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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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2015년 7월 항암제 중 처음으로 '암종'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등장했다. MSD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다. 키트루다는 특정 암종에 사용 승인을 받아야 투약할 수 있던 기존 항암제와 달리 어떤 암종이든 상관없이 암세포가 가진 유전적 특성, 즉 변이만 확인된다면 고형암 치료에 쓸 수 있다.

키트루다는 종양학과 면역학이 만들어낸 '혁신'이다. 항암 치료가 암세포만 죽이면 된다는 개념을 넘어 인간 면역시스템을 속이는 암세포 성장 환경을 고찰한 끝에 면역항암제 개발로 이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면역항암제가 괄목할 만한 전진을 보인 분야가 전이성 대장암이다. 키트루다 바이오마커 중 하나인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 high, MSI-H), 유전자 불일치 복구 결합(Dna mismatch repair deficient, dMMR) 변이가 대장암에서 나타날 확률은 약 5%다. MSI-H/dMMR 변이가 확인된 대장암 환자 5%가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완치 희망을 가지게 됐다는 의미다. 대장암 뿐만 아니다. 앞으로 해당 바이오마커가 확인된 어떤 암종이든 유전적 특성과 분석에 따라 키트루다 투여 시 치료, 생존연장, 완치라는 단계를 밟아갈 수 있다.

팜뉴스는 이달 26일 자 '4기 대장암, 100명 중 5명 완치 가능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제하 기사에서 키트루다의 대장암 1차치료 적응증 확대 의미를 조명하는 기사를 기획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못다한 내용을 갈무리해 후속 보도한다. 

▶키트루다와 MSI-H/dMMR 변이

우리 신체는 손상되거나 오류가 생긴 유전자를 복구하려고 한다. 이를 DNA 복구(DNA repair)라고 한다. 유전자 변이는 DNA 복구 과정에서 발생한다.

신체가 DNA복구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손상된 부분을 직접 고치는 방법과 DNA 손상 부분을 절단하고 새로운 DNA와 합성시키는 방식이다. DNA 손상 부분을 절단하고 합성하는 과정에서 DNA 염기서열이 잘못 짝지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찾아 절단하고 복제하는 과정이 DNA 불일치 복구(Mismatch repair, MMR)다.

MMR은 총 4개의 단백질(MLH1, MSH2, MSH6, PMS2)로 이뤄지는데 이중 하나라도 제 기능을 못하면 MMR 결핍(Deficient MMR, dMMR) 상태가 된다. 쉽게 말해 우리 몸에 생긴 상처를 치료하지 못해 흉터가 계속 만들어지게 두는 것이다.

dMMR로 영향을 받는 건 현미부수체(Microsatellite)다. Microsatellite는 DNA 서열이 반복 배열된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dMMR로 DNA 유전자 변이를 복구하지 못하면 정상세포와 다른 비정상적인 길이를 가진 세포를 계속 만들어낸다. 이를 현미 부수체 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le, MSI)이라고 한다.

MSI는 PCR 또는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로 진단할 수 있다. MSI는 BAT26, BAT25, D17S250, D5s346, D2s123 등 5개 표지자가 있고 PCR로 검사해 2개 이상 불안정성인 경우 MSI-High(MSI-H)로 본다. MSI-H 환자는 종양특이항원이 많은 암세포를 활성화시키기에 PD-1, PD-L1 발현율 또한 높인다.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높을 수 있는 이유다. 

▶MSI-H/dMMR 치료, 키트루다는 얼마나 효과적인가

국제 암 표준 진료 지침인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전이성 직결장암 진단에 MSI-H/dMMR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로는 MSI-H/dMMR 변이가 있는 대장암 환자에서 그 효과와 사용이 제한적이었지만 키트루다를 1차 치료에 사용한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PFS), 생존기간(OS), 완전관해율(CR) 모두 대폭 개선된 치료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MSI-H/dMMR 변이가 있는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를 사용한 임상연구 'KEYNOTE-177'에서 유효성이 확인됐다. 전신 항암화학요법 경험이 없는 수술 불가능하거나 전이성 MSI-H/dMMR 동반 직결장암 환자 307명이 참여했다. 이들에게 매 3주 마다 키트루다 200mg을 투여했으며 1차 평가변수는 PFS·OS였고, 2차 평가변수는 ORR, PFS2, HRQoL, Safety였다.

키트루다 단독 사용 시 mPFS가 16.5개월로 항암화학요법(8.2개월) 대비 2배 이상의 개선을 보였다. 추적 관찰 기간은 44.5개월이었는데 mOS 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아직도 환자들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항암화학요법은 36.7개월이었다.

mPFS2 값도 54개월로 확인됐다. 이 또한 항암화학요법(24.9개월) 대비 2배 이상 개선한 수치다. 1차 치료에 키트루다 사용이 2차로 투약하는 것보다 개선된 임상 효과를 나타냈다는 의미다. 더욱이 키트루다는 항암화학요법에서는 보일 수 없는 CR 13%라는 수치를 달성했다. 이는 항암화학요법 3배에 달하는 기록이다. 이에 반해 3등급 이상의 부작용 발생은 22%로 항암화학요법 대비 3분의 1로 줄어 환자 삶의 질(QoL)까지 향상했다.

2018년 대장암은 2만7909건으로 국내 발병암 중 전체 4위를 차지했다. 국내 사망률은 폐암, 간암에 이어 3위였다. 근치적 절제술을 시행해도 20~50%에서 재발하며, 국소 재발 보다 원격 전이를 동반하는 광범위한 재발이 많아 예후가 나쁜 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초기 발견할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93.8%지만 말기에는 19.5%3로 급격히 하락한다.

신약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대장암에서 바이오마커 기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강력한 무기로 등장했다. MSI-H/dMMR 변이 환자는 아직 5%에 머무르지만 장기생존과 완치 가능성을 높인 것은 현 시점에서 혁신치료제로 부를 만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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