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만료로 가시적인 전략 요구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장기적 측면의 위기관리 차원에서 M&A, 구조조정, R&D 우선순위 재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당장 현실적인 위기가 엄습하고 있어 R&D 혁신성 향상 및 파이프라인 확장만으론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향후 5년 이내에 글로벌 결합매출이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제품이 특허만료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현실은 보다 가시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와 관련해 현재 주목받고 있는 것이 이머징마켓과 제품 다각화, 가치에 근거한 시장접근 등이다.

물론 오리지널사의 입장에서 특허만료가 무조건 대폭적인 매출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관련 제약사들과 업계 전문가조차 제너릭 공세에 따른 매출 하락폭은 쉽게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나 혹은 두 개의 블록버스터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업체는 지속성장이 불가능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후기개발단계 R&D의 낮은 성공률과 높아지는 승인 장벽을 고려할 때 이러한 명제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사업다각화와 역량집중 밸런스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사업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선제 작업으로 포트폴리오 및 파이프라인 우선순위 재조정 작업을 통해 정체된 프로젝트나 후보물질은 과감히 라이선싱 아웃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형 제약사의 라이선싱 아웃 시도는 빈번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위기관리 전략 차원에서 이러한 시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특정질환 및 기술에 역량을 갖춘 전문제약사나 바이오테크를 타깃으로 활발한 인수 작업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글로벌 제약사들은 사업다각화(diversification)와 집중투자(pure-play)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요구받고 있다. 물론, 어떠한 사업모델이 최선인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분명히 진로를 정해야 할 시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 같은 딜레마 속에서 현재 많은 제약사들이 외부적으로는 사업다각화에 초점을 맞추고,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조직의 효율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사업다각화와 집중투자 사이의 밸런스에 초점을 둔 이른바 절충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회사 내부에 초점을 맞춘 집중투자 전략은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관료적인 체계 및 낮은 직원몰입도 등이 타깃이다.

일례로, 여러 대형 제약사들이 저조한 실적을 보이는 사업부를 과감히 정리해 불필요한 비용 및 절차를 줄이고 있다.

또한 조직의 이미지를 새롭게 탈바꿈하기 위해 다른 제약사와 혁신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2009년 화이자와 GSK가 발족한 HIV 부문 합작회사인 ViiV Healthcare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잠재력 있는 영역에 과감한 투자

새로운 경쟁력 확보의 일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M&A 시도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파이프라인을 확충하고 새로운 시장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올해 초 사노피의 젠자임(Genzyme) 인수가 이를 증명하는 좋은 예이다. 젠자임은 세계 최대 희귀질환 치료제 메이커이며, 주력 바이오제품군은 제너릭 공세에 보다 자유로워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다.

사노피의 경우 플라빅스와 엑롤사틴 등 대형품목의 특허만료와 파이프라인 고갈에 따른 수익감소를 수요가 높고 성장잠재력이 큰 희귀질환 부문을 통해 만회하려는 복안인 셈이다.

성장 잠재력에 대한 사노피의 과감한 투자는 작년에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 MIT와의 제휴로 나노기술, 바이오제조(biomanufacturing) 등의 잠재적 역량을 확보했으며, 하버드대학과도 제휴를 체결해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역량도 확보한 바 있다.

한편, 앞으로는 아직 초기단계의 영역으로 알려진 유전체학(genomics), 유전자치료법, 유전자침묵(gene silencing) 등을 타깃으로 하는 접근이 보다 빈번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품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유망 영역을 타깃으로 대형 제약사들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신흥제약시장 매출 비중 급증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성장 잠재력은 파머징마켓으로 알려진 신흥제약시장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BCC Research>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이머징마켓 치료약물 시장은 1460억 달러에 근접했으며, 오는 2015년에는 2140억 달러의 시장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 연평균성장률(CAGR)은 8%에 달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경제력 상승으로 이머징마켓 치료약물 시장이 오는 2015년까지 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이머징마켓(특히 파머징마켓) 매출비중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IMS가 상위 15개 글로벌 제약사의 매출구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9년 기준 총 매출액의 9.4%가 IMS가 분류한 파머징마켓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또한 해당 제약사들의 파머징마켓 관련 매출비중의 변화정도를 나타내는 연평균성장률(CAGR, 2003년~2009년)을 분석한 결과 14.6%로 확인돼 총 매출액에서 파머징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오의약품 · 바이오시밀러

IMS헬스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1380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연평균성장률(CAGR)이 11.7%에 달하는 등 급속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신호와 더불어 바이오의약품과 백신에 중점을 둔 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 체질개선 노력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미충족 의료를 타깃으로 활발히 개발과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사노피가 강력한 희귀질환부문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젠자임(Genzyme)을 인수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작년 말 유럽의약청의 허가지침이 공개되며 항체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개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유럽의약청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높은 장벽을 제시하지 않아 항체 바이오시밀러 R&D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 글로벌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탄력을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작년 초 건보개혁안의 통과로 바이오시밀러 승인경로 마련에 착수한 미국은 현재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제너릭 사업부 강화 움직임 활발

제너릭 메이커들은 매출 보완을 위해 브랜드 의약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대형 제약사는 제너릭 의약품으로 역량을 다각화하며 사업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트렌드의 중심에는 주요 블록버스터 제품의 특허만료가 자리잡고 있는데, 빅파마의 경우 특허만료에 따른 수익감소에 대비하기 위함이며, 제너릭 메이커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에 따른 호황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대형 제약사의 경우를 살펴보면, 노바티스는 이미 글로벌 2위 제너릭 메이커인 산도스(Sandoz)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매출 흐름을 살펴보면 산도스에 대한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사노피와 GSK, 화이자 등도 제너릭 사업부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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