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는 규제가 많은 정부의 관리 사업이어서 정책에 특히 민감하다. 일반적인 기업도 정부가 나서서 통제를 가하면 경영에 큰 타격을 받는다. 

제약사들은 더욱 정부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약가일괄인하도 마찬가지. 경영상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고 하지만 더 심각한 타격을 피하기 위해 드러내고 반발하지 못한다. 그래서 약가인하 이후 전망에 대해 제약계의 솔직한 전망과 분석을 익명으로 취재했다.

약가인하·생동규제완화로 위·수탁 활성화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제약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이 일관되게 가야 제약사들이 사업계획을 세우고 투자해 수익을 올린다고 성토했다. 그는 “지금의 정부정책은 변화가 아니라 단절”이라며 “업계가 맞출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가인하로 원가마저 삭감되면 위·수탁생산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그는 “수탁업체도 약가인하로 인한 (납품)원가압박으로 사용원료의 가격을 낮추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원가마저 잠식하는 약가인하로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을 위탁하는 제약사들이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수탁생산업체는 위탁업체로부터 납품가 인하압박에 시달리고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낮은 가격, 낮은 질의 원료를 중국 등에서 수입해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한 제너릭 약가에 대해 최초 1년간 기존 처럼 68%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지속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그는 “생동성 규제완화도 위·수탁생산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3년 정도 지나면 구조조정 본격화

“R&D인력이나 영업인력은 회사의 장래 먹을거리를 조달하는 인력들”이라는 그는 “그럼에도 당장 생존의 기로에 서면 이들을 먼저 정리하는 업체들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3년 정도 지나면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점을 통폐합하고 영업조직을 축소하며 일부 사업분야를 폐지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 생산시설·인력의 축소나 처분, 폐기도 예상된다.

그는 대금 회수와 낮은 마진, 취약한 자본력 등 제약사보다 자금 기반이 어려운 의약품도매업 쪽에서 먼저 흔들릴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4월부터 약가인하가 적용되면 압박이 높아져 도매상들이 한 달 넘게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약가인하로 수익성이 낮아지면 자본이 부족한 제약사들은 투자여력 고갈로 개발한 신약을 다른 회사에 넘길 수도 있다”는 그는 “신약 개발은 성공률이 낮아 신약 투자를 축소하는 회사도 상당수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약사들은 비급여 분야를 확대하고 해피드럭과 항암제 등에 집중하는 30여 개 제약사들이 살아남는다”며 “약가인하가 시행되면 1년 동안은 재고관리와 신용관리 등 혼란이 극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단절, 단순 예측으로 제약계 투자 증발

“혁신형 제약기업은 보상이 아니다”는 그는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이 필요하다”며 “2007년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부터 계산해도 지금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5년째인 내년에 약가가 일괄 인하되면 개발계획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가 신약을 우대한다고 하지만 10~20년의 개발기간과 특허 연장 등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약지원 정책은 비현실적이고 생색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정책일관성이 없어 제약사가 사업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변수가 큰 정도가 아니라 정책의 단절이라는 것. 많은 제약사들이 정부의 요구대로 cGMP 등 생산시설 선진화에 투자했다. 정부는 생산시설 선진화로 상당수 제약사들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제약사들은 자신들의 매출액 이상을 대출받아 시설을 개선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

하지만 그 성과를 보기도 전에 정부의 약가인하로 계획과 달리 수익성이 악화돼 투자를 날리고 폐업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와 선거 등에 정책이 휘둘리는 것도 문제”라는 그는 “중장기적 일관된 정책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처방품목 과다ㆍ고령화사회로 약제비 높아

그는 처방품목이 많아 사용량이 많은 것이 약제비가 높은 원인이라며 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질병에도 필요 없는 많은 약을 처방해 약을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빠른 고령화사회 진입도 그가 생각하는 약제비 비중이 높은 원인 중 하나다. 빠른 고령화로 고령 만성질환자가 급격히 늘어 의약품 수요가 늘고 환자들의 인식이 높아져 고가 의약품을 선호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문제를 외면하고 제약계에 그 책임을 돌린다는 비판이다.

“제약업계의 절실함이 없다”는 그는 “주요 제약사들이 나서 강하게 제약계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기업들을 압박하고 불이익을 줄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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