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은 고혈압 치료제의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에 대한 심의결과를 확정했다. 지난 14일에 발표한 고혈압치료제 기등재 품목 정비 결과에 따르면 소요비용 하위 33%에 해당하는 저가의약품 323개 품목의 급여가 유지됐다. 

그러나 최고가 80%에 해당된 285개 품목은 급여가 제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 같은 결과를 제약사에 통보하고 30일 이내에 재평가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월 발표된 기등재 고혈압치료제에 대한 평가결과에서는 90% 기등재 품목이 급여제외 되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계를 비롯해 제약업계가 반발하며 평가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7월 정부가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를 일괄인하 방안으로 확정했다.

이를 통해 약제비 8천억 원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예상과는 다르게 약제비 절감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030년 건강보험 재정 22조 적자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중요한 대안 중의 하나로 약제비 절감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등재의약품목록정비도 평가를 통한 시간을 끌기보다는 일괄인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약제비를 절감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또한 의료계의 4천억원 약제비 절감을 수가인상과 연계시킨 것도 약제비 절감이 건강보험재정에 영향이 크다는 입장 때문이었다. 올해 하반기 건강보험재정에 의료계의 4천억원 약제비 절감 노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의 수입과 지출 구조가 유지되면 오는 2030년에는 22조원의 적자가 발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의 고령화율이 고정된 상태다.

그러나 고령화율이 2030년에 24.3%, 급여비 충당비율이 50%가 될 것을 예상해 추계하면 적자는 66조원으로 예상된다. 또한 보장률을 60%까지 확대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현재 5.33%에서 7%까지 올리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14%에서 20%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8조5천억원 정도의 재정 적자가 예상됐다.

보장률을 70%로 확대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9%까지 올리고 정부재정지원을 20%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9조7천억 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이같이 예상된 건강보험재정 적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해법은 다양하다.

지난 8월부터 논의되었던 민주당 등 야3당과 시민단체들은 약제비 절감을 포함해 총액계약제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총액계약제를 통해 일정규모의 지출 구조로 건강보험재정의 합리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약제비적정화방안 등 정부의 약가정책을 제대로 가동하면 2조원 규모의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30년에는 약제비지출 31조 원 추정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과 KRPIA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약제비 절감이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에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OECD자료를 이용할 경우에는 약제비 지출은 급여충당비율이 40%가 되면 2030년에는 36조원으로 추정되고 45%일 경우에는 40조원이 된다. 50%일 경우에는 45조원으로 추정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하게 되면 2030년에는 약제비 지출이 31조원이다.

연구를 진행한 연세대 서승환 교수는 “건강보험에서 약제비 비중을 30%에서 24%로 낮추면 재정절감효과가 2030년에 7조원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이것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조중근 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집행위원은 약제비 절감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재비 지출 전망>
                                                                     <단위 : 조원>

구 분

급여비 총합

현재 수준의 약제비 예측

약제비 점진적으로 낮춤

재정절약 효과

(OECD데이터)

2010년

32

9.7

9.6

0.1

2015년

43.8

13.3

12.5

0.8

2020년

60.7

18.5

16.5

1.9

2025년

86

26.1

22.2

4

2030년

118.4

36

28.8

7.2



보험의약품 가격결정 제도 문제

이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신영식 연구위원은 약제비를 포함한 의료비가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영식 연구위원에 따르면 보험의약품 가격결정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동일제품임에도 가격차별을 두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해 약가차별 인정근거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8년도 약품비가 총 10조3천억원으로 진료비 대비 29.4%를 차지했다. 약품비는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평균 13.6%가 증가했으며 OECD의 약품비 평균 비중 14.5%보다 높은 23.3%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특허만료 후에도 오리지널은 제너릭보다 높은 약가를 인정하는 모순도 발생되고 있다. 아울러 제너릭도 단순히 등재순서에 따라서 약가차이를 두는 불합리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제너릭의 약가수준이 선진국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주장이다. 국내 제너릭 약가는 특허만료의약품의 68%지만 프랑스는 50%, 오스트리아는 52%, 이태리는 55%, 네덜란드는 60%, 스페인은 70%, 일본 70% 수준이다.

신영식 연구위원은 이같은 제도적인 문제점의 개선과 함께 외래진료시의 약제비 지급에 차등을 두는 방식을 제안했다.

상급병원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외래 이용을 억제하는 한편, 외래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처방기관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라는 큰 틀에 대해서는 민주당, 시민단체, 한나라당, KRPIA는 인정하지만 재정안정화에 대한 각론에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등 야3당과 시민단체들은 약제비 절감도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에 중요한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KRPIA 측은 약제비 절감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보다는 지원금 규모의 확대를 비롯해 의료계에 사용되는 의료비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약제비 절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방영식 사무관은 “건강보험 급여지출 중에서 약제비 증가율이 전체 의료비 증가율 보다 높다"며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고령화가 낮은 단계임에도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방품목수를 감소시켜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 사무관은 “OECD에서는 처방전당 2개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평균 4개를 쓰고 있다"며 “의권급에서 불필요한 의약품 사용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장형실거래가제도와 쌍벌죄 등이 의약품 가격의 거품을 거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10월이면 시행되면 시장형실거래가제도와 11월 시행되는 쌍벌죄가 얼마나 의약품의 가격경쟁을 촉발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처방품목 감소 등 의료계가 중심이 된 약제비 절감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이와 같이 약제비 절감을 포함해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해법 모색을 위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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