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9돌 특집Ⅱ]선택 아닌 필수 ‘오픈 이노베이션’
오픈 이노베이션의 다양성 

이상준 교수(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최근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쾌거로 온 나라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으로 들끌고 있음을 우리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오픈 이노베이션이 기술에 한정돼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오픈 이노베이션이 갖고 있는 의미는 훨씬 넓으며 목적하는 바에 따라 다른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회사의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모두가 연구개발에 집중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어떤 분야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가능한지 살펴보았다.

제약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 Corporate Strategy

회사 자체의 역량을 가지고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유사 비즈니스 도입일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대웅제약에서 동물약품 사업을 한다고 언론에 발표한 적이 있다. 아직 이것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생각해 보면 기존 열악한 동물약품 회사를 인수, 합병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의료기기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법도 있다. 의료기기 회사들도 영세한 업체들이 많이 있어 인수, 합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관련 사업 범위를 넓혀감으로서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사업적 측면에서의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이제 까지 많이 이야기했던 해외 현지화이다. 비즈니스 전략상 많은 모델이 가능하다. 현지 회사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도 있고, 직접 진출하는 방법 및 파트너사에게 판권을 주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 Research & Development

우리나라 상위 10위권 매출 내의 제약회사도 다국적 제약기업에 비하면 R&D 규모가 엄청나게 작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이미 입으로만 이야기해 왔던 산ㆍ학ㆍ연 협업 연구다. 각각의 역할 분담 또한 많이들 논의한 상태이다.

필자가 산학연을 정의해 보면 Academy는 학문을 하는 곳으로 그들의 업적은 논문, 특허 등으로 평가를 받는다. 물론 논문 및 특허들이 사업화로 연결이 돼야 한다는 점은 당연한 이치이다. 논문은 10번 실험해 한 번 나온 결과를 발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은 10번 실험 중에서 한 번 실패가 나와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게 되면 반드시 다시 되돌아올 확률이 높아 시간과 돈을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을 이해해야 하는데 기업에서 Academy의 기술을 평가할 때 완벽한 기술이라는 전제를 두고 평가하기 때문에 양측 간에 갭이 크게 벌어지게 되고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누가 잘 하고, 누가 잘못했다는 논리가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협업이 가능하게 된다. 필자가 오래 전에 제약기업 연구소에 재직할 당시 국책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추진한 적이 있다.

국책기관은 시험일정이 시간에 쫓기게 돼 최종 물질의 반응만 종결된 상태로 기술 이전을 해준 적이 있다.

그러나 기업이 제품화를 위해서는 그 이후에 여러 단계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제를 해야 하고, 결정을 잡아내야 하는 등 최종 의약품의 품질에 적합한 물건이 나오기 까지는 몇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즉 사업화의 개념에 차이가 있었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원과 기업 연구소 연구원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성공적인 협업의 기본이다.

또한 의약품 개발 시 CMO, CRO 등의 기관들을 이용하게 되는 것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종이다. 모든 약업인들이 인지하는 것처럼 생물학적동등성시험 파문의 근본 원인은 제약업체에서 돈을 주고 생동성시험을 의뢰했으니 당연히 시험기관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그런 분란을 일으킨 단초가 됐다고 생각된다.

CRO는 스폰서가 제공한 시료를 가지고 제공된 프로토콜에 따라 시험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시험 자체의 오류 이외에는 모든 결과의 책임은 스폰서가 지게 돼 있다.

그래서 스폰서는 시험을 의뢰하기 전에 실사(inspection)를 통해 시험을 수행할 능력, 즉, 훈련된 인원, 갖춰진 시설, 시스템 등을 평가해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기관에 의뢰하는 것이다.

시험 비용이 얼마나 싸냐, 비싸냐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단, 같은 능력을 갖춘 기관이라면 그 때는 비용이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필자가 안전평가연구소(KIT)에 근무할 때에 해외 업체들은 계약 전에 반드시 실사를 오며 시험 중에도 수시로 실사를 오는 것을 보고 우리 제약기업과 차이가 있음을 실감한 바 있었다.

심지어 해외의 조그만 벤처회사도 독성 전문가를 자사 컨설턴트로 두고 회사 과제에 대한 모니터 및 실사를 실시하는 것을 보고 시험 결과의 책임은 스폰서가 져야한다는 것을 실감했었다. 국내 상위 제약기업은 이런 상황들을 잘 인지하고 계약 사전, 사후 미팅을 통해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 Sales & Marketing

판매, 마케팅 역시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상이다.

우리가 개발한 제품을 가장 잘 팔 수 있는 기관에 판매를 의뢰하면 된다. 예를 들면 정신질환 치료제를 갖고 있다면 현재 정신과 약물 마케팅을 잘하는 곳에 판매를 의뢰하면 훨씬 더 판매 효율을 올릴 수 있다.

남을 신뢰할 수 없어 내가 혼자 다 하려면 새롭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등 시간과 경비가 소요된다. 최고로 잘 하는 기관과 협업하는 것이 최고의 효율을 올리는 지름길이며 이를 통해서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다.

정부에서 생명공학 지원 시 마다 향후 목표를 보면 세계 50대 기업에 몇몇 회사 진입, 글로벌 신약 몇 개 개발 등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신약에 국한된 점이 상당히 아쉽다.

최근 전문지에서 한미약품의 2015년 실적을 분석하면서 기존의 매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답보상태인 것을 지적한 바 있다. R&D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부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업 성장의 교두보로 활용해야 한다.

이에 한미약품의 또 다른 행보도 기대가 된다. 신약개발은 아직도 오랜 시간이 남아있고, 기술료를 매년 때마다 주지 않는다. 비즈니스로 매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번에 벌어들인 재원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제약기업들은 각자 자기 회사의 핵심역량을 파악해 핵심역량을 더욱 심화시키고 나머지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비즈니스를 확대해 quantum 성장을 이끌어 낼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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