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약업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는 리베이트 수사, 쌍벌제로 압축될 수 있다.

작년 8월부터 리베이트와 보험약가가 연계되면서 제약사들이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경각심을 갖게 돼 일부 제약사는 불법 금품을 거의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주력 제품의 매출이 최고 3분의 1수준으로까지 추락했다.

더욱이 상반기에 리베이트 쌍벌제 법제화가 확정되면서 제약협회 임원진을 비롯 복지부장관과 만난 기업들이 소위 쌍벌제 5적 ‘유한동아대’ 또는 8적으로 지목되면서 의료계가 특정 제약사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등 제약-의료계 간의 갈등의 골이 깊었던 한해였다.

이들 제약사 중에서 특정 제약사는 실제 의료계가 불매운동을 전개해 매출이 감소했으며 일부 의료단체에서 금품살포를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함으로써 관련 제약사가 정식으로 의료계에 사과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같이 리베이트 쌍벌제로 약업계 전체가 힘든 가운데에서 일부 제약사는 리베이트 제공을 중단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12월 들어서도 경남 거제에서 불법 리베이트로 제약사 및 의사들이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리베이트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상위권 제약사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전년대비 매출이 늘어난 반면 중하위권 제약사 중에서는 매출 감소 업체가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원 낙찰 등 의료기관 저가구매 노골화

정부가 실거래가상환제의 파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면서 지난 10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저가구매인센티브)가 더 큰 파행을 초래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보험약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면 그 구입금액의 차액 중 70%를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이 제도는 보험재정 절감이 아니라 대형 병원에 약가마진을 합법적으로 챙겨주는 제도로 제약은 물론 국회에서도 반대했지만 복지부는 강행했다.

그 결과 부산대학교병원 등 국공립의료기관 입찰에서는 대형 품목의 1원 낙찰현상이 속출했고 영세도매업체들이 입찰시장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경희대학교병원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도매업체의 가격(17% 인하)으로 나머지 도매업체도 납품토록 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또한 삼성의료원과 아산병원이 공개경쟁입찰로 2-3백억원대의 인센티브가 확실시됨에 따라 앞으로 여타 대형병원들도 저가구매에 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사들은 저가로 공급해도 가중평균에 의한 약가인하 폭이 낮고 80%에 이르는 원외처방을 위해 1원 낙찰도 감수하고 낙찰도매에 자사 제품으로 계약을 요청하고 있지만 주사제 등 원내처방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은 죽을 지경이다.

저가구매인센티브 시행 이후 제너릭제품은 평균 보험약가 대비 50%선에 공급되고 있는데 이는 제도 시행 이전보다 20-30% 떨어진 가격대라는 제약사들의 분석이다.

결국 제약사들의 이익이 그 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경구용제제의 경우 원외처방을 확대해 매출과 이익을 늘릴 수 있어도 주사제류 등 원내제품은 원외에서 보전이 불가능해 인하 폭만큼 매출 및 이익 감소로 직결된다. 생수 값만도 못하다는 기초수액제 역시 제도 시행 이전 보다 10-15% 낮은 가격으로 계약되고 있다.

이러한 이익구조로 제약사들이 미래를 대비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저가구매인센티브가 제약사들의 이익은 고갈시키고 보험재정 절감에는 아무런 기여도 없이 병원들의 배만 불리는 괴물이 되고 있다.

의약품 유통일원화 폐지

그동안 전체 도매업계가 일치 단결해 제도 연장을 추진해 왔던 종합병원급에 대한 의약품유통일원화가 지난 1994년 7월 법제화된 지 17년 만에 오는 1월 1일자로 폐지된다.

의약품 유통일원화는 그 어느 나라에도 법제화된 곳이 없으나 국내 의약품산업의 현실을 감안해 도매를 육성하고 의약품 유통질서를 확립하자는 취지에서 종합병원급에 한해서 도매를 통해 유통할 수 있도록 지난 1994년에 법제화됐었다.

이로 인해 당시 20%에 불과하던 의약품 도매 유통이 60% 초과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고 도매의 입지도 어느 정도 구축됐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 초기부터 병원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제도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규제개혁위원회 등 정부부처 내에서도 폐지론에 무게가 실려 결국, 2010년 12월 31일자로 폐지되는 일몰제가 적용됐었다.

도매업계는 3년 유예를 수용하고 2010년 들어 재연장을 추진하면 최소한 2-3년은 제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었다. 때문에 올해 들어 유통일원화 폐지는 도매산업을 몰락시킨다면서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왔다. 또한 쌍벌제 등 새로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약과 병원이 직접 거래하지 않고 도매를 통한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여기에다 대한약사회와 한국제약협회를 설득해 제도 연장에 동의토록 했지만 병원협회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더욱이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이 취임하면서 도매협회장과는 면담도 하지 않는 등 제도폐지로 분위기가 기울면서 삭발투쟁, 복지부 앞 집회, 1인 시위 등 전방위적인 도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오는 1월 1일부터 폐지가 확정됐다.

제도폐지가 확정되자 제도연장을 추진해 온 한국의약품도매협회 이한우 회장은 회장직 사퇴의사까지 밝히는 등 도매업계가 혼란에 빠졌지만 이제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간판 내린 두배ㆍ명성약품 교훈

2009년 인영약품 부도가 전체 도매업계에 가장 큰 상처였다면 올해는 중견 제약사들이 세무조사 등의 각종 악재로 간판을 내리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의약계에 대한 세무조사는 전체 업계에 아킬레스건인데 제약사 중에서는 대웅제약이 280억 원대의 세금추징을 받았지만 회사의 재무구조 및 자금흐름이 충실하기 때문에 전체 경영에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도매업체의 경우 세무조사에 따른 세금추징은 업소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현재도 몇몇 도매업체들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결과 여부에 따라 향후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도매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5일 서울 동대문구 소재 두배약품(대표 민이홍)은 세무조사에서 33억 원의 세금을 추징받아 앞으로 정상 경영이 어렵다는 판단아래 도매상을 자진 정리키로 결정했다고 밝혀 약업계를 긴장시켰었다.

두배약품 측은 거액의 세금을 추징받은 상태에서 회사를 정상 경영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돼 정리키로 했다면서 제약사들에게 ‘미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배약품은 지난 1996년에 설립, 2009년 매출액 878억 원을 올렸으며 자체 사옥 마련 등 안정적인 경영을 전개해왔으나 도매의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인 세무조사로 결국 문을 닫는 수순을 밟게 됐다.

약업계가 두배약품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난 8월 말 매출액 800억원대 명성약품도 자진정리를 결정하고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명성약품은 지난 1년간 향후 진로를 놓고 다각적인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각종 구설수에 올라 한동안 제약사들의 견제를 받고 경영이 위축돼 인수합병도 포기한 채 자진정리를 결정했다.

명성약품의 자진정리는 깡통잔고 등 종합도매업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모두 안고 있고 이창종 회장이 서울시도협회장직까지 역임한 도매업계의 원로라서 안타까움을 더하게 했다. 명성약품은 제약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아래 제약사 채권부분은 모두 정리했고 영업사원들은 특정 업체로 이직하는 등 원만하게 진행됐다.

두배약품과 명성약품의 자진정리는 앞으로 전체 도매업계에 M&A 등 생존을 위한 선택을 과제로 남겼다. 특히 도매 창고면적 기준의 부활을 앞두고 있어 영세 도매업체들의 선택의 폭은 좁아졌다. 송암약품과 기영약품의 합병 합의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도매의 재편은 단순 생존권을 넘어 각자의 강점을 더욱 강화시키는 전략으로의 더욱 전환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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