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희 전 위원(식약처 임상심사위원)

[팜뉴스=최선재 기자] 1일 오전 10시부터 인터뷰가 중반에 이를수록,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의 문제 의식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조사위원회(이하 피해조사위)로 향했다. 피해조사위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의사결정 구조가 투명하지 않아 백신 부작용 인과성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최근 출범한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가 질병청 인과성 평가의 오류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팜뉴스는 2일자 강윤희 전 심사위원 인터뷰를 ([긴급인터뷰] “질병관리청 인과성 평가 대단히 잘못됐다”상(上편)에 이어 게재한다.
# 질병청의 백신 부작용 인과관계 평가 주체는 ‘예방접종피해조사위원회’다. 최근 국회에서 위원회 인적 구성의 전문성이 떨어져 인과관계 평가를 엉터리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원은 식약처 재직 당시 약물 이상반응을 꾸준히 분석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지적에 동의하는가.
저도 질병청 예방접종피해조사위원회에 계신 분들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과연. 위원회가 인과관계 평가를 경험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는지 말이다. 의사들은 평상시에 인과관계 평가를 하지 않는다.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임상시험 중 참가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하면 그때 의사들은 인과관계 평가 과정을 경험한다.
그래서 임상시험에 많이 참여한 의사들은 약이나 백신에 대한 인과관계 평가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은 잘하실 수 있지만 현재 질병청 피해조사위가 그런 전문가들로 구성됐는지 모르겠다. 전문가로 구성됐다면 이토록 황당한 인과관계 판정이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주치의 소견이 있어야 보건소 접수 절차를 거쳐 인과성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 이후 지방자치단체(시,도) 역학조사관들이 1차 판정을 내리고 질병청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강 위원은 평소 주치의와 시·도 역학조사관 판단이 중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유가 무엇인가.
환자에 대한 임상적인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환자의 이상반응을 진단했던 주치의다. 주치의는 환자의 과거 병력, 현재 병력, 백신 접종 이후의 경미한 이상 반응이 어떤 경과를 밟았는지, 실제 중증 이상반응은 언제 발생했고 경과가 어땠는지, 이런 증상과 동반해서 어떤 약물을 복용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가진 사람이다. 인과관계 평가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주치의인 이유다.
물론, 주치의 의견만으로 인과관계를 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인과관계 평가는 ‘정성적’이기 때문이다. ‘정량적’으로 50 이상이면 인과관계가 있고 50 미만이면 인과관계가 없다고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다.
질적인 평가이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이상 반응을 진료했던 의사 소견을 토대로, 시도 지역의 역학조사관이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이유다.
해당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 집단의 피어 리뷰(peer review, 동료평가) 성격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동일 전문가들이 같은 사례에 대해 의학적 검토를 진행한 것이다.
주치의와 역학 조사관들이 백신과 이상반응 간에 인과성이 있다고 평가한 것은 100% 인과성을 인정해야 한다. 전문가 한 사람이 아니라 유사 전문가 그룹이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질병청 피해조사위가 주치의와 시도 역학 조사관의 결정을 뒤집은 경우도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 지자체에서는 신속대응팀이 각각 사망자 22건과 중증 환자 63건이 코로나19 백신과 인과성이 있음을 인정했지만 질병청의 인정 건수는 사망 2건, 중증 5건뿐이다”고 밝혔다.
질병청이 주치의와 지자체 역학조사관의 결정을 뒤집고,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의학을 떠나 굉장히 비윤리적인 처사다. 예를 들어 전문가 집단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평가한 것을 질병관리청에 더욱 뛰어난 전문가들이 ‘있다’고 올리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지역 역학 조사관들이 인과성을 인정한 것을 상위 행정기관에서 없다고 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그래서 유럽의 식품의약안전처에서는 담당 주치의가 인과관계 있다고 평가한 건에 대해서 절대로 인과관계를 낮추지 말도록 하고 있다.
# “비윤리적이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질병청의 전문성 부족 때문인가 아니면, 중앙정부의 백신 접종 권고와 위드 코로나 정책 드라이브에 압박을 느껴서 인과성 판단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인가.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이 매우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전문가들의 내부고발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언론을 통해 피해조사위 위원 중 의사가 8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분들이 백신 부작용 가능성이 적은 사례에 대해서 정말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하셨는지, 아니면 본인이 “가능하다”고 평가를 했지만 외부의 압력 또는 행정기관의 내부 압력에 의해서 “가능성 적음”으로 최종 결정됐는지를 공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인과관계 평가는 정성적이기 때문에 유럽 의약품청(EMA)도 인과관계를 평가할 때 과반수로 결정한다. 만장일치가 아니다. FDA도 다르지 않다.
이번에 MSD의 몰루피라비르 코로나 치료제에 대해서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가 발표됐는데 23명 중에 10명이 반대했다고 공개됐다. 이처럼 확실하지 않은 경계 부위 사례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나뉜다.
이처럼 약을 허가하거나 인과관계 평가 영역에서,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 사례들이 있어서 정성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 보통은 과반수로 결정한다.
하지만 질병청의 백신 부작용 인과관계 평가 결과보고서에는 “위원 15명 중” 몇 사람이 찬반의사를 표시했는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반대를 하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반대를 했는데도 결과가 나왔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의 내부 고발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질병청은 최근 의학 한림원이 백신 부작용 인과성 평가를 위해 ‘코로나19 백신 안정성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가 심의 결과를 질병청에 제공해서 개별 사례에 대한 인과성 평가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위원은 전문가 단체의 집단 지성으로 정부와 질병청의 인과관계 평가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런 방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학 한림원이라는 의학계 원로들의 모임이 백신 안전성 평가를 맡은 것은 아주 기이한 현상이다. 사실은 식약처가 해야 할 일인데 직무유기를 하고 있기 떄문에 질병청이 백신 부작용과 관련해서 자기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한림원에 넘긴 느낌마저 든다. 의학 한림원은 의학계 원로가 계신 곳이지, 안전성 평가 관련 전문가 집단은 아니다.
제대로 일을 맡기려면 임상약리학회 등 전문가들이 포진한 곳에 맡겼어야 됐다고 생각한다. 의학한림원 얘기가 나왔을 때 저는 너무 놀랐다 “이런 방식이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에 백신 안전성 위원회의 책임을 맡게 되신 분이 지금의 의약품안전관리원을 세팅한 교수라는 점이다. 그분은 안전성 관리면에서 전문가이기 때문에 다른 전문가를 섭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백신 안전성 평가위는 앞으로 질병청이 진행한 백신 부작용 인과성 평가가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그점이 핵심이다. 정부가 위탁한 전문가단체가 날카로운 비판을 해주는 것이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꾸는데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 한 두 사람의 얘기를 정부는 절대로 듣지 않는다 제가 아무리 얘기해도 식약처는 듣지 않았다. 집단 지성이 있는 전문가 집단의 지적을 정부가 무시할 수는 없다.
백신 안전성 평가를 위탁받은 의료계 원로들께서 정부의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이를 계기로 정부의 의약품 안전성 평가와 관리에 대한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되도록 일종의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 저는 그런 기대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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