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는 '태상유지(太上有之)'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가장 좋은 것(太上)은 있는 것(有之)만으로도 족하다'라는 의미로, 최고의 지도자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그저 있다는 정도'만 느끼게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는 난세(亂世)를 겪으며 중원(中原)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목도한 뒤에 노자가 내린 결론이리라.
노자의 이러한 비유는 현대에서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부분이 있다.
평소에는 맑은 공기의 존재를 잊고 살지만 지독한 악취가 나는 곳에 가면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처럼, 삶이 평탄할 때는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투표율이 올라가고 정치인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지도자의 이름 석자가 강렬하게 각인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30분을 기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의 입법 독재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반국가행위"라고 규정하며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계엄 선포 이유를 밝혔다.
지난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10·26 사건 이후 45년만에 벌어진 초유의 상황인 동시에 1987년 민주항쟁으로 이뤄낸 제6공화국 민주주의 체제 이후 처음으로 선포된 계엄령이었다.
이에 국회의원들은 즉각 여의도 국회로 집결했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계엄을 선포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에 합법적으로 계엄 해제를 할 수 있는 주체는 계엄을 지시한 대통령 본인과 국회의 의결이며, 국회의원들은 기습적으로 발표된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국회로 모인 것이다.
여아를 포함해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90명이 국회로 모였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계엄이 해제됐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55분이었다.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그 후폭풍은 거셌다. 윤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을 수사하기 위해 군과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렸고, 여당과 야당은 대통령 탄핵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충동적으로 시작된 비상계엄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모든 중요 현안들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렇게 매몰되는 현안 중에 제약바이오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국가바이오위원회'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바이오위원회란 보건·의료, 식량, 자원, 에너지, 환경 등 바이오 전 분야에 걸쳐 민관 협력을 통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바이오 경제 및 바이오 안보 등 지속가능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논의·결정하는 범부처 최고위 거버넌스다.
위원회는 크게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정부위원에는 기획재정부와 가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허청, 질병관리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 장들이 임명되며 민간위원에는 바이오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위촉된다.
무엇보다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이끌어 가는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맡고, 부위원장은 바이오 분야 석학인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총장이 내정된 상태다.
다시 말해, 국가바이오위원회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 받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통령이 진두지휘해 국가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제약바이오 산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전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제약바이오 산업을 새로운 성장 DNA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또한 4차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기술과 융합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고 미래 성장을 견인할 핵심 동력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비상계엄이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이달 내 출범할 예정이었던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내각이 총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식물 정부' 상태로 전락했고 국정 동력도 상실한 까닭이다.
윤 대통령의 충동적인 비상계엄이 몰고 올 '나비효과'가 제약바이오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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