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약사회 김순국 근무약사위원장]

최근 들어 각 지역약사회에서 근무약사 인력풀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약사 혼자 약국을 운영하는 경우 개인적인 용무로 인해 약국을 비워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아예 약국을 닫거나 개인적인 일은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약국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상근할 수 있는 근무약사를 채용하는 것도 여의치 않고 혼자서만 매일 하루 10시간 정도 약국을 열고 일하는 경우 업무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 따라 일부 지역약사회에서는 근무약사 인력제도를 도입해 여행이나 경조사, 개인 업무, 병가 등 개인적인 사유가 있을 때 미리 약사회로 연락을 취해 필요한 시간에 파트타임으로 근무할 약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약사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원하는 시간대에 구할 수 있으며 약사회가 직접 운영한다는 점에 신뢰감을 갖고 이용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약사회는 특히 여약사 가운데 유휴 면허자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근무약사 인력풀제를 통해 이들의 약국 경제활동 참여를 적극 유도하기 위한 취업지원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김순국 서울시약 근무약사위원장은 이번 근무약사 인력풀제 시행이 여약사들의 약국 취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혼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에게 서울시약이 이번에 추진하는 근무약사 인력풀제에 대한 사항과 근무약사 채용에 있어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경력단절 여약사 취업 적극 지원 

서울시약사회는 지난달 서울시 여성가족재단과 연계해 약국 취업을 희망하는 여약사 유휴 면허자들의 현장 적응을 돕기 위한 취업 지원교육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 전문직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 맞춤형 취업지원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될 사업이며 서울시약은 이와 연계해 근무약사 취업문제를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것.

김순국 위원장은 “여약사의 경우 결혼이나 출산 등의 문제로 약국을 운영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며 “약국에서 다시 일하고 싶어도 몇 년간의 공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가사와 병행하기 위해 조건에 맞는 약국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실에 서울시가 각 직능단체와 연계해 이들의 취업을 돕는 데 적극 나선 것.

김 위원장은 “최근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대한간호사협회와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며 “약사사회도 이를 계기로 유휴 면허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력풀제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울시약은 최근 서울시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인력풀제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한 바 있으며 약사회가 제출한 근무약사 교육 커리큘럼을 토대로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7월 중순까지 커리큘럼을 구성해 서울시에 제출키로 했다”며 “하반기에 예산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근무약사 인력풀제는 최근 들어 각 지역에서 정착되기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인데 이번에 서울시와 연계해 양질의 근무약사 교육이 무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이들의 취업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인력풀제 전국 지역약사회 확산 전망

최근 들어 제주도약사회가 근무약사 인력제도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시행된 지 1개월 만에 도내 전체 210여개 약국 가운데 50개의 약국이 인력풀제에 가입해 근무약사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서울시약에서도 근무약사 인력풀제를 실시한 바 있지만 서울지역 24개 분회 가운데 근무약사위원회가 설치된 곳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제대로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김 위원장은 밝혔다.

이번에 서울시와 연계한 근무약사 인력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향후 이 같은 인력풀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내다보았다.

김 위원장은 “약사들이 기존에 근무약사를 채용하는 통로는 인터넷 사이트의 구인ㆍ구직란이나 학연, 지연에 의한 것이 전부였다”며 “그 동안 이런 식으로 근무약사를 채용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어 인력풀제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기는 힘들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약사들이 약사회를 통해 편리하게 근무약사를 채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근무약사 채용 시 경력 인정 필요

한편 약국의 경기침체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근무약사를 구하는 곳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근무약사의 인건비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고용시간을 줄여서 채용하거나 아예 혼자서 약국을 경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특히 약국 내 카운터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이라서 이들 때문에 근무약사들이 약국을 그만두는 일도 아직 비일비재하다.

마땅히 제대로 된 역할수행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카운터 등 약국 내 종업원들이 부리는 텃세에 약사로서의 역할 수행이 어렵다는 점이 근무약사들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순국 위원장은 “약국장 스스로가 근무약사가 일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약국장의 인격이나 약국 환경이 근무약사로 하여금 배울만하다고 판단될 만한 곳이라면 충분히 오랫동안 교감을 형성하며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근무약사 역시 자주 약국을 옮기는 것은 본인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약국장과 충분히 대화를 갖고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근무약사 채용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임금문제라고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약사든 경력이 몇 년 이상인 약사든 관계없이 임금이 통상적인 수준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에 불만을 갖는 근무약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력별로 임금을 차등화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물론 약국마다 시스템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경력만으로 임금을 차등화 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처방전 유입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기준으로 임금을 정해놓는다면 분쟁의 소지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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