에 대형 제약사들이 외면한 의원급 시장을 그 동안 착실히 다져온 덕을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의료기관과 밀착된 영업으로 분업초기 매출이 급상승했으며 이에 비례해 의료기관에 상납하는 리베이트도 늘어났다.

그러나 분업 2년째를 맞이하면서 이들 제약사 중 일부는 더 이상 현재와 같은 영업을 전개할 수 없다며 체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제약사들의 물량 공세로 돈맛을 본 로컬 의사들이 예전 수준의 접대엔 만족하지 못하고 처방전을 무기로 요구사항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 동안 멋 모르고 의료기관에 퍼부었는데 더 이상은 그럴 여력도 없으며 의료기관 영업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됐다는 중소제약사의 하소연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제약사별로 처한 상황에 따라 형편은 다르겠지만 이 같은 어려움을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다.

분업초기에는 골프접대만으로도 만족해하던 로컬급 의사들이 이제는 메이커들의 아킬레스건을 모두 파악하고 해외학회 지원 등 규모가 큰 스폰서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동남아 여행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미국이나 유럽행을 공공연히 주문하는 등 그야말로 제약사들에게 노골적으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되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의사들의 무리한 요구는 제약사들이 자초한 자업자득이 빚어낸 결과이다.

로컬급 의사들은 분업이전에는 메이커들이 호텔접대만 해도 고맙게 여겨왔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물질만능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한다.

그러나 분업이후 1일 처방전이 100건 이상 되는 의료기관에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문지방이 달도록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자사 처방 유도를 위한 온갖 물량 공세를 펴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 동안 메이커 접대에 관심이 없던 의사들까지 자연스럽게 요구하게 됐다. 게다가 일부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으로 처방을 변경할 경우 어찌어찌 해주겠다며 의사들을 흔들고 있다.

로컬급 의사들의 이 같은 작태는 의약분업 이후 종합병원에서 퇴직한 의사들이 현직에서 보고 배운 것을 개업하면서 그대로 적용, 일종의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데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못해먹겠다는 중소 제약사 대표의 한탄이 전체 약업계의 한탄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제약사들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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