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서울여성의원 박정연 원장
운정서울여성의원 박정연 원장

수년 전부터 관찰 예능은 예능프로그램 중 대세로 자리잡았다. 연예인 혹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생활을 엿보면서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는 식의 TV 프로그램이다.

그 중 중국 유명 남자 배우와 결혼하여 알콩달콩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던 여자 연예인이 임신·출산하는 과정에서 경련이 발생하였고, 또 의식불명이 되었다는 소문이 돌아 팬들의 걱정을 받았던 적이 있다.

분만 한달 여 만에 다시 TV에 모습을 드러낸 30대 중반의 그 여자 연예인은 의식불명이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만 후 임신중독증이 발생하여 경련을 했던 것은 사실이며, 이에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경련을 하는 과정에서 폐에 후유증이 남아 TV 인터뷰를 하는 당시까지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신중독증이 과연 어떤 질환이길래 이렇게 임신 전 건강상 아무 문제 없었던 젊은 여자에게 발생되어 경련을 유발하고 여러 후유증을 남기는 것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임신중독증이라 말하는 질환은 의학적으로 '전자간증(preeclampsia)'이라 하며, 임신 중기 이후 발병하는 고혈압 질환이다.

유일하게 임신에 의하여 발병하고 임신의 종결과 함께 치유되는 내과적 합병증으로, 모성의 사망 및 이환, 그리고 주산기 사망 및 이환의 주요 원인 질환 이지만 그에 대한 병인론이 아직 완전히 밝혀져 있지 않으며 다양한 원인이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아직 어떠한 치료로도 이 질환의 병태 생리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대부분의 전자간증이 특별한 위험인자가 없는 미분만부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이 전자간증 발생의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는 인자 중의 하나이다.

전자간증은 임신 20주 이후 처음으로 진단된 고혈(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이 있으면서 의미 있는 단백뇨가 나오는 경우로 정의 되었다.

최근에는 단백뇨가 나오지 않아도 심한 두통, 눈의 시야 흐림, 명치 부위 또는 우상복부 통증을 동반한 혈액 내 간수치 상승, 혈소판 감소증, X-ray 검사에서 폐의 부종 등이 고혈압과 함께 확인될 경우 전자간증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임신 중 혈압이 높은 것을 조기에 진단하여 모성 및 주산기 사망률과 이환률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므로 본 의원에서는 임산부들이 병원에 내원할 때 마다 항상 면밀하게 혈압을 측정하여 확인 하고 임신 25주 이후부터는 소변 스틱 검사를 통해 단백뇨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전자간증의 위험인자로는 초산, 고령, 당뇨, 비만, 임신 전 만성 고혈압을 들 수 있으며, 이전 임신 중 전자간증을 경험한 여성의 딸이 임신을 했을 때에도 전자간증 발생 빈도가 일반 인구에 비하여 의미 있게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임신성 고혈압이 있는 산모에 대한 궁극적인 치료의 목적은 산모와 태아에게 가장 최소한의 손상을 주면서 임신을 종결시켜 태아가 탄생 후 생존할 수 있도록 하며, 산모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삭에 가까운 임신성 고혈압 산모에서는 유도분만으로 이러한 치료의 목적을 거의 동시에 달성할 수 있으며,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임신 중 주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의료진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그렇다면 가정에서 산모들이 임신중독증 발생을 의심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집에서도 주기적인 혈압 체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혈압을 측정할 때는 5분에서 10분 이상 정도 안정을 취한 뒤, 심장과 같은 높이에 혈압계 커프를 놓아야 하므로 집에서 측정할 때는 식탁의 높이가 가장 추천된다.

커프를 너무 꽉 조여 측정하면 혈압이 높게 나오고, 너무 헐렁하게 조이면 혈압이 낮게 나오므로 혈압계 커프를 감을 때에도 적당한 조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White coat hypertension'이라는 질병명이 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백의(白衣) 고혈압' 정도가 될 텐데, 그 의미인 즉슨, 집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120/80mmHg 정도로 정상으로 확인이 되는데, 병원에 와서 측정할 때마다 혈압이 평소보다 높게 나오는 사람들에게 붙이는 진단명이다.

간혹 병원에만 오면 괜히 불안하고 무서운(?) 기분이 드는 경우를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사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과가 또 다를 수도 있다. 산부인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경우는 치과에 가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더라.

그럴 경우 충분히 평소보다 혈압이 높게 측정될 수 있다. 하지만 산모의 경우, 병원에 와서 측정한 혈압이 높을 경우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다시 측정을 하며, 지속적으로 높게 나올 경우 추가적인 검사들과 규칙적 혈압 측정을 위하여 입원이 권유되고, 또한 빈혈 수치, 혈소판 수치, 간, 콩팥 수치 등의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실제 임신 중독증이 아닌데 일시적으로 병원에만 오면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는 이러한 검사들이 불필요한 것이지만, 혹여 임신중독증이 의심이 되면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병원에만 오면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 집에서 혹은 다른 곳(최근에는 혈압계를 설치한 장소들이 많다. 보건소나 약국은 물론이고, 전철역사나 동사무소에서도 혈압계가 구비되어있는 곳이 많으므로 이런 곳들을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에서 반복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물론 병원에 늦어 헐레벌떡 도착하자 마자 바로 혈압을 측정할 때에도 높게 나올 수 있으므로, 병원에 도착한 뒤에는 의자에 앉아 적어도 5분에서 10분 정도 안정을 취한 뒤,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병원에 도착해서 다른 산모 한두 분에게 혈압 재는 것을 '양보(^^)' 한 뒤, 편한 마음으로 혈압을 측정하면 '백의 고혈압'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낮아질 것이다.

다음으로는 가정에서도 증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임신중독증의 경우 산모가 느끼는 증상은 두통 및 두통을 동반한 시야 흐림 증상과 명치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이 세가지 증상을 산부인과에서는 'severe symptom', 즉, 3가지 '주요 증상' 이라고 명명하고, 외래 올 때 마다 혈압이 높았던 고위험 산모들에게 증상 유무를 물어보고는 한다. 하지만, 워낙 임신 전부터 반복적으로 편두통등 두통이 있어 약을 복용했던 사람들이나, 식사를 너무 많이 해서 소화가 안되어 명치가 통증이 있는 것과는 구분이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 정도는 구별이 될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애매하고 잘 모르는 경우는 언제고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음파로 아기집을 처음 확인하고 떨렸던 순간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엄마, 아빠가 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임신 기간이 엄마, 아빠, 태아 모두에게 있어 행복한 기간이 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병원 검진과 가정에서의 사랑을 전제로 한 가족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 끝까지 힘내어 행복한 임신과 안전하고 건강한 분만 하시기를!

*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