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추진됐던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방안이 일괄인하로 급선회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의견수렴 과정이 아직 남아있지만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방안은 정부의 안대로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추진이 확실시 되고 있다.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방안은 정부의 대표적인 약가인하 정책이었고 제약업계에 엄청난 리스크를 몰고 올 것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이번 일괄인하 방침이 확정되면서 제약업계의 리스크는 해소될 전망이다. 또한 가장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던 고혈압치료제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가 일괄인하로 확정되면서 제약사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일괄인하 방침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괄인하는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이같은 비판은 건정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통해 정부 측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가 얼마만큼 수용하고 민주노총과 협의를 전개해 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와 시민단체간의 시각차이가 앞으로 논란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3년간 7%-7%-6% 일괄인하

지난 16일 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는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방안에 대해 20% 일괄인하를 제안했다. 건정심 위원들에게 안건이 미리 공개된 사안이 아니라서 이에 대한 안건은 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키로 결정됐다. 제도개선소위원회는 3년 동안 7%, 7%, 6%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의 안에 따르면 약가가 동일성분 내 최고가 80%를 기준으로 이 보다 비싼 제품은 기준까지 인하된다. 하지만 이는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인하되며 인하율이 20% 보다 적은 약제들 또한 약가인하 폭은 3년에 걸쳐 상기비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특허가 만료되지 않아 단독으로 등재된 오리지널 품목이나 제너릭이 없는 개량신약, 2007년 이후 제너릭 등재로 약가가 80% 인하된 품목 등은 일괄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고혈압치료제 약가인하는 2011년 2월부터 적용되며 다른 46개 약효군에 대한 약가인하는 2012년 2월부터 적용된다.

정부의 이같은 안에 따라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사업은 일단락됐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발표하며 기등재의약품목록정비사업을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지혈증치료제와 편두통치료제는 이미 경제성평가를 거쳐 약가인하를 단행한 상황이다. 고혈압치료제에 대해 심평원은 상대적 저가 범위 하위 10%, 25%, 30%, 특히 계열 내 최소 비용기준선 3%, 5%, 10%를 평가 잣대로 삼았다.

이에 따르면 10%에서 50%까지 약가인하가 가능하고 제약사들의 피해도 큰 상황이었다.
교보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10%의 약가 인하 시 대웅제약은 107억원, 종근당은 85억원, 한미약품은 73억원, 동아제약은 44억원, 유한양행은 43억원, LG생명과학은 36억원의 피해액이 산출됐다. 50%의 약가인하 경우는 대웅제약이 536억원, 종근당이 427억원, 한미약품이 364억원, 동아제약이 220억원, 유한양행이 214억원, LG생명과학이 180억원이었다.

이같은 피해액 산출이 예상되면서 제약업계와 의료계는 정부의 경제성 평가가 고혈압치료제 계열별, 성분별 차이점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기등재의약품목록정비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지 않고 시간끌기를 통해 제약사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심평원은 기등재 고혈압치료제의 경제성 평가결과에 대한 제약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상황이었다.

국내사와 다국적사 서로 다른 입장

이런 논란 속에 제안된 정부의 일괄인하 방안에 대해 국내 제약사는 예측성을 높였다며 안도를, 다국적제약사는 기준이 없다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제약사에 굴복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가 제시한 방안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의 제너릭은 포함되는 품목이 많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 보다 약가가 높은 품목이 다수인 다국적제약사는 약가인하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약가인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하고 있다.

건정심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기등재약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고 설명했다”며 “그러면서 20%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의 기준선에 대해 정확한 기준도 없이 일괄인하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무엇보다 정부가 약제비 적정화방안 실시 후 기등재약 목록정비를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며 “지난 고지혈증 시범평가 논란을 통해 품목정비를 포함해 본 평가는 엄정하게 실시하겠다고 건정심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일괄인하 방침을 정한 것은 제약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방침에 시장 반응은 우호적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정부의 방침에 우호적이다.

증권사들은 복지부가 건정심에서 일괄인하 방침을 제안한 후 제약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신영증권의 김현태 연구원은 “평가일정 단축으로 리스크의 장기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단축됐다”며 “제약업종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혈압 기등재 치료제의 경우도 예상보다 낮은 약가인하율을 보일 것이고 효능군 평가에서도 국내 제너릭은 미미한 인하율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키움증권의 김지현 연구원도 제약업종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김 연구원은 “시장에서 우려했던 약가규제 리스크가 축소됐다”며 “불확실성이 소멸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괄인하를 제안함으로써 실제적으로 약가정책에 대한 실패를 자인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등재약 목록정비사업의 정부 안이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주장해왔던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부의 약가정책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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