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 부문에 향후 10년간 총 3조3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바이오·헬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회장이 주재한 사장단 회의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건강을 향후 삼성의 주된 수익원 중 하나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야심차게 투자했으나 삼성불패 신화에 흠집을 낸 자동차사업의 실패사례와 이번 바이오사업 진출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삼성의 바이오부문 투자결정을 점검했다.

삼성 불패(不敗)신화 오점 자동차사업

지난 1993년 6월 삼성그룹은 자동차사업을 2000년대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듬해 4월 닛산 자동차와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1995년 3월 28일 삼성자동차(주)를 설립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4년 후인 1999년 6월 30일 삼성자동차(주)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심혈을 기울여왔던 자동차산업에서 철수했다.

삼성의 자동차사업 실패사례를 두고 그동안 많은 분석들이 나왔고 그 결론 또한 복합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전략수립 실패와 과잉투자, 정부 정책과의 불협화음이다.

실제로 당시 정부는 중복투자 등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그룹 내에서는 전 세계적인 자동차 시장의 둔화와 역량 등을 고려해 신중론이 제기됐으며, 1등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로 인해 설비·공장 등에 과잉투자가 있었다. 즉 전략적인 오류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삼성불패 신화가 무너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새로운 10년 … 바이오사업 주목

자동차산업에서 철수한지 10년이 지난 올해 삼성그룹은 친환경 건강증진을 목표로 2020년까지 23조 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개 신수종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 부문에 향후 10년간 총 3조3000억 원을 투자키로 결정하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생명공학기술(BT)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을 시사했다.

비록 삼성전자가 작년 7월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참가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업으로의 진출을 선언했고, 삼성의료원과 삼성종합기술원 등의 계열사들이 이미 바이오신약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개별적으로 바이오 분야의 진출을 발표했지만 이건희 회장 주도의 종합적인 투자계획 발표를 계기로 비로소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바이오시밀러 집중 투자 결정

삼성그룹의 신수종 사업 투자결정 중 눈여겨볼 점은 바이오제약 부문의 경우 수년 내 특허가 만료되는 바이오시밀러에 투자를 집중하기로 결정하며 분산된 역량을 집중할 것을 시사한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는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으로, 합성의약품의 제너릭과 같은 개념이지만 시밀러(similar)라는 이름 그대로 오리지널과 유사(동등)할 뿐 동일한 제품은 아니다. 바로 이러한 점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동시에 한계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재조합 인슐린, 인성장호르몬, G-CSF, EPO 등 치료용 단백질이 주를 이루는 1세대 바이오의약품의 특허만료와 함께 형성된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항-TNF 알파, 단일클론항체 항암제 등의 항체치료제가 주를 이루는 2세대 바이오의약품의 특허만료 도래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초대형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만료가 시작되는 2012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글로벌 매출 1위 제품인 Enbrel(2009년 매출 65억8000만 달러)이 2012년, 2위 제품인 Remicade(2009년 매출 59억3000만 달러)가 2013년, 4위 제품인 Rituxan(2009년 매출 56억5000만 달러)이 2015년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전략적·환경적 요소 모두 긍정적

앞서 지적했듯이 삼성 자동차사업 실패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과잉투자를 비롯한 전략수립의 오류와 정부 정책과의 불협화음으로 대표되는 환경적 요인 등이 주로 거론된다.

그러나 새롭게 신수종 사업으로 선택한 바이오제약의 경우 현재까지 전략적·환경적 요소 모두가 삼성에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삼성은 바이오제약 부문에서 전자, 의료원, 종합기술원, 정밀화학 등 계열사가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바이오시밀러 뿐만 아니라 유전자 분석 및 게놈 프로젝트도 착실히 진행하는 등 치밀한 전략 하에 바이오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 자동차사업과 달리 바이오사업은 정부가 국가 신성장동력의 일환으로 지목하며 발 빠른 가이드라인 제정 및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이 맞물리며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집중 투자 계획은 더욱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삼성이라면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는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제너릭과 다르다

바이오시밀러는 승인 조건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합성신약의 제너릭과 달리 추가적인 임상비용 및 시간이 요구된다.

바이오의약품은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크고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진 단백질이므로 그 구조와 활성은 세포주의 종류와 제조방법 변경에 매우 민감하며, 동일한 제조자가 동일한 제품을 제조할 때도 제조방법이 변경된다면 동일한 제품이 생산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그 결과 바이오시밀러는 허가 시 합성의약품의 복제약인 제너릭과는 다른 기준으로 동등성을 입증해야 하며 오리지널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한 별도의 임상시험이 요구되는 것.

또한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경쟁자도 많은데 현재 테바, 산도즈 등 글로벌 리딩 제너릭 메이커들이 앞서나가고 있다.

한편 안전성이 검증된 제너릭과 달리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안전성 우려로 시장의 성장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례로 지난 2006년 출시된 인성장호르몬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오리지널보다 10~40% 낮은 약가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이 4%에 불과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시밀러 성공 키워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전망과 주요 대형품목의 특허만료에 따른 새로운 기회 등의 요인으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헬스케어 영역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바이오시밀러는 그동안 축적해 온 바이오기술을 기반으로 상업화에 주력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만으로는 지금까지의 격차를 좁히는데 한계가 있어 미래 바이오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삼성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 성공을 위해서는 사용편의성(지속형, 경구용 등) 및 효능개선, 부작용감소, 적응증 확대 등을 통한 차별성과 경쟁 약물이 출시되기 전 최대한 빠른 출시로 시장선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출시 타이밍, 생산 공정 개발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사용편의성·효능개선 등에 중점을 둔 차별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슈퍼바이오시밀러, 바이오베터 등으로 불리고 있는 개량생물의약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삼성이 그동안 착실히 바이오부문의 기반을 다져온 점과 상업성 및 잠재력을 충분히 고려해 바이오시밀러를 필두로 바이오제약 부문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과거 자동차사업 진출 실패와 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산업의 꽃인 바이오가 삼성그룹을 통해 국내에서 화려한 꽃과 결실을 거둘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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