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약업계가 리베이트 척결이라는 대내외적인 압박과 정부의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라는 약가제도 개선 장벽 앞에 방향 감각을 상실한 상태이다.

그러나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확고하다. 최근 발표된 ‘제약산업경쟁력방안’에 따르면 제약기업이 R&D에 투자할 경우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R&D활성화를 위한 2조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시장진출과 제약기업의 M&A도 정부에서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정부의 지원을 위해서는 제약업계의 리베이트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었다. 제약산업이 그동안 품질 경쟁 보다는 리베이트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복지부가 최근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를 주요 골자로 하는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를 입법예고하면서 제도시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쌍벌죄를 도입해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러한 제도가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수술할 수 있는 최선의 처방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업계가 무조건 반대 보다는 합리적인 방안 도출이 필요한 시기이다.

저가구매 인센티브 둘러싼 설왕설래

정부의 강경한 생각과 다르게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국제약협회 회장단의 사퇴는 물론, 한국다국적의약품산업협회도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건의료단체들도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는 합법적으로 리베이트를 인정하는 제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최근 종합병원들의 의약품 유찰사태가 발생하면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의 부작용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가 10월 이전에는 소급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적인 처방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보건의료단체들은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 시행과 관련해 제약업계와 복지부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 관계자는 “최근의 정부가 제약업계 CEO들과 정부 정책 담당자들로 구성된 제약발전협의체를 구성한 후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가 입법예고됐다”며 “제약업계와 어떤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등재의약품목록정비방안 시행이 연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10월 이후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가 시행된 후 기등재목록정비방안에 대한 평가작업이 연기되거나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만이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최선의 약가제도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4월 쌍벌죄 법안 처리 총력 다짐

현재 국회에 입법 발의된 쌍벌죄는 총 5건이다. 김희철 의원과 박은수 의원을 비롯해 최영희 의원, 전혜숙 의원, 손숙미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모두 쌍벌죄 법안을 발의했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법안은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제약업계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는 쌍벌죄 시행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반드시 쌍벌죄가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4월 중에는 법안 처리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안 처리가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이다.

품질로 승부 제약산업 변화 시기 도래

제약업계의 의약품 유통투명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제도적인 장치는 이미 거의 마련된 상태다.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을 경우 정부가 원하는 의약품 유통투명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제약업계가 이제는 예전과 같은 마케팅 방식으로는 산업을 지탱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두 제약산업이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약가거품을 빼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행할 것이 확실해 제약산업이 새로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제약업계의 체질개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GMP 선진화를 통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 혁신적인 신약이 아니라도 우수한 제너릭으로 내수에서 해외시장으로 시각을 돌리고, 글로벌제약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초기 단계부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약업계의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제약산업은 따듯했던 온실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 광야에서 각종 변수와 맞닥쳐 싸워 생존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으로 변신해야할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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