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제약산업의 이목은 조만간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강보험개혁 단일안에 집중돼 있다. 제약산업은 비용적 측면을 고려해 최초법안에서 공공보험(public option)안이 제외된 상원 통과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감사원(GAO)의 처방약 약가조사 보고서가 발표돼 법안 단일화 작업의 참고자료로 이용될 것으로 보여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이 현실적인 적정약가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연방정부의 약가협상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제약업계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약사들은 이미 작년 6월 의약품 약가인하정책의 일환으로 매년 수백만 달러의 세금 지원을 포함해 백악관 및 의회와 향후 10년간 800억 달러에 달하는 약제비를 절감키로 합의한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미 감사원의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2000년부터 2008년 사이 미국 내 브랜드 의약품의 약가 변동 사항을 살펴보고 현재 미국 제약시장의 상황을 진단해 본다.

처방의약품 약가 최대 10배 급등

미국 감사원이 최근 상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8년 사이 미국 내 일부 브랜드 의약품의 약가가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NS, 감염, 심혈관계 치료제의 약가 급등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현재 브랜드 처방의약품(FDA 승인 의약품으로 일반적으로 특허기간을 보유함) 사용으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환자들과 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특히 약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이상급등 현상에 주목했다. 

감사원은 브랜드 처방의약품의 약가 이상급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것을 의회로부터 요청 받았으며 약가 이상급등을 한차례 인상 시 100% 이상의 가격 상승으로 정의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감사결과 제형별 조사를 포함해 브랜드 의약품의 약가를 분석한 결과, 총 416개 품목의 브랜드 의약품의 약가가 100%에서 499%까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특히 몇몇 의약품의 경우 1,000% 이상 상승한 것도 포착된 것. 

또한 약가가 급등한 의약품의 90% 이상이 인상된 약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Red Book' 및 전문가 의견 수렴

이번 조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발표하는 미국 경제동향종합보고서인 ‘Red Book'을 참고한 것으로 ‘Red Book'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산하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기업인과 경제학자 등 경제전문가들의 의견과 각 지역의 산업생산활동, 소비동향, 물가, 노동시장상황 등 모든 경기지표를 조사·분석해 모은 책으로 매년 8차례 발표된다. 

또한 ‘Red Book'은 제품 포장규격(30, 60, 100정), 제형(정제, 주사제)에 따른 각각의 약가를 포함하고 있어 이번 조사도 브랜드 및 제형별로 진행됐다. 

감사원은 제약산업개요서(Red Book 포함) 및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2000년부터 2008년 사이 브랜드 처방의약품의 약가 이상급등 현황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또한 약가의 이상급등이 확인된 제품의 약물군을 분석하고 이상급등이 확인된 제품을 분석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도출했다.

416개 품목 약가 급등 포착

조사결과 2000년부터 2008년 사이 416개의 브랜드 의약품(같은 제품이라도 용량과 제형에 따라 독립제품으로 분류)의 약가 이상급등이 포착됐으며 조사결과 약가 급등이 나타난 416개 브랜드 의약품은 321개 브랜드 제품인 것이 확인됐다. 

또한 약가 이상급등이 확인된 브랜드 의약품은 시장에 출시된 전체 처방의약품의 0.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큰 폭의 약가 상승이 확인된 의약품 수는 2000년부터 2008년 사이 매년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상급등 현상이 포착된 대부분의 의약품의 인상 수준은 100%-499% 선으로 나타났으며 약가 이상급등이 확인된 브랜드 의약품의 90%가 인상된 약가를 유지하거나 또다시 약가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약가의 이상급등이 확인된 브랜드 의약품의 절반이상이 중추신경계(CNS), 항감염, 심혈관계 치료제 등의 약물군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상급등이 확인된 브랜드 의약품의 절반에 가까운 제품이 도매상 등에 판매돼 소분 또는 재포장돼 병원이나 약국에 재판매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러한 제품들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25 달러 이하의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 품목 중 일부는 전 치료과정에 사용될 경우 총 약가가 수천 달러에 달해 결국 약가 이상급등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등한 의약품 부족 및 경쟁제한

제약산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약가급등 현상은 치료학적으로 동등한 의약품의 부족과 경쟁 제한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쟁제품의 부족현상은 특허권과 독점판매권 및 해당 제품의 시장점유율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허권과 독점판매권은 일시적으로 시장경쟁을 제한해 해당 제약사가 R&D 비용 및 투자에 대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법적조치로, 약가급등이 확인된 브랜드 의약품의 33%가 특허권 보호기간 중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러한 권리가 다른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아 가격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것. 

또한 제조공정상의 문제점 발견 및 원료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 같은 특정 요인도 약가 이상급등의 한 요인으로 드러났다.

의약품 특허권 및 독점판매권

2008년 7월 진행된 의회의 합동경제위원회(Joint Economic Committee)에서 약가가 급등한 일부 처방의약품에 대해 약가 조절과 관련된 사항에 이목이 집중됐다. 

정부 주도로 약가인상을 조절하는 것은 환자들이 필요할 때 약가를 감당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때때로 병원과 정부의 보험정책 제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특허권과 독점판매권이라는 법적으로 용인된 방어수단을 갖고 있다.
제약업체들은 브랜드 처방의약품의 약가를 책정할 때 여러 요인을 고려하고 있지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점은 특허권 및 독점판매권이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그동안 투입한 비용의 회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특허권과 독점판매권은 일정기간 동안 해당 의약품에 대한 경쟁을 제한한다. 

신약 개발사는 20년의 특허권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일단 특허권이 인정되면 다른 제약사들의 제작, 사용, 판매가 금지된다. 

따라서 새로운 브랜드의약품 개발업체는 주성분에 대한 특허권을 획득하는데 주력하며 특허권이 인정되면 해당 브랜드 의약품의 제형과 구성 및 사용법 같은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브랜드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을 확보하면 제약사들은 FDA에 목표 적응증에 대한 승인을 요청한다. 독점판매권은 승인 의약품에 부여되며 특허권과 독립적이다. 

일반적으로 FDA 승인 의약품은 새로운 화학물질의 경우 5년, 기존에 승인된 물질에 대한 새로운 의약품은 3년, 제너릭은 180일, 희귀질환치료제(orphan drug)는 7년의 독점판매권이 보장된다. 따라서 보통 특허권과 독점판매권은 동시에 진행된다. 

게다가 현재 희귀질환치료용 브랜드의약품의 경우 7년간의 독점판매권 뿐만 아니라 최대 50%까지 임상관련 비용에 대한 세금 면제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받고 있다.

제약업계 산업모델의 변화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제약산업의 전통적인 사업모델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대형 제약사들이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블록버스터급 신약 출시를 위해 여러 약물들에 대한 R&D를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수익률이 높은 특정 치료분야나 치료제가 부족한 소수의 환자에 초점을 맞추고 R&D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약사간의 M&A와 유망 신약후보약물에 대한 라이센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신약을 생산하고 출시하는 회사의 수가 감소해 특정 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고 경쟁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형 제약사들은 수익률 및 성장률이 높은 특정 치료분야 및 유사 치료부문의 경쟁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인수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의약품 약가 책정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인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헬스케어 시장의 경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장의 경우 고객이 상품에 대한 적정 가격을 조절한다. 즉 회사가 제품의 가격을 올리면 고객은 그 제품에 대한 소비를 줄이며 결국 회사의 매출은 감소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 메커니즘이지만 제약산업의 경우 다르다는 것. 

헬스케어 시장의 경우 회사가 고객의 수요 방향 즉 가격 조절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의약품 가격을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약사가 적정가격 조절에 있어 환자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가 보험대상일 경우 일반적인 경제 메커니즘과 달리 수요가 가격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약가 책정 시 고려사항

제약산업 대표들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약사들은 약가를 책정할 때 여러 요인을 고려하고 있다. 

주로 경쟁 의약품과 비교한 상대적 가치, 혁신성과 안전성 등을 고려한 차이점, 대안 치료제 및 다른 치료 시 소요되는 기회비용, 적응증, 시장의 규모와 특성, R&D 및 생산, 마케팅 비용, 소비자 기대가격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는 적정 약가 유도를 위해 연방 독과점 방지법에 따라 제약사들의 대형 M&A로 인한 경쟁감소와 독점발생을 감시하고 있다. 

특히 제약사와 제너릭 업체간의 특허권 분쟁을 주목하고 있는데 이 경우 양사의 암묵적 거래(Pay-for-Delay)로 인해 제너릭 출시가 지연돼 막대한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규제당국은 약가급등 및 인상된 약가가 유지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제약사간의 가격담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너릭 출시 지연 조사

실제로 유럽위원회는 작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약사들이 제너릭 출시를 지연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왔다”고 지적하고 “특허권이 만료된 후 바로 제너릭이 출시될 경우 30억 유로(약 44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바 있다. 

미국의 경우도 최근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발표에 따르면 제약업계에 만연하고 있는 제너릭 업체와의 이면합의로 인해 제너릭 출시가 지연돼 약가인상을 부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 오리지널 제약사와 제너릭 업체사이의 제너릭 출시 지연 거래는 총 19건으로 나타났으며 그로 인해 제너릭 출시가 평균 17개월 지연돼 환자들과 당국에 해당 비용이 전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 론

미국 감사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치료학적으로 동등한 의약품(작용기전이 같은 제너릭 또는 다른 브랜드 의약품)의 부재와 제한된 경쟁이 약가 이상급등을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치료학적으로 동등한 의약품이 부족한 것은 특허권과 독점판매권 및 제한된 시장규모에 의한 것으로 규정했다.
특히 라이센싱 등의 약물 특허권 거래와 M&A가 제약시장의 경쟁을 약화시키고 치료제에 대한 선택권을 축소시켜 약가 급등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원료물질의 공급부족과 생산 차질도 약가 이상급등의 한 요인으로 지목됐으며 희귀치료제의 경우 경쟁 제품이 적어 약가 이상급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다른 제품보다 높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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