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약사 단체에 소속됐지만 약사가 아닌 연구자들이 모여 오로지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갖고 이끌어 온 연구회가 있다. 바로 대한약학회 산하 신약개발네트워크연구회(DDN)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하이원 신약개발 심포지아'는 의약학 뿐만 아니라 기초 과학인 생물, 화학, 수의학, 미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신약개발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최신 지견을 공유하는 학술·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팜뉴스 취재진은 지난 1월 8일부터 10일까지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 마운틴프라자에서 개최된 '2025 하이원 신약개발 심포지아'를 방문해 육종인 신약개발네트워크연구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한약학회 신약개발네트워크연구회(DDN) 육종인 회장
대한약학회 신약개발네트워크연구회(DDN) 육종인 회장

# 간단하게 본인 프로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저는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에서 병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대한약학회 신약개발네트워크연구회(DDN, Drug Development Network) 회장을 맡고 있다.

구강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의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임상적 특징은 주변 조직으로의 침윤에 의한 재발과 다른 장기로의 전이 유무다. 지난 25년간 암세포의 재발과 전이를 조절하는 분자-세포 생물학적 기작을 연구했고, 특히 Wnt와 TGF-beta 신호 전달이 주력 관심 분야다.

# 대한약학회 산하 연구회라면 으레 약대나 약사들이 위주일 것 같은데, 치과대학 교수가 어떤 계기를 통해 신약개발네트워크연구회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21세기 들어서 신약개발 트렌드 변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유전자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주도로 시작한 1차 HGP(Human Genome Project)는 1990년에 시작해 2003년에 종료됐는데, 그 이후 방대한 양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의 유전자 분석 결과와 데이터베이스(DB)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그 외 비영리 단체에 모두 공개돼 있다.

예를 들어 HGP 이전에는 수천 종류의 선천성 질환에 대한 유전적 원인을 알지 못해 다양한 임상 증상을 나타내는 '증후군'이라고 표현했지만, 현재는 각 증후군의 유전자 변이와 임상 증상의 발병 경로가 대부분 밝혀져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NIH 데이터베이스에 모두 공개돼 있으며 종양의 경우에는 암별로 더욱 많은 공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임상 및 기초 의학, 약학, 화학, 생화학, 수의학, 정보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가 유기적으로 협동을 해야 한다. 제가 속한 치의학 분야라고 예외가 될 수 없는 이유다.

특정한 전공 분야만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분야의 유기적인 협동이 필수적이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신약 개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협력 연구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대한약학회 신약개발네트워크 연구회는 어떤 단체이며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신약개발네크워크 연구회(DDN, Drug Development Network)는 대한약학회 내에서 신약개발을 위해 다양한 분과와 비(非)약사 전문가들의 협력을 도모하고자 신약개발에 의지가 있는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단체다.

생명의학 분야는 매우 광범위한 연구 분야를 포괄하고 있으며 본 연구회는 의약학 뿐만 아니라 기초가 되는 생물, 화학, 수의학, 미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활발한 교류와 상호 협력이 필수적인데, 이에 따라 본 연구회는 신약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자들이 지식과 경험을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하이원 신약개발 심포지아'는 국내 신약개발 연구 분야의 다방면의 학자들이 모여 최신 지견을 나누는 학술·연구의 장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올해는 10회째를 맞이하는 만큼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소감을 부탁한다

우선 10년 전에 본 연구회를 창립하고 지금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립암센터 김수열 박사님의 노력에 큰 경의를 표한다. 또한 연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신 운영위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10년 넘게 연구회를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2025 하이원 신약개발 심포지아 전경
2025 하이원 신약개발 심포지아 전경

# 이번에 개최된 '2025 하이원 신약개발 심포지아'에서 공개된 주요 학술 연구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예년과 마찬가지로 본 심포지아는 매우 다양한 질환과 이에 대한 과학적 접근법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아는 이화여자대학교 강상원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기업 '바스테라'의 폐고혈압 치료제의 작용 기작과 약물개발 플랫폼을 소개하는 것과, '뉴로벤티'를 창업한 건국대학교 신찬영 교수의 지난했던 정신과 약물 개발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단국대 강근수 교수, 한국화학연구원의 황종연 박사, 연세대 정인권 교수는 최근에 신약개발에서 각광받고 있는 분자 표적을 치료제(target degrader) 개발 전략과 분자 라이브러리(library)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또한 연세대 의대 황병진 교수와 UNIST 권태준 교수는 유전자 교정(CRISPR) 치료제 개발 전략을 소개했고, '젬크로'를 창업한 연세대 이한웅 교수와 성균관대 정수명 교수는 각각 암과 비만에서 지방세포의 중요성과 약물 개발 전략을 발표했다.

아울러 동아앱티스 한태동 대표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Antibody-Drug Conjugate) 개발 현황을 소개 함으로써 산업계에서 바라보는 개발 전략을 소개하여 학계와 산업계의 협동 연구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새로운 질병과 그에 따른 치료 전략, 개발 현황 등이 지난 2박 3일 동안 다양하게 소개됐고 열띤 토론과 논의가 이어졌다.

# 개인적으로 신약개발네트워크연구회(DDN) 활동을 하면서 얻는 가장 큰 장점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난 10년간의 DDN 학술 교류 활동을 통해 신약 개발을 위한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열정과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신약 개발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었다. 다만, 신약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약산업계의 참여가 다소 부족한 것이 아쉽다.

# 연구회 회원 중 상당수가 '연구자 창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육 회장이 설립한 신약개발 스타트업 '엠이티라이프사이언스'는 어떤 기업인가?

저는 20여년 동안 암세포의 이동과 전이를 연구해 왔다. 암세포의 이동을 위한 생물학적 기작이 섬유화 질환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다양한 섬유화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회사를 지난 2018년에 창업하게 됐다.

현재 복막투석 환자에서 100% 발병하는 복막섬유증을 치료하기 위한 단백질 치료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6500명의 복막투석 환자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약 4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희귀질환이다.

지금까지 연구개발을 통해 당사가 개발하고 있는 약물이 복막섬유증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최근에는 약물 원료를 GMP 시설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고, 올해는 비임상시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 끝으로 팜뉴스 독자 및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난 30여년 간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를 살펴보면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 신약의 과학적 근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약의 생물·의학적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 개발 분야의 협업과 소통이 강조된다.

둘째, 매우 장기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바이오에 대한 단기 투자 매력 감소와 함께 국가연구개발비 지원의 감소가 신약개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큰 상황인지라 매우 우려스럽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회가 찾아온다'라는 격언처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본 연구회는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와 협력 연구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며, 제약바이오 업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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