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우정민 기자] 한국 사회가 매년 마주하는 정신 건강 통계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돌봄 체계가 가장 취약한 이들을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OECD 국가 중 최악의 지표가 반복되는 현실은 구조적 실패를 명확히 보여준다.
정신 건강 위기를 상징하는 대표적 지표는 퇴원 후 극단적 선택률이다. 최근 OECD 분석에서 한국은 정신과적 장애로 입원했던 환자 1,000명 중 퇴원 후 1년 내 극단적 선택을 한 비율이 6.9명으로, 비교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영국의 1.4명과 비교하면 차이는 크고, 이 수치는 최근 10년(2013~2023년) 동안 오히려 상승한 나라 중 한국이 포함돼 더욱 우려된다.
퇴원 직후 위험은 분명하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퇴원 후 30일 안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일반 인구보다 66배 높다는 분석이 있다. 그중에서도 퇴원 후 7일은 재발과 위기 행동을 막는 핵심 시기다. 그러나 2017~2018년 기준 조현병 환자 17,565명 중 37.6%만이 이 시기에 외래 후속 치료를 받았다. 환자 세 명 중 두 명은 보호 장치 없이 위험한 일주일을 견디고 있던 셈이다.
초기 치료 단절은 특정 집단에서 더 두드러졌다. 연령이 높고 남성일수록 후속 치료 연결 가능성이 낮았다. 실제로 여성 환자의 후속 치료율은 40.6%로 남성의 34.1%보다 높았다. 장기 입원(60일 이상) 환자가 오히려 초기 진료를 덜 받는 현상도 확인되며, 이는 병원 중심 격리 구조가 지역사회 복귀를 제대로 돕지 못한다는 비판과 맞닿아 있다. 지방 병원 환자의 후속 치료 가능성이 대도시 대비 26% 낮다는 점도 지역 간 불균형을 드러낸다.
신체 건강 관리의 빈틈 역시 분명하다. 중증 정신 질환자(SMI)는 초과 사망률이 꾸준히 높게 관찰됐고, 양극성 장애 환자는 4.3배, 조현병 환자는 6.3배에 이르렀다. SMI 환자의 61.26%가 한 가지 이상 만성 신체 질환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반 인구(47.89%)와 비교해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지표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고위험군에 대한 시기적·질 높은 치료가 이뤄진다면 극단적 선택률과 초과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음에도, 현 체계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퇴원 후 7일 이내 후속 치료율을 국가 차원에서 높이고, 퇴원 단계에서 적극적 계획과 가족·지역사회의 치료 연결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과 돌봄과 신체 건강 관리를 함께 다루는 체계도 더는 미룰 수 없다. 보호받지 못한 채 병원 밖으로 나오는 상황은 결국 더 큰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환자가 다음 치료 단계로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돕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장 약한 고리를 보면 전체의 힘이 드러난다. 지금의 정신 건강 체계는 그 고리가 지나치게 쉽게 끊어지고 있다. 퇴원 뒤 일주일을 외면할수록 위험은 커지고, 그 대가는 결국 사회 전체가 감당하게 된다.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위한 구체적 조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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