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치료 시간이 단축되는 데다 비용을 아낄 수 있죠. 지방에 사는 환우들은 가족과 함께 병원 예약 전날 서울로 올라와 하루 묵는 경우가 많아요. 병원 오가는 시간, 보호자 동반, 병원 대기나 투약 시간 등등 사회적 비용까지 전부 감안해도 페스코가 지닌 장점이 더 크다고 여겨지죠."

한국로슈 페스코
한국로슈 페스코

작년 8월,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은 팜뉴스와 인터뷰에서 페스코 건강보험 급여화가 될 경우 환자들이 일상 생활에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말했다.

곽 회장과 인터뷰 이후 1년이 걸렸다. 많은 환자들이 기다린 페스코 건보 급여가 올해 8월 1일자로 적용된다. 조기 및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치료 시 수술 전 보조요법, 수술 후 보조요법, 전이성 질환에 건보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

페스코(퍼투주맙/트라스트주맙, 피하주사제)는 허셉틴, 퍼제타(정맥주사제)를 하나로 합친 HER2 유방암 신약이다.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160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치료 방식을 설문조사한 PHranceSCa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 136명(85%)이 ' 병원에서 머무는 시간 단축과 투여 시 편안함을 이유로 정맥주사보다 피하주사 치료를 선호한다'고 했다. 

HER2 유방암 환자는 조기나 전이 단계에 관계없이 정맥 치료를 받는다. 진행성인 경우 약 10년에 이르는 치료 기간에  3주 마다 대학병원 등을 찾아 정맥주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곽 회장이 치료 시간이 단축되는 데다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은 평균 18개월, 조기인 경우 1년 이상 허세팁과 퍼제타를 병행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두 치료제가 정맥주사라는 점이다. 정맥주사를 맞기 위해 치료 전날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 근처 숙소를 잡거나, 하루 종일 병상이 나오길 기다려야 했다 

장기간 반복되는 정맥주사도 문제였다. 재발 예방을 위해 3주 마다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반복된 주사는 혈관과 주변 조직을 손상시켰다. 환자들은 마비되거나 통증을 참고 정맥주사를 맞았고, 이를 막기 위해 케모포트라 부르는 동전 크기 관(카테터)을 피부 아래에 삽입하는 시술을 받아야 했다. 케모포트 사용 시 항응고제를 매달 복용해야 하는 남모를 어려움도 있었다.

허셉틴+퍼제타를 하나로 합친 페스코는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 방식으로 이러한 고통과 비용적 문제에서 벗어날 해결법으로 여겨졌다. 전이성 HER2 양성 환자가 허셉틴+퍼제타 정맥주사로 유지요법을 할 경우 투약·관찰 시간을 더해 총 270분(90분+180분)이 소요된다. 허셉틴과 퍼제타를 정맥 투여하면 초기부하용량(initial loading dose) 투여 150분, 유지용량(maintenance doses) 투여에 60~150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제형별 투약 시간(자료: 한국로슈)
제형별 투약 시간(자료: 한국로슈)

페스코 피하주사는 초기용량 8분, 유지용량 5분 등 총 20분이면 끝난다. 투약 시간을 최대 90% 이상 줄일 수 있다. 페스코가 국내 처음으로 개량생물의약품으로 허가된 배경이기도 하다.

로슈는 "페스코 유지용량 투여 시 시간 절감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며 "기존 치료는 투여 시간(90분)과 관찰 시간(180분)을 합쳐 총 270분 정도지만 페스코는 투여 시간 5분, 관찰 시간 15분으로 단 20분 만에 모든 치료를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스코 유지용량을 맞는 환자는 병원에 도착한 뒤 약 5분간 허벅지에 주사를 맞고 15분간 관찰한 뒤 20분 만에 치료를 마치고 일상 생활로 되돌아간다.

로슈에 따르면 국내 조기 유방암 환자 절반이 폐경 전 여성으로 서양에 비해 젊은 연령대가 많아. 2021년 유방암 환자의 연령대를 보면 50대(34.9%)가 가장 많고, 20~40대(27.2%) 순이었다. 20~40대 입원 비율은 33.6%에 달했다. 

사단법인 쉼표가 실시한 '젊은 암 진단 후 경력 단절 문제 및 제언' 연구는 2020년 기준 유방암 치료 전 직장을 다닌 환자 중 치료 후 직장을 그만 둔 경우가 90%에 달했다는 통계를 냈다. 유방암 진단 직후 최초 6개월 이내 퇴사한 20~30대 환자 비율은 51%, 휴직도 30%나 됐다.

젊은 연령에서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는데 그 이유로 6개월 이상 장기 치료 기간, 치료 후 면역력 저하 등 신체적 부담, 잦은 통원으로 인한 업무 부담 등이 꼽혔다. 

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았다. 해당 설문에서 환자들은 '치료 후 월 평균 가계소득이 171만원 감소했다'고 답했다. 퇴사와 휴직 등으로 소득은 줄었지만 고정 지출 비용과 치료에 따르는 비용이 발생해 상당한 부담을 겪은 것이다. 치료 이후 장기적으로 지출되는 항목으로는 식비와 주거비(79.2%),  정기검진과 치료비(69.8%), 기타 대출과 육아 등(33.9%)가 많았다. 

이에 반해 2021년 기준 유방암 환자 1인당 진료비는 503만6000원으로 2017년(386만2000원)과 비교해 30.4%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20대 환자 1인당 진료비가 724만2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30대(708만8000원), 40대(583만6000원), 50대(486만5000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제 페스코 치료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기존에 HER2양성 유방암 환자들이 겪었던 어려움 상당수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페스코를 국소 진행성 염증성 또는 초기 단계(지름 2㎝ 초과)인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 화학요법과 병용 투여해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사용 시 본인부담률 30%가 적용된다. 수술 전 보조요법은 암 세포 크기를 줄여 수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HER2 양성은 매우 공격적인 암종이기 때문에 수술 전에 항암화학요법과 페스코를 병용해 생존률을 높일 수 있다. 본인부담률 30%가 적용됐다는 것은 더 많은 환자들이 수술 전 보조요법을 통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는 HER2 양성 및 림프절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트라스트주맙과 퍼투주맙 병용요법의 투여 18주기 이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 본인부담률 100%를 받을 수 있다. 수술 후 보조요법은 신체에 남아있는 미세한 잔존 암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보조요법으로 환자 본인이 100%를 부담하도록 설정된 만큼 치료 접근성이 다른 요법 보다 높다.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인 경우는 항-HER2 치료 또는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HER2 양성에서  도세탁셀과 병용 투여 시 본인부담률 5%를 인정한다. 이번 급여 적용에서 전이성 환자는 본인 부담을 5%만 설정함으로써 더 많은 환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시켜준 것은 눈여겨 볼 사항이다.

한편, 이번 급여 적용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상 FeDeriCa를 근거로 했다. 페스코 피하주사 투여군은 허셉틴과 퍼제타 정맥주사 투여군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1차 평가지표로 7주기 치료 후 페스코와 허셉틴/퍼제타 혈중 농도(Ctrough)를 비교한 결과, 페스코는 허셉틴, 퍼제타와 비교에서 모두 기준값인 0.8을 상회해 비열등성을 보였다. 허셉틴 대비 페스코 투여군은 1.33, 퍼제타 대비해서는 1.22였다. 혈중 농도에서 허셉틴, 퍼제타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함으로써 비슷한 치료 효과를 예상했다.

2차 평가지표는 병리학적 완전관해(pCR)였다. 병리학적 완전관해는 종양 세포가 완전히 소실된 것을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종양이 완전히 없어진 것으로 본다. 페스코 투여군에서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은 59.7%로 허셉틴+퍼제타 59.5%와 유사한 결과를 냈다.

해당 연구에서 부작용은 페스코와 허셉틴+퍼제타 모두 유사했다. 양군 모두 흔한 이상반응으로 탈모, 메스꺼움, 설사, 빈혈이었다. 새로운 안전성 지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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