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당뇨병콩팥병(당뇨병신질환)에서 신장 염증을 유발하는 핵심 기전을 밝혀냈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한승석 교수팀(박평강 아주의대 교수, 황주현 서울의대 학생)과 서울의대 의과학과 김현제 교수팀(김용준 서울의대 학생)은 동물 실험과 환자 유래 조직 분석을 통해, 신장 내 염증을 유도하는 중심 물질로 CXCL12를 지목했다.
연구팀은 CXCL12가 손상된 사구체와 신세뇨관 간의 상호 작용 과정에서 분비되며, 이 물질이 T 면역세포를 신장으로 유인해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는 기전을 규명했다. 특히 CXCL12의 발현 증가가 T 세포의 신장 침투를 촉진하고, 이로 인해 신장 기능이 저하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당뇨병콩팥병은 국내외에서 가장 흔한 만성 신장질환으로, 국내 투석 환자의 절반가량이 이 질환에 기인할 만큼 유병률과 사회적 부담이 크다. 고혈당과 동반 질환으로 인해 사구체와 신세뇨관이 손상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장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된다. 현재까지는 SGLT2 억제제, RAS 차단제,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 등의 약물이 신장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사용되고 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신장 기능이 빠르게 악화돼 10년 이내에 투석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지방식이와 streptozotocin 약물을 이용해 2형 당뇨병콩팥병을 유발하는 동물 모델을 구축했다. 이 모델에서 T 세포가 신장에 침투하고 활성화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인슐린 저항성과 사구체 과다여과, 사구체 손상 등 당뇨병콩팥병의 주요 병태가 관찰됐다. 침투한 T 세포는 신세뇨관을 손상시키는 주요 인자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단일 세포 RNA 시퀀싱과 조직 분석을 통해, 신세뇨관에서 발현되는 CXCL12가 T 세포를 유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손상된 사구체와 신세뇨관 사이의 상호 작용은 CXCL12 분비를 증가시키고, 이 물질은 CXCR4 수용체를 갖는 T 세포를 유도해 신장 염증을 유발한다. 나아가 CXCL12 항체를 동물 모델에 투여한 결과, T 세포의 신장 침투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2형 당뇨병콩팥병 환자의 신장 조직을 분석한 결과, CXCL12의 발현 수준이 높을수록 사구체여과율(eGFR)이 낮고, 질환의 진행 속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XCL12가 질환의 진행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승석 교수는 “당뇨병콩팥병의 기존 치료는 신장 기능 저하를 완전히 막지 못한다”며 “신장 염증을 조절하면 기능 보존과 투석 시점 지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CXCL12 혹은 관련 염증 기전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학술지인 ‘Diabetes & Metabolism Journal’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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