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스텔라스제약 파드셉
한국아스텔라스제약 파드셉

[팜뉴스=김민건 기자] 한국아스텔라스가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 허가된 '파·키·일·병(파드셉+키트루다 1차 병용요법)' 구하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파드셉(엔포투맙 베도틴)+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병용이 국내 허가 이후 1년 이상 비급여 상태다. 신약-신약 간 병용요법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에 급여기준 설정부터가 난관이다. 

하지만 회사 측의 급여 의지는 확고하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이 엔허투 같은 혁신신약의 임상 성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있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 급여화는 단순한 급여 적용이 아니다. 향후 이어질 신약-신약 병용 급여화의 첫 포문을 연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22일 팜뉴스 취재 결과, 한국아스텔라스는 오는 9월 열릴 예정인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 급여 기준 설정 안건이 상정 여부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파드셉 단독요법은 지난 2023년 7월 국내 허가 이후 두 번째 도전이며, 병용요법은 작년 7월 허가 이후 진전이 없다.

아스텔라스는 올해 5월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이상 치료요법으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EV-302 임상) 그리고 2차 이상 치료 파드셉 단독요법(EV-301 임상)에 대한 급여 신청서를 다시 재출했다. 이에 대한 보완 자료 요청이 지난 7월에 있었고 아스텔라스는 보완 답변까지 완료했다. 

앞서 2차 이상 단독요법에서 비용효과성 인정을 받는데 실패했지만 1차 병용과 2차 단독요법 급여 기준 설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유는 파드셉 같은 신약이 전이성 요로상피암에서 개발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급여 기준이 어떻게 설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재정분담안을 냈다.

백소영 한국아스텔라스 MA 총괄 상무는 재정분담안을 선제적으로 제출한 것은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면서 1차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급여 혜택을 빠르게 받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신약-신약 간 병용요법 급여 과정에서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고 등재된 경우가 전무하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은 국내 신약 급여 역사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아스텔라스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접근하는 이유다. 

백 상무는 "급여 의지만 있다면 방법론은 협의를 통해 조율 가능하다. 현재로선 어떠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단지 재정 분담안이나 어떻게 풀어갈지는 급여 기준을 설정해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급여 기준 설정'이라는 첫 단추부터 끼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스텔라스가 기대하는 것은 병용요법 급여 등재는 경제성평가 면제를 통해 진행한 경험을 심평원이 가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당시 허가사항과 동일하게 급여 기준을 설정했던 만큼 신약-신약 간 병용요법이라고 해도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다. 

아스텔라스는 급여 기준 설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향이 있음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백 상무는 "급여 기준을 설정해야 이후 비용효과성이나 재정 분담안에 대해 회사 측이 제안을 하고 논의를 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2025년 8월 기준, 국내 전이성 요로상피암 급여 치료제 현황
2025년 8월 기준, 국내 전이성 요로상피암 급여 치료제 현황

 

◇1차 병용 생존기간 데이터 압도적, 아스텔라스의 자부심

파드셉이 2차 이상 단독요법에서 비용효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전체생존기간(OS) 개선 혜택과 약가가 발목을 잡았던 탓이다. 전체생존기간 HR 0.7로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켰음에도 비용효과성을 평가하는 ICER 임계값이 해외보다 한국이 좀더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아스텔라스 분석이다.

하지만, 키트루다와 병용하는 1차 치료에서는 생존기간 개선 데이터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소영 아스텔라스 MA 총괄 상무는 "심평원과 논의를 거쳐 제출을 요구받은 모든 자료, 1차 이상 치료 효과에 대한 비용효과성 입증 자료 등을 모두 제출했기에 속도감 있는 검토 진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스텔라스는 파드셉이 엔허투 같은 혁신신약들이 기존 관례를 깨고 급여 등재에 성공한 것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1차 병용요법 임상인 EV-302를 통해 보인 생존기간에서 사망률을 2배 개선했는데, 암종을 불문하고 이러한 생존 개선 혜택을 내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EV-302 전체생존기간 데이터
EV-302 전체생존기간 데이터

 

OECD 38개국 중 32개국에서 파드셉이 허가돼 공급 중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11개국은 파드셉 병용요법이 건강보험에 등재돼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표준치료 옵션으로 사용 중이다. 

◇파드셉이 키트루다를 만났을 때, EV-302이 좋은 임상인 이유

파드셉은 넥틴-4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약물 접합체(ADC)이다. 단클론항체에 세포독성항암제인 미세소관 저해제(MMAE)를 VC 프로테아제 절단성 링커로 연결한 구조다.

파드셉을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항체가 암 세포 표면에 발현된 넥틴-4 닥백질와 결합하고, 파드셉이 암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internalization)을 거쳐 침투하게 된다. 이후 단백 분해 효소에 의해 링커가 절단돼 MMAE 물질이 암 세포 안에서 방출된다. 

MMAE 물질은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미세소관 중합을 억제해 암 세포 분열을 중지시키고, 사멸을 유도한다. 이러한 기전으로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에 국내 시판 허가 적응증을 받은 것은 파드셉이 유일하다. 

키트루다는 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PD-1 수용체와 결합해 면역 반응을 회복시키는 단클론항체이다. 파드셉이 세포독성 항암제 MMAE를 통해 면역원성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죽은 암 세포에서 T세포에 종양 항원을 제시함으로써 면역 체계를 활성화 하며, 이후 PD-1 억제제 키트루다를 병용해 T세포 반응이 증폭, 암 세포가 PD-L1 발현시켜 면역 회피를 방지하는 기전이다. 

파드셉과 키트루다를 병용하면 T세포 반응에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되고 면역 기능을 활성화 시켜 항암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 효과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 886명을 대상으로 한 다국가 3상 연구 EV-302를 통해 확인했다.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요법 그룹 442명과 백금기반 항암요법 그룹 444명을 1대1로 무작위 배정하고 공동 1차평가변수로 OS와 PFS를 채택했다. 

PFS 데이터는 2.5년 지난 시점에서 데이터 컷오프 시 mPFS 12.5개월로 대조군 6.3개월 대비 6개월 이상 이득이 있었다. HR 0.48로 질환 진행 위험을 52% 감소시켰다.

이 데이터가 가치가 있는 것은 기존 표준치료인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또는 젬시타빈+카보플라틴) 최초로 생존기간을 2배 이상 연장했다는 데 있다.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 사용 그룹에서 mOS 값이 33.8개월이 나타났고, 대조군 15.9개월에 비하면 수치적으로는 2배 이상의 생존 이득을 나타내며 HR 0.51로서 사망 위험이 49% 감소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12개월 시점에서 전체생존율은 파드셉 병용군 77.7%와 대조군 61.1%는 24개월 시점에 60.1%와 35.4%로 크게 벌어졌다.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은 콩팥이 안 좋은 환자는 젬시타빈+카보플라틴을 사용하며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9개월, 콩팥이 괜찮은 경우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으로 14개월까지 기대할 수 있다.

EV-302 임상 결과가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콩팥이 나빠 시스플라틴을 못 썼던 환자도 초기에 좋은 치료를 할 수 있었고, 간과 뼈 등으로 전이된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를 포함해 전이성 환자가 95%나 됐다.

하위 분석 내용을 보면 간 전이 환자에서도 효과가 좋았고, PD-L1 발현에 상관이 없었다. 시스플라틴 적합 여부나 전이 부위와 무관했다. 신기능과 나이, 인종에 관계 없이 모든 하위 그룹에서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 보다 좋은 결과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29.1개월 시점에서 전체생존기간 33.8개월 대 15.9개월로 2배나 벌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더욱 중요하게 볼 데이터는 객관적반응률(ORR)과 반응유지기간(DOR)이다. 파드셉 병용군 ORR은 67.5% 대조군 44.2%로, 1.5배 가량 파드셉 병용군이 더 높은 반응이 있었다. 파드셉 병용군에서 완전관해는 30.4%, 부분관해 67.5%였고 대조군은 각각 14.5% 44.2%였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군 반응률은 67.5%였는데 완전반응(CR)이 30.4%였다. 완전반응은 CT에서 암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완치 개념과 다르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군에서 완전반응이 30.4%라는 것은 10명 중 3명은 CT에서 병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좋은 예후와 관련이 있다. 전이성 환자에서 완전반응을 많이 보려고 하는 것이 치료 목표이기도 하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 EV-302 반응 유지기간 데이터
파드셉+키트루다 병용 EV-302 반응 유지기간 데이터

 

반응 유지 기간 역시 상당히 의미있었다. 파드셉 병용 시 23.3개월의 중간 값을 기록한 반면 대조군은 7.0개월로 3.3배 가량 긴 반응 유지 기간을 보였다. 파드셉 병용에 반응을 보이면 23.3개월 정도는 치료 반응을 보이는 것인 중간 값이라는 얘기다.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의 ORR은 40~50% 수준으로 좋은 편이지만 문제는 mPFS가 6~7개월로 금방 암이 진행해 상태가 안 좋아진다는 사실이다. mOS 9~14개월로 1년이 조금 넘는 예후가 굉장히 불량한 치료 효과가 지금까지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표준치료다. 반면,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은 반응만 좋다면 치료 기간은 2년 가까이 가지고 갈 수 있다. 

◇파드셉+키트루다, 왜 1차 치료부터 써야하나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쓰면 대부분 1년 이내 사망한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국내 빅5 규모의 상급종병에서 1차 치료를 환자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으로 2차 3차 치료로 못 넘어가고 사망하는 경우가 30%다. 3차 치료로 가는 환자는 38% 정도다.

조정민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조정민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조정민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사실 1차 치료에서 제대로 반응이 없으면 30%는 후속 치료 기회가 없다. 특히 전이가 많이된 환자는 초반에 큰 효과를 기대하는 약물을 쓰지 않으면 뒤에 기회가 없다. 2차 치료를 고려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1차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V-302 데이터 발표 이후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바꼈다. NCCN 가이드라인은 EV-302 데이터 발표 이후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 변화를 줬다. 2023년 NCCN 가이드라인과 2025년 4월 가이드를 보면, 파드셉 병용을 유일하게 선호하는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카테고리1은 잘 디자인된 대규모 3상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하며, 이 결과를 NCCN 리뷰 패널 절반 이상 또는 75% 이상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경우 선정한다.

2023년 NCCN 가이드라인은 선호하는 카테고리1에 ▶젬시스 → 바벤시오(아벨루맙) 유지요법 ▶Dose-Dense Methotrexate(메토트렉세이트) + Vinblastine(빈블라스틴) + Doxorubicin(독소루비신) + Cisplatin(시스플라틴), 이하 DDMVAC)+GF(성장인자) → 바벤시오 유지요법 ▶GemCarbo(젬시타빈+카보플라틴) → 바벤시오 유지요법을 권고했다. 

이 외에 기타 권고요법으로는 젬시타빈 단독, 젬시타빈+파클리탁셀 병용,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을 뒀다. 이후 특정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요법으로 이포스파마이드+독소루비신+젬시타빈 병용, 티쎈트릭을 등재했다.

EV-302 데이터 이후 2025년 가이드라인은 선호요법(카테고리1)에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을 권고하고, 기타 권고요법으로 ▶젬시스 → 바벤시오(아벨루맙) 유지요법 ▶옵디보+젬시스 → 옵디보 유지요법 ▶DDMVAC + GF → 바벤시오 유지요법으로 바뀌었다.

이 외에 사용 가능한 권고요법으로 젬카보, 바벤시오 유지요법, 키트루다, 티쎈트릭이 올라 있다.

조 교수는 "이렇게 좋은 결과를 가진 신약이 있어도 비용에 따라 치료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슬픈 상황이다. 진료하는 입장에서 돈 때문에 약제를 결정하는 게 좋은 마음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폐암에서 1차로 급여가 되는 신약은 20개인 반면 요로상피암은 0개로 특정 암에는 굉장히 급여가 되고 신약이 빨리 들어오는 결과, 5년 상대생존율이 2006년부터 2022년까지 폐암은 20.3%가 올랐지만 요로상피암은 0.6%에 불과하다. 환자의 치료비 부담이 정말 큰 문제이고, 실제로 자녀들하고 같이 오는 환자들이 그 앞에서 비용 문제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부모와 자녀 입장에서 모두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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