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항암 치료 과정은 '삶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에게도 환자들이 어떤 치료 방식을 선호하는지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 조건이 됐다.
로슈가 허셉틴, 퍼제타(정맥주사제)를 하나로 합친 HER2 유방암 신약 페스코(퍼투주맙/트라스트주맙, 피하주사제)로 '혁신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케모포트를 삽입하거나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20분이면 항암 치료가 끝나는 시대가 도래한다. 기존 정맥주사제인 허셉틴, 퍼제타는 치료에 5시간이 소요됐지만 페스코는 집에서 20분 만에도 가능하다.
유방암 환자의 치료 고통과 시간, 비용을 모두 줄이는 데다 효과나 안전성도 비슷하다. 페스코라는 존재로 조기부터 전이성 유방암까지 HER2 치료제 세대교체가 거론된다.
▶허셉틴-퍼제타-캐싸일라, 그리고 퍼제타로 잇는 '유방암 명가'
허셉틴, 퍼제타, 캐싸일라. 유방암 치료 역사에 한획을 그은 항암제들이다. 허셉틴과 퍼제타는 전이성 HER2 유방암 임상인 '클레오파트라(CLEOPATRA)'를 통해 추적관찰 기간 10년에 이를 정도로 환자 생존율을 개선했다.
NCCN 가이드라인이 HER2 유방암에서 허셉틴, 퍼제타를 각각 도세탁셀과 병용하는 요법을 '카테고리1 선호요법'으로 권고하는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사실은 두 치료제의 훌륭함을 입증하는 보증수표와 같다.
로슈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허셉틴과 퍼제타를 하나로 합치는 변화를 시도하며 HER2 환자를 과거의 일상으로 되돌리려고 한다. 유방암 '명가(名家)'로서 HER2 치료에 자신들의 명성을 더 높이고자 한다.
▶혁신이란 이런 것, '치료 시간 90% 감소'...항암제 최초 개량생물의약품 인정
HER2 유방암 환자는 조기, 전이 단계에 관계없이 정맥 치료를 받는다. 진행성이라면 약 10년에 이르는 치료 기간 3주 마다 대학병원 등을 찾아 정맥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치료 전날이면 병원 근처 숙소를 잡거나, 하루 종일 병상이 나오길 기다리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더 큰 고통은 장기간 반복되는 정맥주사 치료 그 자체다. 정맥주사를 장기간 사용하면 혈관이나 주변 조직을 손상시킨다. 마비나 통증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에는 주삿바늘이 굳어 더 이상 들어가지 않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 방지를 위해 케모포트라 부르는 동전 크기 관(카테터)을 피부 아래에 삽입한다. 케모포트를 사용하면 매달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며 치료 전날 병원을 찾아 소독하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따른다.
로슈가 허셉틴+퍼제타를 하나로 합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페스코는 정맥혈관이 아닌 허벅지에 투여하는 피하주사다. 반복된 정맥주사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된다.
전이성 HER2 양성 환자가 허셉틴+퍼제타 정맥주사로 유지요법 치료를 할 경우 투약·관찰 시간을 더해 총 270분(90분+180분)이 소요된다. 그러나 페스코는 피하주사로 20분(5분+15분)이면 끝난다. 투약 시간은 약 90% 이상 줄일 수 있다.
페스코는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국내 개량생물의약품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치료 편의성 개선과 투약 시간 감소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입원 없이 당일 치료받는 시대를 열면서 혜택은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허셉틴, 퍼제타와 유사한 완전관해율...조기, 전이 HER2 유방암 모두 효과
페스코는 퍼제타와 동일 적응증으로 허가됐다. 기존 허셉틴-퍼제타 병용 치료를 받은 환자라면 페스코 단독요법으로 교체 가능하다. 고정용량 피하주사임에도 정맥주사인 허셉틴+퍼제타 병용에 뒤지지 않은 효과, 유사한 안전성을 보이며 페스코 단독요법을 가장 큰 장점으로 만들었다.
로슈는 조기 HER2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3상 연구 '페데리카(FeDeriCa)'에서 1차 평가지표로 7주기 치료 후 페스코와 허셉틴/퍼제타 혈중 농도(Ctrough)를 비교했다.
그 결과 페스코는 허셉틴, 퍼제타와 비교에서 모두 기준값인 0.8을 상회하는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허셉틴 대비 페스코 투여군은 1.33, 퍼제타 대비해서는 1.22였다. 혈중 농도에서 허셉틴, 퍼제타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함으로써 비슷한 치료 효과를 예상할 수 있는 데이터다.
2차 평가지표는 병리학적 완전관해(pCR)였다. 병리학적 완전관해는 종양 세포가 완전히 소실된 것을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종양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뜻한다. 페스코 투여군에서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은 59.7%로 허셉틴+퍼제타 59.5%와 유사한 결과를 냈다.
해당 연구에서 부작용은 페스코와 허셉틴+퍼제타 모두 유사했다. 양군 모두 흔한 이상반응으로 탈모, 메스꺼움, 설사, 빈혈이었다. 새로운 안전성 지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환자 90% 페스코로 선회, 한유총 등 국내 단체도 깊은 관심
조기 HER2 유방암 환자에서도 페스코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환자들이 선호하는 편리한 치료법으로 꼽혔다. 환자들이 선호하는 치료의 의미는 보다 적극적으로 응한다는 것이다.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조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PHranceSCa' 2상 연구에서 페스코 투여 환자 85%가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짧고, 투여가 더 편하다는 이유'로 피하주사제를 선호했다. 연구 참여 환자 87%는 남은 유방암 치료에 페스코를 사용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 영국에서는 페스코 출시 1년 만에 허셉틴, 퍼제타로 치료하던 환자 90%가 치료법을 바꿨다.
페스코 출시 이후 통원이나 병원 대기 시간이 줄어들면서 혼자서 치료받기 쉬워지기에 선호도가 매우 높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HER2 유방암 유지요법 치료 시 동네 병원이나 집에서 빠르고 간편하고 안전하게 페스코를 투약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이다. 페스코를 사용한 재택 치료가 불가하다. 기대할 수 있는 사실은 방문간호사 제도를 활용해 집에서 투여하는 'ProHer'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유방암 환자들이 페스코 등장으로 치료 환경 개선이 이뤄질지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이에 한국로슈는 최근 페스코 보험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올해 안에 첫 심사 결과를 받아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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