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제약업계는 불법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만성화된 고질적인 중병을 대수술하려는 힘겨운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불법 리베이트라는 증상이 워낙 중병이라 단순한 처방만으로는 끔적도 하지 않기 때문에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의 중대한 수술이라서 쉽게 결정할 수도, 그리고 실행에 옮길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자신의 임기 내에 의약계에 고질화된 리베이트를 척결하겠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가자 제약업계로서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위치에 이르렀다. 아직은 비리를 척결하려는 시작에 불과하지만 제약업계는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각오로 예년의 학습효과와는 다른 각오를 보이고 있다.

8월 1일 중요 전환점

제약협회를 중심으로 상반기부터 공정거래풍토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됐다.

오너 중심 회장체제로 전환한 제약협회는 연초부터 불공정거래 척결을 강조했지만 복지부가 리베이트와 약가인하를 연결시키는 제도개선을 추진하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제약협회는 정부의 유통 투명화 정책과 실행 계획을 제약업계에 올바로 전달하고 정책집행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 의약품 유통 부조리 근절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약사 영업총괄사장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각종 회의와 결의대회를 열면서 리베이트 척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6월에는 보건복지부와 EU상공회의소가 의약품 윤리경영 세미나를 개최하고 투명경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복지부가 8월 1일부터 의약품 리베이트 처벌법으로 불리는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고시(신의료기술등의결정및조정기준) 개정안을 시행함에 따라 제약회사가 요양기관이나 의료인에게 금전, 물품, 향응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최고 44%까지 해당 약제의 약값이 인하되게 됐다.

이에 제약협회는 긴급이사회까지 열고 이사 업체들이 솔선수범 해 리베이트 영업관행을 근절하고 불법 영업이 적발될 경우 철저한 고발정신을 발휘키로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전체 회원사들이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약협회와 KRPIA와 공동으로 마련한 ‘의약품 투명거래를 위한 자율협약’이 복지부의 승인을 받아 8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최종승인함으로써 앞으로 리베이트근절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先리베에트 제공 등 논란

8월1일부터 리베이트 처벌규정이 강화되자 이에 앞서 수개월분의 리베이트를 미리 제공하는 불법이 약업계를 또 한번 흔들었다.

제약사들이 8월1일부터는 의약사들에게 금품제공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미리 6개월에서 많게는 최고 1년분까지 리베이트를 선지불하고 있다는 소문이 제약업계 전반에 확산됐다.
일부 상위권 제약사들도 최소 6개월분을 지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소문이 무성히 제기되자 복지부는 8월 1일 이전에 제공한 리베이트라도 확인되면 약가인하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나왔다.
제약협회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다.

올 상반기에 한국파마와 코오롱제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조사를 받은데 이어 검찰로 이첩된 상태이며 최근에는 Y약품이 식약청 및 공정거래위원회의의 조사를 받았다.

또한 지난 9월말 제약협회로 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는 익명의 제보가 접수됐다. 8개 제약사 지방 소재 의료기관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FAX를 통해 제약협회로 제보된 것.

제보사건 이후 제약협회는 이들 업체에 대한 조사를 벌여 그 내용을 12월에 보건복지부로 통보 한 상태이다. 복지부는 제약협회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상세히 검토 한 후 혐의가 확인되면 검찰로 넘기는 한편 관련 제약사에 대해서는 약가를 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이다.

매출 상위권 제약사 중심으로 변화

지난 8월 1일부터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 대표들은 매월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공정거래확립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모임에서 제기되는 내용들이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지만 업계에서 제기는 각종 의혹을 점검해 보고 리베이트 척결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임 초반에는 특정 제약사들이 여전히 의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다는 의혹이 끊임없기 제기됐지만 11월 들어서는 이들 업체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제약업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니까 마음이 편하다”며 “앞으로 제약사들이 2-3년간은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 등을 감수하면서 리베이트와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제약사들이 매출감소를 직원들에게 문제 삼으면 리베이트 제공을 통한 매출 증대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도 영업에 따른 매출감소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회사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만 정상 영업을 전개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제약사 영업사원이 리베이트 부담에 못 이겨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면 회사에 더 큰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영업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든 칼자루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부터 변화되고 MR교육을 강화하는 방법만이 리베이트 위기에서 제약산업을 지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학습효과 아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나 또는 연례적으로 의약계 비리 척결은 주요 이슈였다. 때문에 처음엔 소리가 요란하게 리베이트 조사 등을 전개하다가 결국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유야무야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제약사들은 의약계 비리 척결은 결국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학습효과가 뇌리게 강하게 각인돼 있다. 이번 정부의 리베이트 척결 의지도 이런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는 제약사들도 일부 존재한다.

그러나 한 제약사 대표는 “그간의 학습효과를 제약사들이 버리지 않으면 더욱 큰 위기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의약계 리베이트 척결은 국민도 국회도 모두 원하고 있는 사안인데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냐”며 “이번 기회에 전체 약업계가 각성해 불법을 척결하려는 강한 의지와 실천을 보이지 않고 예전의 관행으로 돌아간다면 결국 타율적으로 제약업계가 크게 다치게 된다”면서 자율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이 대표의 지적 같이 제약업계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갖고 불공정거래 척결에 동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서 감지되고 있다.

분명 2009년이 제약업계에 있어 불공정거래관행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각종 금품제공 등 불법 척결은 단순이 약가인하 등 처벌 강화 등이 두려워서 보다는 국내 제약산업이 과도한 판촉 및 영업비용을 줄이고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 미래를 준비하는 선진 제약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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