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가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의견 제시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을 발표했다.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를 주요 골자로 한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라는 약가제도를 새롭게 도입해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이번 정부 정책의 주요 취지다.

정부가 이번 제도와 관련해 3년이나 4년 후에는 안착이 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지만 이는 실효성이 없고 제도자체가 시장에서 작동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의 시행은 오는 10월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할 수는 없고 입증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동안 시행돼 왔던 실거래가상환제도의 경험과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에 대한 판단에 근거하면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약가의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근본적인 대책일 수 없다.

처방료와 조제료로 이미 약가마진 보장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를 도입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리베이트 근절에 있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 쌍벌죄, 내부공익포상금제도 등으로 미뤄보면 정부가 이번 정책을 통해 의약품 유통의 투명화를 이루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리베이트라는 것이 실제적인 약의 거래 관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복지부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리베이트가 제공된 부분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약가에 반영이 돼 있어 사후적으로는 이 리베이트가 적발됐을 때 약가인하와 처벌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매듭과 같이 얽혀있는 문제들이다. 이런 매듭을 풀기 위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럼에도 복지부는 병의원, 약국이 저가로 구매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유인책만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는 병원이 그동안 불법적으로 받았던 리베이트를 합법화하는데 불과하다.

의약분업은 약가마진을 인정해 주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처방료나 조제료를 이미 수가에서 보전해주고 있다. 이런 수가보전은 약가마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저가구매 소비자와 공유한다는 것 기만행위

그러나 복지부는 시장형실거래가를 도입하면서 그동안 약가마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가구매 유인책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조사결과에서도 나왔듯이 의약품 거래과정에서 다양한 리베이트 수단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둘러싼 가격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미 제약사는 병원에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 제약사간에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병원과 제약사의 이해가 일치해 가능한 높은 가격으로 신고하고 이를 신고가격대로 보상받아 그 중의 일부는 병원이 리베이트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제약사가 가져가는 구조이다.

이미 실거래가격이 평균적으로 기준 약가의 99%를 넘나드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통계수치는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이 규모에 상관없이 상한금액으로 의약품 실거래가를 신고하고 있는 현실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따라서 병원은 형식상으로는 저가구매의 유인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매우 강력한 저가구매의 유인을 가지고 있고 그 형태가 리베이트일 뿐이다.

그럼에도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를 병원·약국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면 그 혜택을 병원·약국과 환자가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처방료나 조제료를 통해 부담을 졌고 약가거품을 통해서도 부담을 졌다. 소비자들이 부담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로 구매할 경우 소비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하다.

쌍벌죄 강화ㆍ약가인하 폭 제한두지 말 것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와 함께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것은 쌍벌죄 조항이다. 쌍벌죄 조항은 제약업계도 이미 오래전부터 주장해왔고 국회도 여러 의원들이 입법발의를 한 상태이다.

그러나 복지부가 쌍벌죄 시행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복지부가 마련한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에 따르면 기존 자격정지 2월에서 1년으로 행정처분을 강화하고 수수금액의 5배 범위에서 과징금을 징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는 정부가 이루고자 하는 리베이트 근절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자격정지보다는 면허취소와 같은 강력한 법안이 마련돼야 하고 과징금 부분도 5배 보다는 30배로 확대해야 한다. 리베이트를 제공받게 되면 다시는 진료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복지부가 지난해 8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리베이트가 적발될 경우 약가인하 폭을 최대 20%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는데 동기부여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리베이트 적발 시 양벌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처벌의 수준도 일정규모 이상의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과 함께 의료인의 면허 취소, 제약사의 허가 취소 등으로 그 수위를 높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적발시 건강보험의 의약품 가격을 리베이트만큼 삭감해야 한다.

제약사 R&D투자 보전, 폐지돼야

무엇보다 복지부가 제약업계의 R&D활성화를 위해 투자수준에 따라 약가인하를 면제한다는 안은 삭제돼야 한다. 제약사의 R&D에 대한 보상은 특허권에 이미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장돼 있고 약가에도 반영됐다.

또한 제약사의 R&D비용에는 사실상 임상 의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마케팅 성격의 비용도 상당히 포함돼 있다. 제약사가 자신들의 매출 확대를 위해 투자하는 영업비용을 R&D비용으로 둔갑시키는 것이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제약사가 국내 임상시험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기 회사의 이익을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약가는 오리지널이든 제너릭이든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고 이것이 리베이트의 원천이 되고 있다. 원가에 비해 턱없이 높은 가격은 굳이 위험이 수반되는 R&D보다는 리베이트라는 확실한 수단을 선호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이 시행되면 제약사들은 판촉비용을 R&D비용으로 둔갑시킬 것이고 이는 건강보험 약제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다국적제약사들이 약가인하 60%를 적용받는 대상이 될 것이다.

정부의 안대로 제약사의 R&D비용을 건강보험료에서 보상해 준다면 제약사가 향후 개발하는 의약품 특허권은 건강보험공단이 가져야 한다. 이는 연구개발비를 건강보험료에서 투자했기 때문이며 그 소유권은 당연히 건강보험 가입자 대리인인 건강보험공단이 가져야 한다.

따라서 특허 만료 시 오리지널과 제네릭 가격 모두 외국처럼 특허만료 이전 가격의 15-30% 수준으로 낮춰, 제약사가 리베이트보다는 연구개발을 통해 성장하려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안과 같이 R&D투자수준이 높은 제약사에 대해 약가인하 시 면제해 주는 것은 특허권에 의해 독점판매권을 부여하고 이미 약가에도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맞지 않다.

실거래가 파악을 위한 감시시스템 구축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 시행으로 병원들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주고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은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 복지부가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실거래가격 파악을 위한 실사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에 복지부가 발표한 심평원 감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심평원은 그동안 제대로 된 실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심평원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심평원이 실사를 강화한다면 복지부가 원하는 리베이트 근절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한 의약품 실거래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감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복지부가 실거래가 파악을 위해 의약품유통정보센타의 기능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어떤 기전으로 작동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약품유통정보센타는 병의원에서 보고되는 의약품 신고가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병의원에서 의약품 가격을 제대로 신고하고 있는지, 이를 기반으로 의약품유통정보센타가 제대로 작동해 실거래가 파악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정부가 의약품유통정보센타를 통해 실거래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면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없다. 의약품유통정보센타를 통해 보고되는 의약품 가격 중 허위가격 신고를 파악해 제대로 가격 인하에 반영하면 된다.

그러나 정부가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를 만드는 것은 병의원들이 의약품유통정보센타에 제대로 된 가격을 신고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와 함께 현재 국공립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개입찰제도를 일반병원으로 확대하거나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을 거치지 않고 제약회사에 약제비를 직접 지불하는 직불제를 시행하는 것도 그 방안이다. 또 내부 ‘공익 신고 포상금 제도’를 적극 활용해 실거래가를 제보한 신고자에게 절감된 건강보험 재정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등의 인센티브 제도가 마련돼야만 실거래가 파악이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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