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2018년 노바티스는 1364억원을 들여 스파크 테라퓨틱스(Spark Therapeutics)가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 미국에서 안과 분야 희귀질환 유전자 치료제로 첫 승인된 '럭스터나(Luxturna, 성분명 보레티진 네파보벡)였다.
럭스터나는 시력을 잃게 되는 희귀 유전성 망막 질환(inherited retinal dystrophy, IRDs)자의 시각 회복을 목표로 개발돼 RPE65 유전자 쌍대립형질성 변이를 가진 소아와 성인의 망막 이영양증 시력을 회복시키는 유일한 유전자 대체(gene replacement therapy, GRT) 치료제로 존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럭스터나를 첫 투여받은 환자가 그 효과를 봤다. 야맹증 증상이 개선되고 시야가 다시 넓어졌다. 특히, RPE65 유전 변이 환자에게 적용하는 화살표 표시를 찾아가는 시각 검사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수술 전 150럭스(맑은 날 해 뜨기 30분 전 정도 밝기)까지 조도를 올려야만 화살표 표시를 볼 수 있었지만 투여 후에는 10럭스(도시에서 해가 지고 한 시간 정도 후 밝기)만으로도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일상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야간 시기능이 대폭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럭스터나를 투여하기 위해선 안구 양안 기준 약 9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RPE65 유전 변이를 겪는 환자가 많지는 않다. 단 1회 투여로 완치 수준의 근본적 치료로 도달하게 만든 혁신적 치료제 가치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우리 사회가 풀어내야 할 당면 과제다.
유전자 치료제 가치를 알기 위해선 어떠한 기전으로 작용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이에 팜뉴스는 IRDs 질환을 완치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럭스터나를 분석했다.
28일 기준으로 미국FDA가 허가한 20종류의 세포 또는 유전자 치료제 중 안구의 광 수용체 유지 기능이 약해지는 IRDs 성인, 소아 환자에게 투여 시 완치 수준으로 회복 가능한 의약품은 럭스터나가 유일하다.
▶실명에 가까운 환자, 촛불 1개 밝기로도 움직일 수 있게 한 '럭스터나' 효과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적 결함을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유전자 결손, 결함은 신체 기능 유지에 필요한 필수 단백질 생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럭스터나는 문제가 있는 RPE65 변이 유전자를 어떻게 교정할까. 먼저 IRDs 질환으로 발생하는 대표 증상을 봐야 한다. IRDs로 인해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일명 '터널 시야(tunnel vision)'가 생긴다. 이는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 RP)의 대표 증상이다. 아울러 출생 또는 출생 직후 선천적으로 실명하게되는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leber congenitial amaurosis, LCA)가 있다.
이러한 질환은 안구 내 광 수용체 유지 기능을 하면서 정상 시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RPE65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서 나타난다. 유전 변이로 시각회로가 약해진 끝에는 실명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 때 RPE65 복사 유전자를 가진 럭스터나를 안구에 주사함으로써 정상 단백질을 생산, 시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되는 기전이다.
럭스터나는 왼쪽과 오른쪽 안구당 1회씩 망막 아래 위치한 '망막 하 주사(subretinal injection)'법으로 망막색소상피세포(RPE)에 투여된다. 이 과정에서 럭스터나 같은 유전자 치료제를 세포 안까지 보내는 수단인 운반체 '벡터(vector)'가 활용된다.
럭스터나를 운반하는 벡터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2(adeno-associated viruses 2, AAV2)가 쓰인다. 통상 AAV는 신체 내에서 질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RPE 핵 안으로 유전자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다. AAV2를 통해 세포 핵 안으로 들어간 럭스터나는 독립적으로 RPE65 복사 단백질 생산을 시작함으로써 시각 회로가 복구되고 시각 기능도 개선될 수 있다.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보는 초점은 효과다. 럭스터나의 시기능 개선 효과는 RPE65 유전 변이가 확인된 3살 이상의 IRDs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연구 Study301에서 나타났다.
럭스터나를 투여하기 위해선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임상에서도 ▲스펙트럼 영역 빛간섭단층촬영(S-OCT)에서 망막세포가 충분한 환자 ▲양안 최대 교정 시력 0.33(20/60) 이하 또는 시야 20도 미만 ▲다중 휘도 운동성 검사(MLMT) 수행 환자가 참여할 수 있었다.
임상은 31명의 환자를 럭스터나 치료군(21명)과 대조군(10명)으로 2대 1 무작위 배정했다. 럭스터나 투여군은 기저 검사를 마치고 90일 이내 첫 번째 눈에 럭스터나를 투여했고, 두 번째 눈은 첫 주사 후 6~8일에 투여했다. 대조군은 1년 시점까지 럭스터나를 투여하지 않았다. 1년 시점에 투여군과 대조군 평가변수를 비교한 뒤 투여가 이뤄졌다.
임상에서는 1차 평가변수로 치료 전과 치료 1년 시점 간 양안의 MLMT 검사 시 점수 변화를 봤다. MLMT는 일상적 보행 환경을 조성해 다양한 조도에서 여러 높이의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는 능력을 보는 검사다. 총 7단계로 조도를 나눠 시기능(functional vision)을 점수로 변환 평가했다.
조도는 0단계(400럭스, 밝게 불 켜진 사무실), 1단계(250럭스, 엘리베이터 내부), 2단계(125럭스, 밤 기차 내부), 3단계(50럭스, 밤 시간대 야외 기차역), 4단계(10럭스, 일몰 한 시간 후 도시), 5단계(4럭스, 밤의 주차장), 6단계(1럭스, 달이 뜨지 않은 여름 밤)에서 치료 전과 치료 후 1년 시점에서 각각 얼마나 낮은 조도를 통과했는지 비교했다.
임상 참여자들은 40분 간 어두운 환경에 적응한 뒤 각각 한 눈만 사용해 코스를 통과한 다음에는 양안을 이용해 다시 코스를 통과했다. 그 다음 각 조도 환경에서 동일한 과정을 반복하고 밟은 단계 조도에서 어두운 단계로 난이도를 올리며 임상을 진행했다.
이때 각각 코스에서 장애물 충돌 횟수, 코스 이탈 횟수, 재안내 시간, 코스 종료까지 시간을 정확성과 속도로 평가해 점수화했다. 임상에선 특정 단계 조도에서 3분 안에 4회 미만 실수로 코스를 완수하면 통과로 판단했다.
그 결과 럭스터나 투여 1년 시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시기능 개선이 확인됐다. 럭스터나를 1년간 먼저 투여한 치료군은 MLMT 검사 평균 점수가 1.8점(SD= 1.1)으로 대조군 0.2점(SD=1.0) 대비 1.6점(95% C I; 0.72 2.41, p=0.0013) 높았다. 이같은 변화는 럭스터나 투여 30일에 나타나 1년 시점까지 유지됐다.
무엇보다 1년 시점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두드러졌다. 촛불 1개 밝기인 10럭스에서 럭스터나 투여군 65%(13명)가 MLMT를 통과한 것이다. 반면 대조군은 단 한 명도 이루지 못한 성과였다.
2차 평가변수는 럭스터나 투여 1년 시점에 백색광을 이용해 각각 다른 조도 수준에서 테스트가 이뤄졌다. FST검사(full-field sensitivity threshold, 전체 시야 범위에서 양쪽 눈의 빛 민감도 측정)와 MLMT 검사(첫 번째 럭스터나 투여 안구에 대한 점수 변화 비교), 최대 교정 시력(양안 평균 최대 교정 시력으로 선명도 측정)이었다.
2차 평가 결과도 FST 검사에서 럭스터나 투여군이 대조군 대비 -2.11 log10(cd.s/m2)의 차이(95%CI; 3.19 to 1.04, p=0.0004)를 보여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나타냈다. 1년 시점에 럭스터나를 처음 투여한 눈을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에서도 평균 MLMT 점수가 차이났다. 럭스터나 투여군 평균 MLMT 점수는 1.7점(95%CI; 0.89-2.52, p=0.0005)으로 양안과 동일하게 단안 측정도 럭스터나 투여군 MLMT 점수가 유의하게 개선된 것이다.
다만, 평균 최대 교정 시력 변화에서 럭스터나 투여군과 대조군 간에 통계적 유의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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