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신재민 교수
사진. 신재민 교수

A씨(23)는 요즘 봄이 달갑지 않다.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심해지면서 아침마다 콧물이 흐르고 밤에는 코막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일상생활에서도 불편을 겪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 털 등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계 과민반응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국내 인구의 약 15~20%가 이 질환을 앓고 있으며,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알레르기 비염 진단율은 2012년 대비 2022년 4.4% 증가했다. 환경오염, 미세먼지 증가, 생활습관 변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알레르기 비염은 통년성과 계절성으로 나뉜다. 통년성 비염은 주로 집먼지진드기 등 실내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의해 발생하며, 반려동물 털이나 비듬도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계절성 비염은 특정 계절에만 증상이 나타나며, 봄철에는 꽃가루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부모 중 한 명이 천식이나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으면 자녀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특정 환경에서 갑작스럽게 발현될 수도 있다. 일부 환자는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완화되지만, 중장년층에서도 새롭게 발병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증상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이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혼동될 수 있지만,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1~2주 내 호전되는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의 상담과 검사가 필요하다.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만성 부비동염, 삼출성 중이염, 수면무호흡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어린 환자의 경우 구강 호흡 습관이 형성되면서 얼굴 변형이나 치아 부정교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얼굴을 자주 비비는 습관이 생기면 피부 변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치료법은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수술요법으로 나뉜다. 회피요법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원인 물질 차단이 어렵다면 약물요법이 필요하다. 약물치료에는 항히스타민제,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등이 사용되며, 증상에 따라 류코트리엔 조절제나 혈관수축제가 추가될 수 있다. 면역요법은 원인 물질에 대한 면역계를 점진적으로 조절해 알레르기 반응을 감소시키는 치료법으로, 3~5년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신재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증상 완화와 예방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봄철에는 꽃가루와 미세먼지가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 교수는 “봄철에는 특히 코세척을 권장한다. 코세척은 코 점막의 섬모 운동을 활성화하고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라며 “멸균된 생리식염수나 끓여 식힌 물에 적절한 농도의 소금을 녹인 식염수를 사용해 매일 코세척을 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초기 폐암 치료, 수술이 최선일까? 방사선 수술은 대안이 될까?

 

사진. 공문규 교수
사진. 공문규 교수

75세 이상 고령, 기저질환 있거나 암 크기 작다면 방사선 수술 효과적

초기 폐암 치료의 표준은 외과적 절제술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방사선 수술이 도입되면서, 어떤 치료법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외과적 절제술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방사선 수술이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최근 연구들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공문규 교수는 “두 치료법은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며 상호보완적인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무조건 우월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같은 초기 폐암이라도 환자의 성별, 나이, 흡연 여부, 건강 상태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치료법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외과적 절제술의 가장 큰 강점은 암 조직뿐만 아니라 암이 퍼질 가능성이 있는 주변 임파절까지 광범위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절제한 암 조직을 현미경으로 정밀 분석할 수 있어 추가적인 정보를 얻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전신마취가 필수적이며, 방사선 수술에 비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공 교수는 “방사선 수술은 전신마취 없이 진행되므로 수술 부작용이 적고, 통증이나 출혈이 거의 없어 입원 기간이 짧다. 따라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과적 절제술에 비해 치료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재발 위험이 높고, 암 조직을 태워 없애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미경을 통한 추가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치료법 선택에 대한 기준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다. 젊고 건강한 환자이거나 암 크기가 2cm 이상이라면 외과적 절제술이 더 효과적이다. 반면, ▲75세 이상 고령이거나 ▲중증 폐질환(만성 폐쇄성 폐질환, 간질성 폐질환) 또는 심혈관 질환(심부전,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경우 ▲암 크기가 2cm 이하이거나 ▲암이 폐 주변부에 위치한 경우에는 방사선 수술이 더 적합하다.

공 교수는 “의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치료법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기존 치료법도 기술의 접목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면서 “초기 폐암 치료 역시 환자의 상태를 철저히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며, 의료진 간 협진을 통해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고령 환자의 청력 회복, ‘뇌 건강’에 달렸다

사진. (왼쪽부터) 배성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김준엽 전 한양대학교병원 교수
사진. (왼쪽부터) 배성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김준엽 전 한양대학교병원 교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병원장 구성욱) 이비인후과 배성훈 교수 연구팀이 뇌 건강 상태로 난청 환자의 인공와우 이식 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난청은 고령 인구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우울증과 치매 위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인공와우 이식은 고도난청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으나, 고령을 이유로 수술을 주저하거나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청력 특성상 환자마다 개인차가 있어 수술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부족한 상황이다.

배성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김준엽 전 한양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청력과 소뇌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소뇌는 전통적으로 운동 기능과 균형 유지에 주로 관여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소뇌가 언어 지각과 같은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연구팀은 70세 이상의 인공와우 이식 환자 52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뇌 MRI를 살펴봤다. 소뇌에서 언어 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Crus I’ 영역의 회백질 부피를 정밀 측정했으며, 이후 단음절, 이음절 단어 및 문장 인식을 테스트하여 Crus I 회백질 부피와 청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림 1) 각 변수 간 상관관계. 빨간색은 비례, 파란색은 반비례 관계를 의미한다. 나이는 수술 결과(Post scores of SIT)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난청기간(DoD)는 나이와 약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난청기간이 길수록 수술 결과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림 1) 각 변수 간 상관관계. 빨간색은 비례, 파란색은 반비례 관계를 의미한다. 나이는 수술 결과(Post scores of SIT)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난청기간(DoD)는 나이와 약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난청기간이 길수록 수술 결과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림 2) 나이와 성별이 같은 정상 청력군과 난청 환자군의 소뇌 위축 정도 비교. 상단의 뇌 그림에서 빨간색 부위는 난청 환자군에서 유의하게 위축이 발생한 소뇌 회백질 영역을 나타낸다. 하단의 그림은 난청 환자(좌하단, 파란색)와 정상 청력군(우하단, 빨간색) 개개인의 ‘소뇌 회백질 영역’내 평균 회백질 두께를 시각화한 바이올린 그래프이다. 난청 환자의 평균 회백질 두께가 정상 청력군에 비해 유의하게 작음(아래로 더 길쭉한 바이올린 형태)을 알 수 있다.
(그림 2) 나이와 성별이 같은 정상 청력군과 난청 환자군의 소뇌 위축 정도 비교. 상단의 뇌 그림에서 빨간색 부위는 난청 환자군에서 유의하게 위축이 발생한 소뇌 회백질 영역을 나타낸다. 하단의 그림은 난청 환자(좌하단, 파란색)와 정상 청력군(우하단, 빨간색) 개개인의 ‘소뇌 회백질 영역’내 평균 회백질 두께를 시각화한 바이올린 그래프이다. 난청 환자의 평균 회백질 두께가 정상 청력군에 비해 유의하게 작음(아래로 더 길쭉한 바이올린 형태)을 알 수 있다.

연구 결과, 소뇌 Crus I 부위의 회백질이 줄고 위축된 환자일수록 수술 후 언어 인식 능력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나이는 인공와우 이식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기존에 수술 결과 예측에 중요하게 여겼던 난청 지속기간(Duration of Deafness, DoD)보다 소뇌의 위축 정도가 수술 예후에 더 영향이 크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로 인공와우 이식의 성공 여부가 단순히 난청 지속기간에만 달려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인공와우 이식 성공 가능성을 미리 평가할 수 있어 환자 선별과 수술 결과 예측에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배성훈 교수는 "앞으로 수술 전 뇌 MRI를 통해 소뇌 Crus I의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나이는 인공와우 수술의 결과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으므로 고령 환자도 안심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국립암센터, 한국인 암 환자의 PALB2 유전자 변이 연구 성과 발표

 

사진. 공선영 교수
사진. 공선영 교수

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는 한국인 암 환자 3,987명을 대상으로 암을 일으키는 유전적 소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결과, PALB2 유전자 생식세포 변이가 있는 환자의 비율을 밝히는 연구 성과를 세계 3대 암 학회 중 하나인 유럽종양학회 공식 저널(ESMO Open) (IF 7.1, 종양학 분야 상위 12%)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PALB2 유전자는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전립선암 등 다양한 암 발생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로, BRCA1/2 유전자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외국에서는 일찍부터 해당 유전자에 대한 검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2017년 차세대염기서열 분석법(NGS, Next-Generation Sequencing)이 도입되면서 본격적인 검사가 가능하게 됐다.

아직까지 국내의 PALB2 유전자 생식세포 변이 빈도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연구팀은 이전에 진행한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박종은 교수와의 공동 연구에서 동아시아 일반 인구집단의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PALB2 유전자 변이 빈도가 0.13%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한 후(Cancers. 2024;16(19):3318),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 암 환자에서 해당 유전자 변이가 더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한국인 전체 암 환자의 0.6%, 유방암 환자의 0.9%, 난소암 환자의 0.3%에서 PALB2 유전자 병원성 변이가 확인됐다.

특히 연구팀은 한국인에서 특이적으로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PALB2 유전자의 c.3350+5G>A 변이가 유전자의 일부(엑손 11-12)를 삭제하는 대체 스플라이싱(alternative splicing)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실험 결과를 통해 밝혔다. 스플라이싱이란, 단백질을 만들 때 불필요한 유전자 부분을 제거하고 필요한 유전자 부분만 연결하는 과정으로, 대체 스플라이싱이 일어나면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생성되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PALB2 유전자 병원성 변이를 가진 환자들은 일반적인 암 환자보다 더 낮은 연령에서 암이 발병했으며, 여러 종류의 암(다중암)을 보유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표적치료연구과 강민채 연구원(제1저자)과 유방암센터, 자궁·난소암센터, 희귀암센터 등의 다학제 연구진과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으며,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사업(NCC-2410821-1) 및 보건복지부 재원으로 암생존자헬스케어연구사업(RS-2023-CC139201)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를 이끈 공선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 암 환자에서 PALB2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 빈도와 특성을 분석한 첫 대규모 연구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며, “앞으로도 국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자 병원성 변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도록 다양한 과의 의료진과 협력하고 연구를 지속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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