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매년 마주하는 정신 건강 통계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돌봄 체계가 가장 취약한 이들을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OECD 국가 중 최악의 지표가 반복되는 현실은 구조적 실패를 명확히 보여준다.정신 건강 위기를 상징하는 대표적 지표는 퇴원 후 극단적 선택률이다. 최근 OECD 분석에서 한국은 정신과적 장애로 입원했던 환자 1,000명 중 퇴원 후 1년 내 극단적 선택을 한 비율이 6.9명으로, 비교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영국의 1.4명과 비교하면 차이는 크고, 이 수치는 최근 10년(2013~2023
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첩경은 비만을 예시·통제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발견이다. 지난 칼럼에서 비만 치료에 대한 고찰을 예고하였으나, 학습과 논리의 선후를 고려하여 비만의 생체지표에 관한 내용을 먼저 정리하였다.2025년 10월 13일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온라인판에 비만 생체지표의 탐색에 관한 고찰 논문이 발표되었다.이 논문에서 보듯이 멀티오믹스 등의 첨단기술이 비만 형성의 분자적 기전과 바이오마커를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지만, 건강 상태와 생활 환경, 기타 요인들을 통합적으로
개량신약은 단순 제형 변경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 순응도를 높이고 입원률을 낮춰 의료비를 절감하는 중요한 혁신이다.그럼에도 한국의 약가정책은 이러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2014년 보건복지부의 개량신약 약가 우대정책 축소다. 이후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대비 소폭 인상된 가격만 인정받으며 사실상 ‘형식적 혁신’으로 취급됐다.현재 제도에서는 복합제 약가 산정 시 구성 약제의 단순 가중평균 방식이 적용된다. 복약 편의성과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어도 약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심평원이
대학에서 30년 근무하고 퇴임을 하고 나니 종종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화에 관련된 질환이 점점 증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노화의 정도도 건강검진에서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혈액 검사로 실제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명성 있는 학술지 Nature Medicine(2024)에 발표된 논문(30권, 2450-2460쪽)에 노화에 따른 질환 18종류가 제시되었다. 혈액 내의 단백질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생물학적 나이 측정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나이에 따른 질병, 이환율
이번 달 28일, 보건복지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상정된다.제네릭 약가산정 기준 53.55% 대비 4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단계적 인하인지, 사실상 일괄 약가 인하인지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는 현실적으로 일괄 약가 인하에 준하는 개편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은 시간은 불과 며칠, 산업계와 정부 모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반도체·배터리에 이어 대한민국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시장은 기술·규제·투자환경이 빠르게 재편되고
건강기능식품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효능 과장, 허위 광고, 품질 관리 미흡으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용어 자체가 이미 소비자에게 효능을 암시한다는 점도 문제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은 먹으면 ‘건강해질 것’이라는 무의식적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러한 함의를 차단하기 위해 ‘Dietary Supplement(식이보조제)’, ‘Food Supplement’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름 자체에서 치료·예방 의미를 배제한다.미국 FDA는 원료 입고부터 최종 제품 유통까지 기록을
전원으로 이사 온 뒤 처음 맞이하는 봄. 도시의 소란 대신 창밖엔 산새 소리가 들리고, 마당 한편에는 벌써 이름 모를 들풀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호기심 많은 집사람이 앞산에 한 번 올라가 보자고 하였다. 집 앞 개울을 건너 처음 오르는 산은 사람의 발길이 드문 산이어서인지 놀랄 만큼 조용했다.산나물이 있을까 싶어 두리번거렸으나 눈에 띈 건 오직 산취뿐, 다른 산나물은 보이지 않았다. 살짝 실망스러울 즈음, 계곡 가장자리에서 문득 시선을 끄는 식물 하나를 발견했다. 마치 우산을 활짝 펼쳐 놓은 듯한 독특한 모양이어서 ‘우산나물’이라는
올해 10월 29일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파드셉(엔포투맙 베도틴)과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 제8차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됐다.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긴 기다림을 견디며 첫 관문을 넘었는데 문제는 또 시간이다. 임상적 유용성은 암질심에서, 비용·경제성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본다.첫 번째 공은 약평위로 넘어갔다. 이후 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이 있다. 두 번째 문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은 통상적인 항암제 급여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단어가 '포괄임금제'이다. 말 그대로 임금에 각종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포함되어 있다고 정하는 방식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표현이 아니라 판례로 인정된 방식이다. 즉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에 대해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판례가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①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업무로, ②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정당한 경우라는 요건을 벗어나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판례가 허용했던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임플란트 치료는 손상된 치아를 대체하는 대표적인 재건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임플란트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식립 과정뿐 아니라, 금속 재질의 인공치근과 잇몸뼈가 하나로 붙는 ‘골유착(Osseointegration)’ 과정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데 달려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골유착을 보완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로 ‘UV임플란트’가 소개되고 있다.UV임플란트는 임플란트 표면을 자외선(UV)으로 처리해 표면 특성을 변화시키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일반 임플란트 표면은 공기 중 노출로 유기물이 흡착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