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솔리리스
아스트라제네카 솔리리스

[팜뉴스=김민건 기자]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이하 aHUS)을 급여 처방하기 위한 사전심사제도가 오히려 치료 접근성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aHUS 처방에 필수적인 '긴급사전심사'에 최대 2주가 소요되고 있어 치료 적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aHUS는 신체 면역 체계인 보체계 조절인자가 계속 활성화되는 희귀질환이다. 보체계 조절인자가 계속 작용하면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hrombotic Microangiopathy, TMA)이 생겨 미세혈관이 모인 신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경우 며칠 내 급성 신부전을 겪을 수 있으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말기신부전으로 인한 신장 이식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aHUS지만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는 사전 심사를 받아야 처방할 수 있다. 2012년 치료 접근성을 높이면서 부적절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한 '사전 심사 제도'가 있어서다.

사진. 챗GPT로 재구성
사진. 챗GPT로 재구성

aHUS 치료 적응증을 가진 아스트라제네카 솔리리스(에쿨리주맙)도 2018년부터 사전 심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낮은 승인율과 소요 기간, 까다로운 급여 조건이다.

사전 심사 제도를 통해 결과를 받기까지 한 달이 소요된다. aHUS 같은 응급성 희귀질환은 별도의 '응급 사전 심사'를 유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최종 결정까지는 최소 2주가 소요된다. 응급 사전 심사에 2주나 필요한 이유는 환자 개별 심사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사전 심사 보다야 결과는 빠르게 나오지만 aHUS 환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aHUS 환자는 며칠 만에도 신장이 망가져 투석을 하거나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 올해 aHUS 처방을 위한 사전심사 15건 중 12건이 불승인 됐다. 불승인 환자 2명은 사망, 4명은 신장 투석 중이다.

aHUS 치료에는 혈장교환술, 면역억제제, C5 보체 억제제(솔리리스) 등을 사용한다. 혈장교환술은 혈액 지표 개선에만 도움이 되며, 면역억제제는 특정 보체 조절인자가 원인일 때만 효과가 있다. 또한, 혈장교환술을 해도 신장 손상을 막지 못한다. aHUS 성인 환자 10명 중 7명은 말기 신장병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할 수 있다. 치료에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aHUS 환자들은 솔리리스 치료를 받기 위해 14일 동안 사전심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상태가 지속적으로 나빠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며 "게다가 대부분 환자들이 심사 과정에서 불승인 되어 신장을 이식하거나 사망하는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촌각을 다투는 질환인 점을 고려하면 응급심사제도를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급여 조건도 또 다른 문제다. 솔리리스 급여 처방을 위해서는 혈액학적, 신장 손상 등 8개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고, 제외 기준에 단 1개라도 해당하면 안 된다.

국내 솔리리스 aHUS 급여 조건표
국내 솔리리스 aHUS 급여 조건표

먼저 TMA 기준으로 ▲혈소판수:해당 요양기관 정상 하한치 미만 ▲분역절혈구 ▲헤모글로빈 수치 10g/dL 미만 ▲LDH 정상 상한치 1.5배 이상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신장 손상 조건도 ▲기존 신장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eGFR 20% 이상 감소 ▲기존 신장기능 정상 환자에서 혈청 크레아티닌이 연령 또는 성별에 따른 정상 상한치 이상 등 조건이 모두 맞아야 한다.

여기에 ▲혈장 교환 또는 혈장주입 이전에 혈액 샘플에서 ADAMTS-13 활성이 10% 이상이어야 하며 ▲대변 STEC 결과 음성이어야 한다.

그런데 제외 기준도 있다. ▲Shiga toxin으로 인한 용혈성 요독 증후군 ▲반대로 Shiga toxin으로 인한 용혈성 요독 증후군, ▲활동성 악성종양 ▲활동성 HIV 감염 ▲이식 ▲약물(항암제, 면역억제제, 퀴닌, 고용량 칼시뉴린 저해제, 항혈소판제제 등)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혈관염 또는 감염 등이다. 이 외에 추가적인 제외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야 급여로 쓸 수 있다. 

업계에서도 급여 처방을 위한 기준이 까다로워야 한다는 부분에 동의한다. 다만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은 해외에서 적용 중인 aHUS 급여 기준과 비교해서 매우 까다롭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외 aHUS 급여 기준표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사전심사를 신청하면 하루 만에 통과하거나 투약 이후 사후심사로 사용하고 있다"며 "급여 적용 기준도 단순하게 적용해 정상보다 높으면 된다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정상보다 1.5배 높다는 세세한 조건으로 예로 1.4배가 나오면 불승인 받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사전 심사 제도는 건보 재정을 보호하고 치료 접근성을 높이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다. aUHS 연간 급여 승인율은 20% 미만이다. 사전 심사 제도와 급여 조건이 치료 접근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의료 현장에서도 답답함을 표출한다. 전진석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사후 심사가 가장 시급한 적응증이 aHUS인데 심평원은 다른 적응증만 손보고 있다"며 "aHUS 전문가들은 TMA로 인한 신장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단 24시간 내 솔리리스 치료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솔리리스 승인율이 낮은 이유"를 심평원에 질의했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의 급여 기준 이해가 부족하다"고 이유를 들었다.

여기에 심평원은 "TMA 급여 확대 요청에 대한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며 "향후 사전심사제도를 적정하게 운영하고, 필요 시 급여기준 확대 여부를 검토해 신약 치료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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