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상대 교수
사진.  김상대 교수

뇌종양은 두개골뿐만 아니라 뇌 주변의 뇌신경, 뇌막, 뇌혈관, 두피 등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뇌종양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양성 뇌종양 환자는 2020년 4만 7,675명에서 2022년 5만 5,382명으로 증가했으며, 악성 뇌종양 환자는 같은 기간 1만 1,603명에서 1만 2,140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악성 뇌종양 중 하나인 교모세포종은 매년 약 1,000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종양은 크게 양성과 악성으로 구분된다. 양성 뇌종양은 주로 뇌 바깥에서 발생하며, 성장 속도가 느리다. 대표적인 양성 뇌종양으로는 뇌수막종이 가장 많으며, 뇌하수체 종양과 청신경초종도 흔히 발생한다.

반면, 악성 뇌종양은 빠르게 성장하며 주위 조직을 침투해 정상적인 뇌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전이성 뇌종양은 다른 장기의 암이 뇌로 전이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뇌종양의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이다. 오후에 뒷목이 뻣뻣해지는 긴장성 두통과 달리, 새벽에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는 장시간 누워 있으면 호흡량이 줄어들고 뇌혈관에 혈액이 몰리면서 종양이 뇌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뇌종양센터 신경외과 김상대 교수는 “새벽에 반복적으로 두통이 심해지거나 마비, 시력 저하,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뇌종양을 의심하고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뇌종양 치료는 종양의 크기, 위치,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작은 양성 종양의 경우 방사선 치료로 치료할 수 있으며, 크기가 크거나 악성 종양일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악성 종양의 경우, 수술과 함께 방사선 및 항암 치료가 병행될 수 있다. 특히, 수술 중 신경 손상의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환자를 깨운 상태에서 뇌 기능을 확인하며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뇌종양 치료는 내시경 수술이 주로 시행된다. 기존의 개두술(두개골을 여는 방식) 대신, 코와 눈 주변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여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안와 내시경 수술은 눈 주변에 발생한 뇌종양을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으며, 빠른 회복을 돕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내시경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신경과 혈관을 보호하면서 출혈과 합병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수술 과정이 간단하고 정확도가 높아 환자의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일상 복귀가 용이하다.

고려대 안산병원 뇌종양센터 김민지 교수는 “감마나이프, 트루빔 STx, 사이버나이프 등 최신 방사선 수술이 뇌종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개 없이 고정밀 방사선만으로 종양을 정확하게 조준해 치료하는 방식으로, 주변의 건강한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수술이 어려운 경우 또는 수술 후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미세한 종양을 제거하는 데 방사선 치료가 병행되기도 한다.

뇌종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다학제 협진을 통한 맞춤형 치료이다.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내분비내과 등 여러 진료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수술 여부,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환자의 상태에 맞춘 정밀한 치료가 이뤄진다.

고려대 안산병원 뇌종양센터 신경외과 김상대 교수는 “뇌종양 치료는 환자 개개인에 맞춘 접근과 최신 수술 기술의 융합이 핵심”이라며, “종양의 위치와 크기,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림트가 ‘The Kiss’에 적혈구를 그린 이유는?

 

사진. 유임주 교수
사진. 유임주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BK21 의과학연구단 단장)는 고대의대 박현미, 김대현, 이화민 교수와 함께 클림트의 작품 ‘The Kiss(키스)’ 속 적혈구의 의학·예술적 의미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클림트가 활동하던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의과학 문헌을 분석하고, 그가 ‘키스’에 적혈구를 배치한 이유를 의학적 관점에서 추론했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의 가슴과 무릎 부분에 빨간 원반 모양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붉은 원반들은 의학적으로 적혈구를 연상시키며, 생물학적 의미와 색채 심리학적 요소가 절묘하게 조합되어 작품 전체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키스’ 속 두 주인공의 옷에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3일간의 서사가 담겨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생리학적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작품 속 적혈구 모양을 의학적 맥락에서 살펴보면, ABO 혈액형의 존재를 최초로 밝힌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카를 란트슈타이너(Landsteiner, 1868~1943)가 1901년 오스트리아 빈 임상의학 주간지(Wien Klin Wochenschr)에 해당 논문을 발표한 사실과 연결된다. 연구팀은 클림트가 당시 유명 해부학자인 에밀 주커칸들(Emil Zuckerkandl) 교수와 친분을 맺고 있었으며, 주커칸들 교수가 이 잡지의 편집진 중 한 명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주커칸들 교수는 1903년 클림트의 요청으로 예술가들을 위한 해부학 강의를 진행했으며, 그의 연구가 클림트 작품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다(유임주, 클림트를 해부하다, 2024). 또한, 연구팀은 클림트의 서재에서 19세기 독일에서 널리 보급되었던 백과사전(Meyers Großes Konversations-Lexikon)이 발견됐으며, 여기에는 적혈구를 포함한 혈구 세포의 컬러 그림이 수록되어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클림트가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당시 최신 의학 자료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키스’ 속 여성의 가슴 부분에 위치한 적혈구 아래쪽을 보면, 그녀의 팔이 굽혀져 있으며 이는 심장의 형태와 유사한 윤곽을 형성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부분이 혈구 세포가 존재하는 심장을 상징하며, 심장의 박동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가 여인의 육체와 그 속에서 잉태된 새로운 생명에게 전달되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러한 생리학적 요소가 더해짐으로써 작품 전체에 강렬한 생명력이 깃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여성의 무릎 부분에 배치된 적혈구는 생리혈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작품 속 여성이 생식 능력을 갖춘 나이에 있음을 표현했으며, 인간 발생의 필수 요소로서 생리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녹여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클림트가 ‘키스’에 적혈구를 배치한 이유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원본 작품에서 적혈구 부분을 삭제한 ‘키스, RBC Knockout Kiss’를 제작했다. 이후 2022년 울산국제아트페어(UiAF)에서 원본과 수정된 그림을 함께 전시하고, 참관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관람객들은 원본을 보았을 때 ‘강렬함’, ‘화려함’, ‘생기 넘침’, ‘아름다움’, ‘젊은 사랑’ 등의 느낌을 받았다고 응답한 반면, 적혈구가 삭제된 그림을 본 경우 ‘단조로움’, ‘고요함’, ‘생기가 없는 죽음’ 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적혈구가 작품에 생명력과 감정적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는 “클림트의 ‘키스’는 두 연인의 황홀한 사랑을 표현한 작품이지만,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의 순환과 탄생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걸작”이라며 “이 작품은 당대 최고의 의학 기술과 과학적 발견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여 대중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현대 사회에서도 과학과 문화의 융합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2021년 세계적 의학학술지 JAMA(미국의학협회지)에 ‘키스’ 속 남성과 여성의 옷에 표현된 정자와 난자, 수정 과정을 의학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그 후속 연구로서, 클림트가 작품 속 문양과 상징을 통해 의학적 요소를 어떻게 예술적으로 변환했는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조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속 적혈구 세포의 의학적-예술적 분석(Medico-Artistic Analysis of Red Blood Cells in Gustav Klimt’s ‘The Kiss’)’이라는 제목으로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s)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이유 없이 심하게 우는 아이, 이후 증상을 살펴야 하는 이유

 

사진. 
사진. 유지욱 교수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 부족한 혈류량을 보충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이 생성된다. 이러한 수많은 이상 혈관이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모야모야병’이라 불린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완치 또한 어려운 희소질환이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유지욱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희소질환으로, 내경동맥 말단부가 아무 이유 없이 점점 좁아지면서 두통, 팔다리 마비, 감각 기능 저하, 언어·시각 장애를 유발한다”며 “통계적으로 보면 10세 전후의 소아와 4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 주로 관찰되며, 남성보다 여성에서 2배 더 많이 발생하고, 서양보다 동아시아 국가에서 약 10배 이상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발병률이 높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아시아인의 혈관 형태학적 특징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야모야병이 진행되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데, 아시아 환자는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비중이 높아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이 뇌출혈을 경험한다. 이는 출혈성 환자가 5% 정도에 불과한 미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치다.

유지욱 교수는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혈관의 벽은 튼튼하지 않아 작은 자극에도 쉽게 출혈을 일으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일반적인 뇌혈관 협착과 증상이 유사한 데다, 희소질환이다 보니 임상 경험이 부족한 의료진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상은 혈액 공급이 부족한 부위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 성인의 경우 갑작스러운 두통과 함께 의식상실, 반신 마비 등 뇌출혈 증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반면, 소아는 뇌혈관이 수축하는 특정 행동을 한 후 일시적인 신경학적 이상 증세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심하게 울고 난 직후, 과격한 운동을 하거나 뜨거운 음식을 식히기 위해 바람을 불고 난 후에 일시적으로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언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유지욱 교수는 “진단은 환자의 병력 청취와 함께 CT, MRI, 뇌혈관 조영술 등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며 “모야모야병으로 인해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다면, 추후 재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 치료 및 수술을 통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모야모야병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거나 뇌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 한해 수술이 고려된다.

수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직접 혈관 문합술은 막힌 혈관을 우회하기 위해 건강한 혈관을 직접 연결하는 방법이며, 간접 혈관 문합술은 혈관을 뇌 표면에 접촉시켜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혈관이 자라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유지욱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보통 뇌의 양측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3~6개월 간격을 두고 수술을 시행하며, 증상이 더 심한 쪽을 먼저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주로 시행되는 직접 혈관 문합술은 1mm 크기의 혈관을 12바늘 이상 꿰매야 할 정도로 고도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고난도 수술이지만,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낮고 뇌졸중 예방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모야모야병 치료의 핵심은 뇌경색 또는 뇌출혈의 재발을 장기적으로 예방하는 것이다. 수술 후 뇌졸중 재발 가능성은 연간 1%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어, 수술의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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