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아이의 건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에서 출발한다. 마포구 약사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건 약사는 “장 건강은 면역 기능은 물론, 감염 회복, 피부 상태, 심지어 정서와 인지 발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11일 팜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유튜브 건강버스TV 인터뷰에서 그는 유산균에 대한 오해와 선택 기준, 복용법과 관찰법까지 부모들이 알아야 할 현실적 조언을 내놨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논문과 근거’
유산균 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0억 마리’, ‘500억 CFU’ 같은 숫자에 대해 김 약사는 “숫자보다 근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많은 균이 들어 있어도, 그 균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내는지 입증된 연구가 없다면 믿을 수 없습니다.” 특히 그는 락토바실러스 램노서스 GG(Lactobacillus rhamnosus GG)처럼 수백 편의 국제 논문과 임상 연구가 누적된 균주만이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특허 균주’라는 표기나 ‘기능성 인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일 균주는 효과가 분명합니다
복합균주 제품이 많지만, 아이에게는 단일 균주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10종의 유산균이 각각 10억 마리씩 섞여 있는 제품은 어떤 균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는 특히 아이처럼 장이 아직 성장 중인 경우엔 단일 균주가 효과 측정과 유지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단일 균주는 복용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조정도 쉽습니다. 특히 락토바실러스 램노서스 GG는 한 균주만으로도 장내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 논문으로 입증돼 있습니다.”
생존이 먼저입니다… 장까지 가야 의미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균주라도 장에 도달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김 약사는 “입에서 삼킨 유산균은 위산, 담즙산이라는 장벽을 거쳐야 하는데, 대부분의 균은 이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사멸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생존율을 고려할 때는 복용량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며, “50억~100억 CFU 수준은 돼야 일부라도 장까지 살아 도달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장내 부착력, 유산균 효과를 좌우합니다
생존율만큼 중요한 요소가 ‘장내 부착력’이다. 장까지 도달한 유산균이 바로 배출되면 장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없다. 김 약사는 “락토바실러스 램노서스 GG는 부착력이 높아 장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그만큼 면역 조절·소화 기능 회복 등 실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생존은 확률의 문제지만, 부착력은 균주의 고유 특성이라는 설명이다.
복용 시간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
공복에 먹어야 유산균이 장까지 더 잘 간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김 약사는 “복용 시간을 고민하기보다 잊지 않고 매일 먹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복이든 식후든 복용을 계속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아침 식사와 연결해 유산균을 복용하는 생활 루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효과가 없으면 과감하게 바꾸세요
꾸준히 먹었는데도 변비나 설사 같은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품을 바꾸는 것이 낫다. “유산균은 일시적인 생균이기 때문에, 맞지 않으면 계속 복용해도 효과가 없습니다.” 그는 ‘무조건 꾸준히’가 아니라 ‘반응이 있을 때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아이에게 잘 맞는 유산균은 불편 없이 장 상태가 안정되는 제품입니다. 불편하거나 변화가 없다면 과감하게 바꾸셔야 합니다.”
항생제 복용 중에는 피하십시오
김 약사는 “항생제는 유해균과 유익균을 가리지 않고 모두 사멸시키기 때문에, 항생제 복용 중 유산균을 함께 먹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고 설명했다. 유산균도 세균이기 때문에 항생제에 의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치료가 끝난 후 2~3일 정도 지나 장내 환경이 안정되었을 때 유산균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토피·비염보다 피부는 장과 직접 연결됩니다
피부 유산균이라는 표현이 흔하지만, 김 약사는 “피부에 특화된 유산균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장 건강이 좋아지면 피부 상태도 확연히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아이들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고 설명했다. 장 내 면역세포의 안정성이 피부에도 직접 반영된다는 것이다.
감기 잘 걸리는 아이, 장 건강부터 점검하세요
“면역력이 약한 아이는 장이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김 약사는 감기나 중이염을 반복해서 앓는 아이의 경우, 장 건강 상태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장 주변에 면역세포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 환경이 안정돼야 호흡기 감염에도 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챙겨야 할 건 ‘변의 색과 횟수’
김 약사는 “아이는 배가 아파도 표현을 못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대변 상태를 관찰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대변 색, 횟수, 냄새, 형태 등은 장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이며, 특히 아이가 반복적으로 체하거나 예민해지는 경우 장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에 맞는 제형 선택도 중요합니다
유산균 제품은 드롭형, 분말형, 츄어블형 등 다양한 형태로 나뉜다. 김 약사는 “0~2세 아이는 액상 드롭 제형이 안전하고, 가루는 폐로 들어갈 위험이 있어 반드시 녹여서 먹이는 게 좋습니다. 4~5세 이후에는 츄어블 제형도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연령별 제형 선택은 단순한 편의 문제 이상으로, 복용 안전성과 직결된다.
유산균은 유행이 아니라, 맞는 제품을 찾는 과정입니다
김 약사는 유산균도 ‘내 아이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아이에게 효과 있다고 해서, 우리 아이에게도 맞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효과가 있고 불편이 없다면, 그대로 꾸준히 먹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유산균은 하루 이틀 먹고 끝나는 영양제가 아니기 때문에, 광고나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