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의 각종 판촉행위를 제한하는 의료보험용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개정안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과연 공정위의 이번 결단으로 고착화된 의약계 비리를 척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제약협회는 이번 개정안이 그 동안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수차례 수정됐으며 기존 규약보다 진일보된 내용이라며 공정거래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개정안에는 사업자가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상관례가 인정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학술대회, 연구회, 강연회, 제품설명회 등의 참가자에게 여비, 식품료 및 기념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제약사들이 의·약사를 대상으로 연구회나 강연회 및 제품설명회를 개최할 경우 대부분 일류 호텔에서 식사대접은 물론 제주도 등 휴양지에서 골프접대부터 가족패키지 관광, 각종 기념품 증정 등 푸짐한 잔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약사들이 의사들을 대상으로 이같이 접대할 경우 1인당 30-50만원의 예산을 책정한다는 것이 제약사 영업담당자의 한결같은 이야기이다.

이 같은 접대문화가 정착된 의약계에서 어디까지를 정상적인 상관례로 봐야할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또한 개정안에는 학술목적 이외의 해외·국내 여행 초대 및 후원을 금지하며 개인이 아닌 관련학회나 연구기관에 지급토록 하고 있다. 이 역시 불공정거래 근절에는 큰 실효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약사 소속 각종 학회들은 매년 각종 학회행사가 있을 때마다 제약사들에게 수천만원씩의 찬조금을 요구해 왔다.

학회 구성 임원들이 바로 제약사들이 밀착 판촉의 대상인 의약사인점을 감안하면 개인에게 지급하든 학회를 통해 공급하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게다가 외자계 제약사들은 본국은 물론 유럽 및 동남아 등 세계 각처에서 자사 제품 판촉을 위한 대규모 학술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들 행사에 대규모 국내 의사 초청 등을 어떠한 방법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정경쟁규약은 국내 법인에 적용될 뿐 외자계 제약사들이 본사차원에서 추진하는 판촉행위까지 간섭할 권한이 없는 실정이다.

의약분업이후 처방약 시장이 급신장하면서 의사들이 외자계의 접대문화에 익숙해져 국내 여행은 아예 사양하고 해외초청을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동남아지역에서 개최되는 학회초청은 시큰둥하고 美洲지역이나 유럽 등 최소한 경비가 2-3백만원 정도 소요되는 행사에 초청을 원하는 등 그야말로 해외학회 지원을 인센티브로 한 판촉이 아니면 먹히지 않는 현실이다.

결국 자본력이 열악해 고작해야 국내에서 골프접대나 하고 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의약사 2-3명밖에 지원할 수 없는 로컬 제약사와 본사차원의 지원이라며 수백명씩 동원하는 외자계 제약사의 판촉을 같은 잣대로 잰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 같다.

또한 개정안에는 해외학회 참석자 발표나 토론자가 아니면 지원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에서 열리는 대규모 해외학회에는 세계 각처에서 수천명의 전문가가 새로운 학문을 접하기 위해 참석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 나라 전문가중 몇 명이나 발표할 수 있겠는가.

제약협회가 나름대로 공정위와 장기간 협의 끝에 나름대로 고심해 마련한 개정안이지만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뻥 뚫려있어 결국 힘없는 로컬 기업들만 접대문화가 모두 드러나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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