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승훈 교수
사진. 이승훈 교수

미세먼지, 스트레스, 스마트폰, 수면 부족 등 우리의 일상 속에는 언제나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 변화에 따른 불안감과 대인관계에서의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의 병원 방문 수는 2019년 81만 명에서 2023년 108만 명으로 약 33.3% 증가하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울증은 단순한 우울감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으로,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방치할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울증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훈 교수가 말하는 우울증에 대해 알아보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증,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받아야

우울증은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정신질환이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 유전적 요인, 호르몬 변화 등이 생물학적 원인으로 작용하며, 부정적인 사고 패턴, 스트레스, 과거의 트라우마 등 심리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서는 SNS나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우울증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우울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진료를 한다면 보통 주요우울장애 진단기준(DSM-5)을 통해 진단하는데 총 9가지며, 5가지 이상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우울증이라 진단한다.

주요우울장애 진단기준(DSM-5)

우울한 기분: 거의 매일,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음

흥미 또는 즐거움 감소: 모든 활동에 대한 관심과 즐거움이 뚜렷하게 감소

체중 또는 식욕 변화: 식욕 감소 또는 증가로 인한 체중 변화

수면 문제: 불면증 또는 과다수면

정신운동 초조 또는 지체: 움직임이 느려지거나(지체), 안절부절못함(초조)

피로감 또는 에너지 감소: 지속적인 피로, 기력 저하

무가치함 또는 과도한 죄책감: 자신을 쓸모없다고 느끼거나 이유 없이 죄책감을 느낌

집중력 저하 또는 우유부단함: 사고력, 집중력 저하, 결정을 내리기 어려움

자살 사고: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자살에 대한 계획 또는 시도

무조건 약물치료는 아니야, 상담 후 결정해야

우울증 치료는 크게 비약물치료와 약물치료로 나뉜다. 비약물치료에는 정신치료(심리치료), 생활습관 개선, 운동, 명상 등이 포함된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진행하는 인지행동치료(CBT)는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수정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사회적 활동 참여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는 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나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와 같은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이들 약물은 뇌 내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조절하여 우울증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환자의 증상과 개인별 특성에 따라 적절한 약물이 처방되며,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기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약물치료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우울증의 무게, 산책과 운동으로 조금씩 내려놔야

우울증이 걸렸다면 당연히 전문의의 진료와 치료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진료와 치료가 선행되었다면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국내외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산책이나 약간 숨이 차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시행할 경우 뇌에서 엔도르핀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기분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나 자연 속에서의 산책은 심리적 긴장을 완화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운동은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며, 자기 효능감을 높여 우울증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리한 운동보다는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루 30분 이상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요가, 스트레칭 같은 활동을 병행하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인의 우울증 증가세 高속, 치료받는 사람은 低속

현대사회에서 우울증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과 치열한 경쟁, 대인관계에서의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을 경험하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며 우울증은 연령ㆍ성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사회 속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시선이나 사회적 낙인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가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정신건강문제 경험 시 의사(한의사 제외) 또는 기타 정신건강전문가와 상담(상의)을 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률은 12.1%로 캐나다(46.5%), 일본(20%)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승훈 교수는 “우울증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이나 무조건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며 “우울증과 더불어 정신건강의 문제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정신건강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지속적으로 형성되어야 하며, 문제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신병이라는 편견과 오해, 뇌전증 환자는 더 고통스럽다

 

사진. 황경진 교수
사진. 황경진 교수

3월 26일(수)은 뇌전증 인식 개선의 날인 ‘퍼플데이(Purple Day)’로, 2008년 뇌전증을 앓던 캐나다 소녀가 뇌전증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환우 간 유대 강화를 위해 보라색 옷을 입자고 제안한 것에서 시작됐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흥분 상태가 되면서 뇌기능 마비를 불러오는 만성적인 신경질환이다. 모든 연령에서 발병 가능하며, 발병 위험인자는 연령에 따라 다르다. 우선 영유아기에는 ▲선천성 기형 ▲주산기 뇌손상 ▲감염과 열성경련이 있으며, 청장년기와 노년기에는 ▲외상 ▲뇌졸중 ▲뇌종양 등이 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황경진 교수는 “뇌전증은 오랜 기간 난치병, 귀신병, 정신병으로 불리며 쌓인 오해와 편견 속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온 질환 중 하나로, 대다수 환자는 병원에 방문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원인이 후천적이든, 선천적이든 신경학적 질환 중 하나로 스스로 탓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뇌전증 환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자는 인식개선 활동이 많아져 병명도 ‘지랄병’이라는 간질(癇疾)에서 뇌전증으로 정식 용어가 변경됐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환자나 가족이 겪는 고통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뇌전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발작이다. 손발 떨림, 언어 장애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으며, 의식이 불분명해져 스스로 발작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정도에 따라 거품을 물고 온몸이 뻣뻣해지는 대발작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황 교수는 “일회성의 짧은 발작은 대부분 수분 내에 자연적으로 회복하며 뇌손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잠들거나 일시적인 혼란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며 “대부분의 발작은 오래 지속되지 않지만, 성인은 5분 이상, 어린이는 3분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으로 빨리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뇌전증 진단에는 병력 청취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발작 상황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 주변인의 진술이 필요하다. 이 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뇌파검사와 뇌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뇌파검사는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고 뇌의 미세한 전기 활동을 증폭해 기록하는 것으로, 시간이나 상황마다 변하는 뇌기능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이는 뇌전증 종류를 구분해 약물 선정에 도움을 준다.

황 교수는 “뇌전증의 기본적인 치료방법은 약물치료로, 환자의 약 60~70%는 약으로 증상 조절이 가능하며 2~3년간 추가적인 발작이 없을 때는 약물 중단도 가능하다”며 “중요한 것은 뇌전증의 종류와 환자의 특성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이 다르고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약물치료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은 문제가 되는 뇌의 특정 영역을 절제하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절제술이 불가하다면, 미주신경자극술, 뇌심부자극술 등이 활용된다. 미주신경자극술은 목에 위치한 미주신경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주면서 뇌에 신호를 보내 발작 횟수와 강도를 줄이는 치료다. 수술보다 효과는 적지만 최소 침습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비교적 시술에 대한 부담감과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황 교수는 “뇌전증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 이외에도 철저한 생활 관리 또한 중요하다”며 “음주와 불규칙한 수면은 경련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단기간에 심박수를 올릴 수 있는 과격한 운동은 위험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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