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 4월 발표한 고혈압치료제 기등재평가결과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고혈압학회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제약협회, KRPIA 등 관련된 당사자들이 모두 심평원 평가결과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심평원은 이미 업계 의견수렴을 마쳤으며 이를 바탕으로 평가결과에 대한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분석작업이 완료되면 심평원은 약제급여심사평가위원회를 거쳐 복지부에 보고 후 고시될 예정이다. 오는 10월이면 고혈압치료제 기등재의약품 약가인하분이 고시될 전망인데 의약계 반발 속에 진행되고 있는 평가 전반에 대해 점검해 본다.

전체 평가대상 중 24.7%만 급여유지

지난 4월 심평원은 그동안 진행했던 고혈압치료제 기등재평가결과를 발표했다. 평가대상은 화이자의 노바스크와 한미약품의 아모디핀 등 칼슘채널차단제(CCB) 247 품목과 대웅제약의 올메텍, MSD의 코자 등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가 181품목이었다.

이들 고혈압치료제의 1일 소요비용은 최소 30원이었고 최대 977원으로 조사됐다. 고지혈증치료제 약가를 재산정할 때 적용한 ‘약값이 낮은 하위 25%의 기준값'은 215원으로 이를 바탕으로 전체 고혈압치료제의 약가를 215원이 적정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를 적용하면 전체 평가대상 832품목 중 228품목, 24.7%만이 급여가 유지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심평원은 이같은 약가인하로 인해 건강보험재정 1400억 원의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고혈압치료제에 대한 보험청구금액은 1조4천억 원정도로 전체 보험약제비 10조2237억 원의 10% 규모다. 이같은 약가인하는 국민의 약값부담 감소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이 같은 심평원의 평가가 대상 환자의 선정부터 잘못됐다며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상태이다.

‘심평원 평가 대상 환자부터 잘못됐다’

우선 심평원의 평가결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대한고혈압학회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심평원의 평가결과에 대한 의견서에서 단순 고혈압환자만을 선정한 연구라고 지적했다. 학회 의견서에 따르면 실제 고혈압환자는 대다수가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심평원 평가에서는 이를 배제했다는 것이다. 심평원은 단순한 고혈압환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임상적 효용성 평가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근거로 최근 종합병원과 일반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종합병원 1402명과 일반의원 10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동반질환이 없는 고혈압은 전체 42.2%이고 만성신장질환을 가진 고혈압환자는 51%를 차지했다.

또한 지난 2005년 제3차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고혈압환자 53.3%가 대상증후군 등을 동반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이다. 학회 측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제시하면서 심평원이 연구에서 인용한 2008년도 결과 동반질환이 없는 고혈압환자 74.6%는 동반질환이 없는 축소된 현실성 없는 데이터라고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 19일 ‘고혈압치료제의 임상효과에 대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이같은 심평원 평가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대한고혈압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뇌졸중학회 등의 학회 관계자들은 단순 고혈압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한 대한뇌졸중학회 구자성 보험이사는 뇌졸중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뇌졸중 일차 예방을 위해서는 특정한 종류의 항고혈압제 선택보다는 적절하게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별한 적응증이 없고 동일한 혈압강화 조건에서는 베타차단제보다 칼슘차단제나 레닌안지오텐신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심평원의 평가결과에서 고혈압 약제 간 차이가 없다고 한 결론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시장충격 최소화 방향으로 진행 가능

이런 가운데 제약업계도 심평원의 평가결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재평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제약협회와 KRPIA는 공동의견서를 통해 고혈압치료제의 다양하고 복잡한 효과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고혈압환자를 단순 고혈압환자로 가정하고 고혈압 약제의 계열 구분 없이 모든 약제가 대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동반질환 등의 환자 상태에 따라 고혈압 약제 처방이 결정돼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혈압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상혈압 유지를 통해 고혈압으로 발생하는 심혈관계 질환으로의 이환과 사망을 예방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부작용, 복약 순응도 등 다양한 평가지표를 고려하지 않고 혈압강하 효과만을 주지표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단 13편의 메타분석 논문만으로 고혈압 약제들간의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신뢰성과 타당성을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연구과정에 업계가 각 의약품과 관계된 중요한 문헌들을 제출했으나 제출한 중요한 참고문헌이 검토되지 않았고 연구과정에서 제출된 관련 단체의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약협회와 KRPIA는 “연구과정 및 결과에 이해당사자의 의견배제해 투명성이 결여되었다"며 “재평가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위 제약사에게 나쁘지만은 않다’

심평원의 평가결과 대로 약가인하가 진행될 경우 고혈압약 매출 비중이 높은 한미약품은 5%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LG생명과학도 4.9%, 대웅제약 4.8%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이같은 결과가 제약사들의 매출감소로 이어지면서 제약업계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심평원의 평가결과가 고시될 때까지는 전문가 토론회, 학회, 세미나와 심평원의 급여평가위원회 등의 일정이 남아있어 평가결과에 대한 변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고혈압치료제 기등재 평가결과에 따른 약가인하가 상위 제약사들에게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의 정보라 연구원은 “고혈압치료제 경제성 평가결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이지만 시장의 충격을 줄이는 최선을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영업환경 변화로 판관비를 줄이고 영업관행을 바꾸어 온 상위 제약사들에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부도 기등재목록정비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업계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안에서 절충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고혈압치료제 기등재목록정비에 대한 평가결과가 확정되기까지 아직 많은 단계들이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평가결과대로의 약가인하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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