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바이러스가 미국, 캐나다 등 북미대륙뿐만 아니라 유럽, 남미,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염력만 높고 감염 증상 강도는 약하다는 진단이 유력한 가운데 겨울이 시작되는 남반구 및 올 가을 북반구에 더욱 강력해진 버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 및 미국 등 각국 보건당국들도 심각한 상황으로 더욱 발전될 것을 대비하면서 예방백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단 이번 바이러스는 인간, 돼지, 조류의 바이러스가 복합된 신종 플루라는 점에서 그 특성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아직 이 바이러스의 발병력 및 전파 경로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

WHO에서는 지난 11일 이번 인플루엔자 판데믹 강도에 대한 평가를 발표했으며, 사이언스지에는 같은 날 멕시코를 중심으로 분석한 전염성 및 강도에 대한 초기 평가 연구가 발표됐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팀도 지난 7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온라인으로 미국에서의 확인 사례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통해 이번 신종 플루의 특성을 정리해 보았다.

인플루엔자 판데믹 강도 결정 요인

WHO는 지난 11일 발표한 ‘인플루엔자 판데믹 강도 평가’에서 현재 상태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전 판데믹 강도를 결정하는 요인들을 살펴보았다.

우선 인플루엔자로 인한 중증 질환 및 사망 사례 수자로 측정되는 판데믹 강도에는 바이러스 본래의 발병력(virulence)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다른 많은 요인들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또한 오늘날과 같이 이동성 및 상호의존성이 높은 사회에서는 처음에는 온화한 증상으로 시작해도 더욱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더욱이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될 때 바이러스의 발병력도 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바이러스 전염성

인플루엔자 판데믹은 완전히 새롭거나 사람들에서 최근에 널리 퍼지지 않았던 바이러스로 인해 유발돼 거의 모든 인구가 감염에 취약한 상태라는 특징을 지녔다. 또한 많은 수의 사람들이, 혹은 동시에 발병하게 되면서 의료서비스에도 과도하게 부담을 주면서 사회적·경제적으로도 파괴적이다.

바이러스의 전염성은 판데믹 강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특정 지역에서 짧은 시간 내에 아픈 사람 수 및 그로 인한 케어 수요를 증가시키기 때문. 아울러 전염성은 국가적 및 국제적 전파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너무 급속하게 전파될 경우 이에 대처할 정부 및 의료서비스 역량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판데믹은 주로 특정 연령층에 집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계절성 독감이 매우 나이가 적거나 많은 층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비해 경제적 생산성이 있는 연령인 젊은이들에서 질환과 사망이 집중될 경우는 사회 및 경제에 더 파괴적 영향을 줄 수 있다.

▶ 인구 취약성

모든 인구가 전반적으로 판데믹 인플루엔자에 취약하다는 것도 강도에 큰 역할을 한다. 심장질환, 고혈압, 천식, 당뇨병, 류마티스성 관절염 및 기타 중증 질환 등 이미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중증 혹은 치명적인 감염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 영양상태 등 다른 요인에 더해 이러한 질병들이 만연해있는 것이 판데믹 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후속 전파 경향

판데믹은 한 번 도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소 두 번, 때로는 세 번 전 세계적으로 순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이 판데믹의 전반적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여러 이유들로 인해 후속 전파의 강도는 일부 혹은 대부분 국가들에서 극적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8개 유전자 부분, 특히 haemagglutinin 유전자에서 빈번하고 예측불가능하게 변이가 발생하는데 후속 전파되는 과정에서 더욱 발병력이 커진 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전파 패턴이 달라지는 것도 후속 전파 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첫 번째에는 학생들에 주로 영향을 미쳤더라도 두 번째에는 취약성이 더 큰 노인들에서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판데믹을 살펴봐도 1918년엔 온화하게 시작했으나 6개월 내에 훨씬 더 치명적 형태로 다시 돌아왔다. 1957년 시작된 판데믹도 온화하게 나타났으나 다음에는 1918년 판데믹 보다는 훨씬 덜 심했지만 1차 보다는 좀 더 중증 형태로 돌아왔다.

1968년 판데믹의 경우는 첫 번째 도래 전에 산발적 사례가 나타나는 등 상대적으로 온화하게 시작했고 두 번째에도 대부분 국가들에서는 온화한 상태가 유지됐으나 일부 국가에서는 그렇지 못 했다.

▶ 국가별 대응 역량 차이

의료 서비스 질이 판데믹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의료체계가 확고한 국가들에서는 온화한 증상만 유발했던 바이러스가 의료체계가 약하고, 항생제 등 의약품 공급에 문제가 있으, 병원시설이 미흡한 국가들에서는 훨씬 심각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신종 바이러스 … 전염성 높지만 증상 온화

WHO는 현 상황을 지금까지 몇몇 국가의 제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해 H1N1 바이러스에 대해 파악한 것은 사전적 수준이라고 전제했다. 발병 초기 상황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더 전파될 때까지는 H1N1으로 인한 질환의 완전한 임상적 스펙트럼이 분명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현재는 멕시코 이외 지역에서는 온화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 역시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상황을 만든 H1N1 바이러스 변종은 이전에 사람이나 동물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바이러스이다. 아직 확고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존 면역이 낮거나 없고, 있더라도 노인층에만 한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1N1은 계절성 인플루엔자보다 더 전염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의 2차 공격률이 5-15%인데 비해 H1N1의 2차 공격률은 22-33%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멕시코에서 상황을 별개로 하면 H1N1 바이러스는 건강한 사람들에서 매우 가벼운 병을 유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멕시코 이외 지역에서는 거의 모든 질병 및 사망 사례가 만성적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서 나타났다.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로 발생했고 문서화도 가장 잘 돼 있는 멕시코 및 미국에서는 계절성 독감 유행 시보다 더 나이어린 인구층에서 영향을 받았다. 영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되기는 했지만 초기 발병에서는 젊은 환자들이 중증이나 치명적 감염을 겪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인구 취약성 면에서 이번 H1N1 바이러스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 더 중증이고 치명적으로 감염되는 경향을 보여 우려되고 있다. 지난 20세기 마지막 판데믹이 발생했던 1968년 이후 여러 이유에서 만성 질환 유병률이 극적으로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한때는 이러한 질환이 부유한 사회에서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됐었지만 지리적 분포 역시 극적으로 변했다.

현재는 만성 질환으로 인한 부담의 85%가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들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WHO의 추정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더 부유한 국가들에서 보다 만성질환의 평균 발병 연령이 더 이르다.

더욱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본래 돌연변이 된다는 점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바이러스가 계속 전파된다면 다른 요인들로 인해 현재 질환 패턴 강도가 바뀔 가능성도 크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이제 정상적 인플루엔자 시즌이 시작되는 남반구로 퍼져 현재 순환되고 있는 인간 바이러스와 만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H5N1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세계 일부 지역 가금류에서 확고하게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다. 판데믹 상황에서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 현재로서는 H5N1은 사람 간에는 쉽게 전파되지 않고 매우 드물게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직접 이동하는 동물 바이러스이다.

전체 인구 3분의 1 전염 가능성

런던제국대학의 Neil Ferguson 박사 연구팀은 지난 4월말까지의 멕시코 상황을 기반으로 해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변종의 판데믹 잠재력에 대해 예상하는 초기 연구를 11일자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신종 플루가 사람간에 쉽게 전파되는 완전한 판데믹이 될 잠재력이 있으며 향후 6-9개월 이내에 이 변종이 전 세계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제한된 자료로 판데믹 잠재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하면서 연구팀은 멕시코에서의 발생과 국제적 전파에 대한 초기 자료, 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을 분석함으로써 전달성(transmissibility)과 강도에 대한 초기 평가를 내렸다.

Ferguson 박사는 신종 플루의 임상적 강도에 대해 “이 바이러스가 대규모 사망을 초래할 것인지, 혹은 일반적 계절성 독감만큼의 치명성을 갖고 있는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하지만 멕시코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번 H1N1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2백만 명이 사망한 1957년 판데믹 바이러스 정도로 위험한 것으로 시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1918년 5천만 명 이상 사망자를 낸 1918년 스페인 플루 판데믹 때의 바이러스만큼은 치명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역학적 분석 결과 멕시코에서 지난 4월 말까지 사람 간 이동이 14-73세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신종 플루의 전달성은 계절성 독감보다는 확실히 더 높고 예전 판데믹 바이러스 때보다는 전달 속도 범위가 더 낮다는 것.

매년 계절성 독감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0%에 영향을 미치는데 신종 플루로 인해 평소 상황 보다 3배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추정이다. 즉 연구팀은 접촉하게 되는 사람 세 명 중 한 명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사망자 추정은 내리지 않았다.

지난 4월말까지 멕시코의 경우는 2만3천명(6천-3만2천)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 때까지 확인되거나 추정된 사망자 보고에 기반, 추정 치명률(CFR)은 0.4%(0.3-1.5%), 1천명 당 4명이 사망한 것으로 도출됐다.

Ferguson 박사는 “북반구에서 진짜 주요한 전염병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독감 시즌이 될 때까지는 전체적 영향력을 알 수 없을 것”이라며 “가을이 돼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파되기 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백신생산 전환에 대한 결정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18세 이하 절반 이상·잠복기 2-7일

지난 4월 15일과 17일 미국에서 역학적 연관성이 없는 환자 2명에서 신종 돼지유래 인플루엔자 A(H1N1) 바이러스(S-OIV)가 확인됐다. 이 바이러스와 같은 변종이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CDC 연구팀은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5일까지 미국 41개주에서 확인된 S-OIV 감염 사례 642건을 분석한 결과를 7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온라인으로 발표했다.

신종 플루에 감염된 사람들의 바이러스 표본은 CDC로 보내져 S-OIV에 대한 실시간 reverse-transcriptase-polymerase-chain-reaction 확인 테스트를 거쳤다.

감염 환자들의 연령대는 생후 3개월에서 81세였지만 환자의 60%는 18세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어린이 및 젊은 성인이 더 나이 많은 사람들에 비해 S-OIV 감염에 더 취약하거나 사회적 네트워크 차이로 인해 나이 많은 층에서 전염이 지연된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1918년에서 1957년까지 H1N1 바이러스가 있었던 시대에 살았던 노인들은 어느 정도의 교차 보호효과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환자들에서 18%는 최근 멕시코로 여행을 다녀왔고 16%는 S-OIV 감염이 발생한 학교 학생들이었다.

신규사례 확인이 계속되고 있어 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간 전염이 지속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추가 정보가 필요하긴 하지만 S-OIV 감염 잠복기는 2-7일로 추정된다.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난 증상은 해당 환자의 94%에서 나타난 열이었으며, 92%는 기침을, 66%는 목아픔을 겪었다. 환자들의 25%에서 설사가 있었으며 25%에서는 구토가 있었다.

입원상태를 알 수 있었던 399명 환자 중 9%에 해당되는 36명이 입원을 요했다. 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던 입원환자 22명 중 12명에는 중증 계절성 독감 위험 증가와 비슷한 특성이, 11명에서는 폐렴 증상이 있었다. 8명은 집중치료를 요했고 4명은 호흡기 부전을 겪었다. 2명은 사망했다(14일 기준 사망자 3명).

기존 SI 바이러스에 또 다른 변종 결합

S-OIV는 이전에 나타났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는 전혀 다른 고유한 유전체 구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가지 바이러스가 복합된(triple-reassortant)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간, 돼지 및 조류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1998년 이래로 돼지에서 나타났으며, 2005년부터 2009년까지 12건의 인간 감염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S-OIV는 이전에 인간이나 돼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에서 볼 수 없는 유전자 부분들이 결합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는 3종 결합 돼지 인플루엔자 A(H1) 바이러스와 유라시아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최근 결합돼 현재 사람 간에 전염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바이러스 그룹은 매우 다르게 행동하는데 3종 결합 돼지 인플루엔자 A(H1) 바이러스가 돼지에서 발견되고 때로 인간에 전염될 수도 있지만 사람에서 사람으로는 효율적으로 전파되지 못해온 반면, S-OIV는 현재 돼지들에서 전염병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사람간 전파력을 보여주면서 여러 국가들로 전파되고 있다.

두 바이러스 모두 1918년 인간 및 돼지에서 나타났던 H1 hemagglutinin 바이러스이며 그후 진화해와 갈라진 H1 바이러스이다. 아직도 1918년 판데믹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잔존물에 감염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1918년의 재현이 아니라 1918년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전적 및 표현형 분석결과 S-OIV는 neuraminidase 억제제인 oseltamivir(Tamiflu)와 zanamivir(Relenza)에 취약한 것으로 시사됐다. 하지만 항원적으로 2008-2008 독감 시즌에 나타났던 H1N1 변종과는 전혀 달라 이 시즌에 접종된 예방 백신으로는 신종 플루에 보호효과가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
S-OIV 변종은 백신 개발을 위한 卵유래 후보 변종이 될 잠재력이 확인됐으며 평가 및 추가 개발을 위해 제휴 실험실에 보내진 상태이다. 

WHO의 신종 플루 대처
- 4.25 국제적 경계 선언
- 4.26 판데믹 경계 3단계(사람-동물 전염 산발적 발생)로 상향
- 4.27 판데믹 경계 4단계(사람간 감염 지역사회 수준 발생)로 상향
- 4.29 판데믹 경계 5단계(한 지역 2개국 이상에서 사람간 감염)로 상향
- 5.14 독감백신 생산 전환 관련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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