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작년 12월 1일 고용량 화학요법으로 골수 기능이 손상된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희망이 전해졌다. 조혈모세포 채집 성공률을 80%까지 높여주는 유도제 '모조빌(플레릭사포)' 급여가 만 1세 이상~18세 미만까지 확대됐다.
자가조혈모세포이식(Autologous Stem Cell Transplantation, ASCT)을 위한 모조빌 급여 확대는 소아청소년 종양 환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소아 종양이 암종별로 다르긴 하지만 연속적 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1회의 조혈모세포 채집으로 얼마나 많은 조혈모세포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모조빌 투여 후 악성종양을 가진 소아청소년 환자 10명 중 8명(87.2%)이 조혈모세포 채집에 성공했다. 성인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던 모조빌 급여가 소아청소년까지 인정되면서 완치 희망을 높였다.
지난 2018년 국내 19개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조혈모세포이식 자료를 보면 더욱 의미있다. 전체 조혈모세포이식 2888건 중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1977건(약 68.5%)이나 될 정도로 많았다.
난제는 표준 가동화 요법에도 조혈모세포 채집이 어려워 8~14회까지 반복 시행하고 이에 따라 늘어나는 입원 기간과 신체·경제적 부담 가중이다.
모조빌은 1회 투여로도 최대한 많은 조혈모세포 확보를 가능케 했다. 성인 대비 혈액량이 적어 신체적 부담이 큰 소아청소년 치료에서 성공률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줄였다. 출혈, 혈압 증가·유출 같은 위험 요소 노출도 감소시켰다.
팜뉴스는 최근 서울대학교병원 최정윤 소아혈액과 교수를 만났다. 소아청소년 암을 전공한 최 교수로부터 소아청소년 환자의 조혈모세포 치료에서 모조빌 급여화 필요성과 그 이후 치료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들을 수 있었다.
최 교수는 현재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혈액종양분과에서 백혈병, 고형암 환자를 주로 진료하고 있다. 다음은 최 교수와 일문일답.
▶모조빌 작용 기전과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은 어떤 환자에게 시행하는지 소개해달라
“모조빌은 CXCR4 수용체 길항제다. CXCR4 수용체 기능을 막아 골수 환경에 달라붙은 조혈모세포가 말초혈액으로 떨어져 나오게 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자가조혈모 이식을 하는 주 목적은 고용량 항암요법을 위해서다. 골수 회복을 돕는다는 목적 때문에 구제요법(stem cell rescue)이라고도 한다. 통상적으로 항암요법을 하면 어느정도 치료 효과가 있으나, 완치가 어려운 환자의 완치율을 더 높이기 위해 극대화시킬 필요성이 있을 때 고용량 항암요법을 한다. 주로 소아 고형종양, 림프종 중에서도 일부 고위험 환자나 재발 환자 치료에 고려한다.
고용량 항암요법을 시행하면 완치율은 현저히 개선되나 부작용으로 독성을 경험한다. 대표적인 게 골수 독성이다. 골수기능 회복을 돕기 위해 환자로부터 미리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이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다.”
▶모조빌이 국내 출시된 것은 2010년이고, 2021년에야 소아청소년까지 급여가 확대됐다. 이 기간 병원에서 의료비 지원이 있었다고 해도 환자와 보호자 부담이 적지 않았을 듯하다
“그렇다. 표준가동화요법 채집에 실패할 경우 보호자에게 혈액이 충분히 모이지 않아 고가의 약인 모조빌 투여가 필요한 점을 설명해왔다.
그간 국내에서는 성인만 급여가 인정되고 소아 환자는 전액 비급여로만 사용 가능한 상황이었다. 1회 채집에 1000만원 가까운 투약 비용이 들 수도 있기에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환자는 실질적 사용이 어려웠다.
이 경우 병원 내 사회사업실을 통해 의료비를 지원받는 것 밖에는 해결책이 없었고, 지원금 이외 비용은 환자와 가족들이 부담을 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들은 여러 번 채집을 겪으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질환이 악화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모조빌을 사용하지 못한 환자는 채집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급여화 이전 치료 환경에서 자가조혈모세포 채집과 이식은 왜 어려웠나
“자가조혈모세포 채집은 치료 과정의 일부분이다. 채집한 조혈모세포가 없으면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자체가 불가능하다.
먼저, 혈액세포는 골수에서 만들어진 후 말초혈액으로 나오는데 말초혈액보다는 골수에 조혈모세포 양이 약 10~100배 더 많다. 따라서 말초혈액으로 조혈모세포를 모으기 위해선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가 말초혈액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가동화’ 과정이 필요하다.
표준가동화요법은 과립구집락자극인자(G-CSF) 단독 또는 과립구집락자극인자와 항암화학요법을 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경험상 20%의 환자들이 표준가동화요법 채집에 실패한다. 아무래도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고위험군인데다 재발 또는 완치가 어려운 종양인 경우가 많다. 기존에 강력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누적된 골수 독성으로 실제 조혈모세포 채집이 어려운 환자가 많다.
조혈모세포 채집 과정을 설명하면 1회 시행에 한 달 정도 소요된다. 항암요법 이후 백혈구 수치가 떨어졌다가 회복하면서 조혈모세포가 급증하는 시점에 채집한다. 이 시기가 길지 않기에 적기를 놓치면 다시 조혈모세포 숫자가 떨어진다.
채집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한 번에 5일까지도 채집을 시행한다. 그런데도 목표 채집량에 못 미칠 때가 있다. 이 경우 이식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항암치료를 한 차례 더 하게 돼 치료 기간이 한 달 연장된다.”
▶모조빌 급여화로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앞으로 치료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실제 모조빌 투약이 필요한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급여화의 가장 큰 의미다. 모조빌 투약이 가능한 기준이 보다 완화된 덕분에 조혈모세포 채집 실패 과정을 겪을 필요가 사라졌고, 채집에 소요되는 기간도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표준가동화요법으로 채집에 한 번 실패해야만 모조빌 투약이 가능해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소요됐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이번 급여화 투약 기준은 기존 방법으로 채집에 실패한 경우도 포함하고 선제요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첫째 날 조혈모세포를 채집했는데 목표 채집량 도달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또는 혈액검사로 측정한 말초혈조혈모세포 숫자에 따라 목표 채집량 도달이 어렵다고 본 경우 선제적으로 모조빌을 사용할 수 있게 급여화됐다.
예를 들어 5일 정도 채집해야 하는 경우도 모조빌을 투여해 가동화를 시행하면 하루이틀 내 가능하다. 시간이나 경제적 측면 모두 개선돼 소아 환자 치료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 다른 예로 한 번 이식하기 위해 말초혈액에서 조혈모세포를 4×106 CD34+cell/kg 이상 모아야 할 때, 표준가동화요법으로는 이를 겨우 채우거나 그렇지 못하는 환자가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모조빌을 사용하면 4×106 CD34+cell/kg 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조혈모세포를 채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 시 생착이 더 쉬워질 수 있다. 생착은 백혈구를 포함한 혈구 수치가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착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생길 수 있는 감염 등 부작용을 줄이고, 수혈 횟수를 감소시키며 전체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방법에 실패해 이식할 수 없는 환자도 모조빌을 통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시도할 수 있기에 치료 성적이 향상되는 영향이 있다.”
▶모조빌은 임상에서 87%라는 가동화 또는 채집률을 기록했다. PB CD34+ counter 지표가 중요한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PB CD34를 표지하는 세포가 조혈모세포이기 때문이다. 즉, PB3 CD4 양성 세포가 조혈모세포라고 말할 수 있다. PB CD34+ count로 채집될 조혈모세포 양을 예측할 수 있으며 일정 양의 조혈모세포가 채집돼야 체내에서 생착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숫자가 굉장히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시 주입량이 2×106 CD34+cell/kg 이상은 되어야 성공적인 생착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회 이식 시 적어도 그 이상 세포를 채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조혈모세포 채집 후 실제 이식을 하기까지 냉동과 해동(thawing)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세포의 생존 능력(viability)이 떨어질 수 있고 조혈모세포 주입량이 높을수록 더 빠른 혈액학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1회 이식 당 4×106 CD34+cell/kg 이상의 세포를 채집하기 위해 노력한다.”
▶PB CD34+ counter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모조빌 급여 기준을 보면 좀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급여 기준 상에서 채집 실패 기준은 림프종에서 3일간 채집량이 2×106 CD34+cell/kg 미만, 고형악성종양에서 2일간 채집량이 2×106 CD34+cell/kg 미만인 경우다.
예로 1회 이식에 필요한 조혈모세포 양이 2인데 이정도 양을 채집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것이다. 실패 기준은 기존 연구 데이터를 통해 설정됐다.
또한, 선제적 투여 시 림프종에서 말초혈액 CD34+ cell count < 10 cell/μL, 고형악성종양에서 말초혈액 CD34+ cell count < 15 cell/μL 기준으로 모조빌을 투약할 수 있다. 말초혈액 CD34+ cell count는 조혈모세포 채집량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말초혈액 CD34+ cell count가 낮으면 채집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 모조빌 투여로 가동화를 한 소아청소년 환자 87.2%가 채집에 성공했다. 모조빌을 투여할 경우 PB CD34+ count가 A군(1차 가동화에서 표준 가동화 요법과 모조빌을 병용한 경우) 중앙값은 4배, B군(PB CD34+ count가 낮은 환자가 첫 번째 채집 시 모조빌을 투여하거나, 표준 가동화 요법으로 진행한 첫 번째 가동화에서 실패 후 두 번째에 모조빌을 투여한 경우)에서 2~8배 증가가 입증됐다.
◆ 모조빌 1/2상 임상에서 표준가동화요법 성공률은 28.6%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모조빌 투여군의 가동화 성공률은 80%로 높게 나타났다. 베이스라인 대비 성분채집술 시행일까지 PB CD34+ cell 증가율 중앙값도 모조빌 투여군은 3.2배, 대조군은 1.39배로 그 차이가 나타났다.
▶조혈모세포 채집을 반복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나
“세포 채집을 위한 굵은 중심정맥관을 목에 넣어 거치해야 한다. 이 자체가 환자에게 굉장히 힘들다. 또, 채집을 반복하면 관으로 인한 출혈, 감염, 저혈압 등 부작용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이식을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돼 성공률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소아청소년은 체구가 작아 채집, 시술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채집 과정에서 피가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쓰는 항응고제로 인한 출혈, 몸에서 혈액을 뽑아내 기계를 통과시킨 후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과정에서 혈압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채집 실패에 따른 소아 환자의 심리적 문제도 크다. 채집에 실패하면 ‘이번에도 실패했네’ 하며 정신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있다. 이 외에 길어지는 입원 기간과 그에 따른 비용 문제 등이 있다.”
▶소아청소년 환자 중 조혈모세포 채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가
“임상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10~20% 정도다. 광범위한 방사선치료를 받거나 조혈모세포 가동화를 저해하는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환자는 실패 위험이 높다. 서울대병원에서는 10년 이상 모조빌을 사용했다. 이식이 필요한 환자 중 대략 10%가 표준 요법에 실패, 모조빌을 투약해 채집했다. 모조빌 급여 이전 시기였기 때문에 실제 모조빌이 필요한 환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10%면 적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진료 현장에서는 이 수치를 어떻게 평가하나
“그렇게 높은 수치가 아니라고 여겨질 수 있으나 채집에 실패한 10% 환자들은 치료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꼭 필요하다. 수치상으로 적지만 질병 부담이 높은 환자들이기에 의료진 관심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아환자와 보호자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이식에 앞서 주어지는 치료들, 기본적으로 많은 양의 종양 부담이 있을 때 관해 또는 부분 관해에 도달할 때까지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하고, 그 이후 조혈모세포 채집 과정과 이식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보호자는 아이가 치료 과정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채집에 성공할 수 있을지 늘 걱정한다. 현재 치료 과정에서 환자를 도와줄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중 하나가 반복된 치료로 채집이 어려운 환자를 도와주는 모조빌이다. 의료진도 치료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들에 대해 잘 치료해가면서 조혈모세포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아이들이 덜 힘들고 성공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 과정 한 과정을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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