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각의 예방 접종항목에 대한 평가가 전체 접종항목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과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비교 임상 시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예를 들면 홍역 한가지의 접종 사업의 계획과 실천이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과 같은 다른 예방가능 질환에 적용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일치를 보는 경우가 드물고, 우선 순위 결정의 착오, 예방접종 정책을 수립하는 전문가 사이에도 서로 다른 이견이 제시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근간에 국가 예방 접종 보장 사업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이 접종자와 피접종자,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 있으며 의료계, 특히 소아청소년과 개원의협의회에서 많은 토론과 이견이 전개되고 있다.
소아 무료접종사업 문제점
소아무료접종사업은 정부의 대국민 공약사업으로 보건소에서 일체의 모든 무료접종을 하지 않고 민간의료기관에게 위탁한다는 전제로 민간의료기관(소아과)을 설득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의료기관(보건소)에서 무료접종을 시행하는 경우 적은 비용이 들지만,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하면 현재 민간의료기관이 받고 있는 예방접종 수가대로 비용을 산출하게 되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며 정책 입안자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예산심의처는 민간의료기관 무료접종 위탁사업 예산 배정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질병관리본부는 예산책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약사업을 실행하여야만 하는 부담을 떠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애당초 민간의료기관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보건소 무료접종은 그냥 계속하면서 민간의료기관으로 하여금 할인접종을 유도하도록 지시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제안을 한다면 예산 확보와 함께 서로의 믿음을 보여 주면서 본래의 접종사업 원칙으로 돌아가 보건소는 예방접종 사업을 완전히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방접종의 가장 중요한 실행자인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와 소아과 학회는 소아과 전공의 과정 중에 수개월 동안 예방접종실에서 근무하면서 예방접종을 포함한 영양상담 및 육아지도까지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보건소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건소에서 예방접종 업무를 중단한다면 본연의 지역사회 건강 증진, 질병예방 보건 사업 등에 대하여 좀더 중심적 기능을 증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제안으로 국가 예방접종 백신은 국가에서 조달 공급하고 민간의료기관에서는 접종 행위료만을 받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접종 행위료는 현재 보험에서 인정하는 진찰료 수준을 상회해야 할 것이다. 행위료에 대한 조율이 매우 중요하고 또한 접종율을 높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소아 청소년 개원의와 학회는 예방 접종 약가에 관계없이 진찰료(행위료) 만으로 접종을 하도록 유도한다면 질병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접종율을 높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역학적 배경 고려한 접종 등 해법
국가예방접종 사업의 또 다른 중요한 사항으로 국가가 지정한 필수접종백신의 우선순위를 지적하고 싶다. 부족한 예산을 사용함에 있어 질병의 발생빈도와 사회적 부담 등을 고려해 우선 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효율성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3세 미만의 기초 예방접종율이 80-90% 이지만, 추가 예방접종율은 40-50% 이므로 추가 접종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되고 있다. 홍역과 볼거리의 유행을 차단할 목적을 우선한다면 당연히 MMR 백신 추가 접종을 전액 무료로 하는 것이 접종율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
또 다른 예로, 질병관리본부의 급성전염병 감시 연보에 따르면 수두의 발생이 2006년 11,027건, 2007년 20,284 건으로 보고됐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건강보험공단의 수두로 진료 받은 총진료 실인원에 대한 자료에 의하면, 2005년에 207,627건, 2006년에 179,500건, 2007년에 201,419건으로 매우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진료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간 수만 명씩 발생하는 수두 유행을 막기 위한 추가 접종을 포함한 수두접종을 무료로 시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최근 10여년간 발생환자가 한 건도 없는 디프테리아나 발생 증가가 뚜렷하지 않은 파상풍 예방을 위해 10세에 Td 추가 접종이나, 6세, 12세에 일본뇌염 추가접종 등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선순위가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학적인 배경을 근거로 하여 8종의 백신을 할인접종하기 보다는 몇 가지 백신을 완전 무료화 한다면 접종율은 거의 99%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으로 작금 예방접종 보장 사업의 경과를 보면 부족한 예산안에서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정해놓은 12세 연령을 4세 미만으로 줄이고, 8가지 필수 백신 보다는 역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질환인 MMR 및 수두 등에 대해 전액 무료로 접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나 역학적 상황을 살펴볼 때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이후에 예산이 확보되면 점차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접종 사업은 학술적으로 우리나라 예방 접종을 데이터화 할 수 있는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예방접종 백신의 선택 자율성
마지막 문제로서 예방접종약 선택의 자율성에 대한 의견이다.
국내에서 접종되는 약 50여 가지 이상의 백신제품 중에는 동일한 백신임에도 불구하고 제조회사가 달라 성분, 제조과정, 접종방법, 횟수, 가격 등이 다른 제품들이 있으며 이들 제품들은 효능과 안전성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접종의 용이성과 비용의 효율성 등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효율성의 저하와 일관성의 결여는 여러 회사에서의 경쟁적 백신수입과 허가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늦은 감이 있으나 백신 수입 허가에 대한 토의도 학계의 의견을 참고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현실은 비교 임상연구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더욱 우월하다고 입증되지 않는 한 특정 제품을 언급하거나 권장하지 않고 접종의 용이성이나 비용의 효율성, 접근성 등에 의하여 선택하는 의사와 부모의 의견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만일 국산 백신만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사용된다면 이러한 자유로운 백신 선택과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 질병관리본부는 특정 국산 백신 제품에 한해서만 비용을 인정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민간의료기관에 필수접종을 위탁하면서 접종의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제한하려 한다면 국가예방접종사업이 부적절한 방향으로 운영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비록 소아과 개원의의 대다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 협의회와 대한소아과학회도 정부의 시행 방안을 이해하면서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도출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소아청소년과 의사라면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개원의 협의회와 학회의 의견이 합쳐지지 않을 때 그 결과는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예방접종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위원회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전문가로 구성돼야 하며,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심의위원, 관련학회, 접종을 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 사회단체가 서로 의견을 수렴하고 그 내용은 공개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위원회의 위원수를 늘려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 되어야 하고, 지역별 대학별 안배가 고루 분포될 수 있도록 배정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가예방접종 무료사업의 목표는 접종율을 지금보다 더 높여 전염병 퇴치수준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정된 예산을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전염병을 대상으로 할인접종을 하기보다는 우선 순위에 따라 질병퇴치 수준의 접종율이 유지되도록 완전 무료 접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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