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싸고 효과 좋은 의약품을 위주로 급여함으로써 사회적 보험체계의 재정안정화를 기하려는 것이다. 비싼 약가는 의약품의 접근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기등재약의 목록정비는 지난 2006년 12월 29일 발표된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이다.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목표는 비용대비효과가 우수한 의약품을 국민들이 적정한 가격에 복용하게끔 하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의료비 중 약제비는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율은 약 15%나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전의 네거티브리스트 제도 하에서 특별한 문제점이 없으면 보험등재 및 약값이 결정되면서, 등재품목은 16000여개나 되고, 약값은 높게 형성되었고 (구)보건복지부는 이를개선 정비하기 위해 기등재약 목록정비를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하나로 내놓게 되었다. 기존의 기등재 보험약은 이미 급여목록약으로 한시적으로 인정한 후 2011년까지 평가를 통해서 목록정비와 가격합리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미 등재된 의약품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평가하여 목록을 정비하는 것이 약제비 적정화방안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누가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더불어, 이 후 등재될 신약의 비용효과성을 산출할 때의 비교기준이 기등재약이므로, 기등재약의 비용효과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신약의 급여여부 및 약가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점임은 확실하다.
기등재약 시범평가 전개과정과 문제점(고지혈증약 중심)
고지혈증 치료제 및 편두통치료제의 시범평가를 거친 후 나머지 효능군에 대한 목록정비를 2011년까지 시행한다는 ‘기등재의약품 목록 정비계획’이 2007년 4월 발표된 이후 편두통치료제의 경우, 2007년 7월부터 시범평가가 시작되었다. 평가완료는 12월 말에, 제약사에 대한 통보는 2008년 1월에 진행됐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5월 29일 고시됐으며 그의 시행은 7월 1일부터였다. 시범평가가 착수된 이후 1년 만에 직접적으로 약가인하라는 결과물을 도출했다. 편두통 치료제의 경우 4-10%의 인하율이 결정되었다.
고지혈증 치료제의 경우는 편두통 치료제 보다 늦은 2008년 5월경 평가를 완료하고 제약회사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고지혈증 치료제의 평가를 수행한 심평원의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은 평균 30%의 가격인하조치였다.
고지혈증 치료제의 1차적 목표를 심혈관계질환 예방을 삼고서 평가한 결과 스타틴 성분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고 스타틴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가인 심바스타틴을 기준으로 해 LDL-C 강하효과를 가격인하의 조건으로 삼게 되었다. 여러차례 약제급여 평가위원회의를 거쳐 급여탈락보다는 약가 인하 후 급여 유지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었다.
지난 2008년 5월 평가 만료 시에 심혈관계 예방 효과를 증명할 수 없었던 로수바스타틴과 피타바스타틴은 추후 자료제출을 전제로 평균 약가인하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었다. 이번 시범평가의 대상이 된 270개 고지혈증치료제의 한 해 총 청구액 규모는 3,400억원에 달하고 평가결과로 1년간의 재정절감액이 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혈증 시범평가에 대한 제약협회와 다국적 제약협회의 반발은 상당했다. 이들은 약효가 개선된 신약이 더 싸게 출시되는 것은 제약회사의 투자를 억제할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시범평가의 약가 인하를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아예 비급여로 전환하여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주장까지 하였다. 이들은 고지혈증 치료제의 평가결과를 철회하고 기등재약 평가를 잠정 중단하라는 요구에다, 의약품의 공급중단까지 얘기하는 성명까지 내기도 하였다.
한국제약협회와 다국적 제약협회의 다각적인 반발과 시간 끌기는 결과적으로 효과가 있었다. 기등재의약품의 평가결과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각 제약사에게 통보한 후 30일간의 기간 동안 이의신청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고지혈증치료제 시범평가에서는 제약사의 반발을 고려하여 그 기간을 두 배인 60일로 연장하였다. 또한 제약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두차례의 설명회와 공청회등을 개최했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도 수차례 개최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2008년 11월 12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최종 결과는 다시 한번 반전이 일어나는데 심바스타틴의 가중평균가인 838원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은 가격은 838원으로 맞추고 838원보다 낮은 가격을 인정하는 품목별 약가인하를 단행했다.
이와 함께 아토르바스타틴은 심바스타틴 20-40mg사이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심바스타틴 30mg을 비교함량으로 하여 916원으로 낮춘다. 최근의 심혈관계 예방효과가 증명된 로수바스타틴의 경우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표결 끝에 심바스타틴 60mg으로 비교용량을 설정했으나 제약회사의 심바스타틴40mg용량으로 자진 인하함에 따라 약가를 13.2% 낮추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시범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급여목록 정비 수준의 문제
이미 포지티브리스트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대부분 급여목록에 들어있는 의약품 수가 5,000가지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이미 16,000품목정도의 급여목록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기등재약 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적인 약제를 선택해 목록정비를 진행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범평가에 있어서는 경제성 평가를 통한 비용효과적인 약제가 선택된 후에 급여탈락을 하는 선택보다 그동안에 환자들이 계속 복용하였던 상황과 제약산업을 고려한 약가인하 후 급여 유지방향으로 정책이 선택되었다.
약가인하 후 급여유지라는 정책과 포지티브 리스트제도와 큰 문제가 없어 보이나 이번 고지혈증 치료제 평가를 수행하면서 문제점이 노출됐다.
심혈관계 1차지표인 심혈관계 예방효과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기에 원칙대로 한다면 심바스타틴을 제외한 나머지 스타틴 계열은 우선 급여제외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약가인하 후 급여유지라는 정책을 구사했기에 2차지표인 LDL-C강하효과를 살펴봄으로써 스타틴 대표함량간의 비교를 하게 되었고 얼마나 가격을 인하시킬 것인가로 쟁점이 넘어가면서 제약회사가 제출한 논문이 정당 하냐 심평원이 판단한 논문이 정당 하냐 등의 논쟁으로 흘러가게 되면서 국가의 정책적 판단은 어느덧 사라지게 되는 역설이 발생하게된 것이다.
원래의 포지티브리스트 제도를 구현한다는 의미에서 향후 본 평가에 들어간다면 기등재약 경제성 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적인 품목이나 성분군 만을 급여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품목은 급여탈락 시키고 급여목록에 들어오고 싶으면 다른 프로세스를 통하여 들어오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 약제 급여평가위원회의 문제
급평위는 크게 두 가지 잘못을 했다.
그 하나는 모순된 정책결정이다. 심혈관계예방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약물을 그동안 써왔다는 관례에 따라 지난 5월 로수바스타틴과 피타바스타틴을 보험약에서 퇴출하지 않는 정책적 판단을 한 행위가 있는 반면 아토르바스타틴 약물에 대해서는 해석상의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밀한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현재 시중에 나와 있지도 않은 심바스탄틴30mg을 비교용량으로 선택하는 우를 범했다.
두 번째로는 제약회사의 문제제기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던 것이다.
이미 고지혈증약에 대한 평가는 연초에 마무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의 회의와 결정 연기를 통해 사실상 약값 인하를 최대한 늦추려는 제약회사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토르바스타탄의 결정은 그 후 로수바스타틴의 가격결정에도 영향을 미쳐 제약회사의 자진인하결정이 없었다면 비교함량이 있지도 않은 심바스타틴 60mg으로 결정되었을 것이고 재정절감은 없었을 것이다.
급평위의 결정으로 애초의 목표하고자 했던 약제비 절감은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리피토 약물의 경우 심평원의 평가결과에 대한 빠른 판단이 있었다면 국민의 재정절감액은 1년에 240억이나 된다. 그러나 11월 결정으로 후퇴한 기준으로는 절감액이 56억 원으로 그 차액은 무려 184억원이나 된다.
다른 성분도 마찬가지이다. 로수바스타틴(크레스토)의 경우도 조속한 결정이 있었다면 절감액이 1년에 123억원이다. 그러나 급평위 결정으로 52억원의 절감액으로 축소되거나 아예 절감액이 없을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약을 판매하는 회사는 최소 71억원 최대 123억원의 이익을 고스란히 얻게 되었다.
결국 급평위의 결정으로 단 두성분에 대해서 255억원 - 307억원의 이익을 보전시켜 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보험의 영향을 살폈어야 할 급평위의 결정이 제약회사의 입장을 반영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 가격 결정의 문제
사실상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경제성 평가를 통해 급여여부를 판단하는 기구이지 약값을 얼마로 정하는 기구가 아니다.
따라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는 경제성 평가를 통한 결과를 리뷰할 수 있는 보건경제나 임상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국가의 지불능력이나 가입자의 재정상태를 고려한 정책적 판단을 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약제비 적정화방안에서 약가협상은 가입자의 이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공단에서 하기로 되어 있다.
이번 고지혈증 시범평가에서도 최종적으로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가에 대한 첨예한 문제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하다보니 다양한 가격기준이 논의되지 못하고 논란이 된 과학적 잣대만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상황이 연출되게 된 것이다.
향후에 본평가에 들어간다면 약제비 적정화방안 정신에 맞게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경제성 평가를 통해 급여유지 가능한 품목과 성분군을 선택하고 탈락하는 품목이나 성분군에 대한 약가인하를 통해 급여유지 할 수 있는 권한은 공단에게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일반 약가재평가와 다르게 목록정비를 위한 평가이니만큼 경제성 평가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약가나 우리가 지불할 수 있는 현황등 다른 가격기준도 같이 병행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 특허약 목록정비에 관한 사안
최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는 특허약의 경우 목록정비를 통하여 가격이 인하되고 특허가 만료되면 또 가격이 인하되는 이중의 가격인하를 가져온다며 정책보완을 요구했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도 이중으로 가격이 인하되는 것에 대한 정책보완을 복지부에 요구했다. 얼핏 보면 이중의 가격인하로 제약회사만 손해 보는 것 같은 것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특허만료로 인한 가격인하 기전과 목록정비로 인한 가격정비 기전은 서로 다른 프로세스이다.
기존의 약가제도가 불합리하고 A7국가를 가격비교 대상으로 삼았기에 약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 하에 내놓은 대안이 기등재약 목록정비이고 특허가 만료되어 제너릭 의약품이 시판되어도 가격인하 요인이 별로 없는 의약품 시장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 특허만료의약품 가격인하 기전이므로 서로 성격을 달리하는 기전이다.
다만 특허만료 기간과 기등재약 목록정비 기간이 겹쳐서 이중인하처럼 보일 뿐이다.
따라서 이미 기존의 제도 하에서 높은 약가를 누렸던 기득권에다가 특허로 인한 시장독점을 가진 특허의약품에 대해 시기가 겹치는 문제로 인하여 또다시 보완책을 마련해주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 론
보건복지가족부와 심사평가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기등재약 목록정비를 2011년까지 마칠 것을 여러 번에 걸쳐 강조했다.
그러나 시범평가 2성분군 만으로도 1년이 넘는 시간을 소비하였고 아직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본평가를 언제부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도 현재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2011년까지 기등재약 목록정비를 완료할 수 있는 것인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
시범평가를 진행하면서 정부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제약업계의 요구사항과 이의제기에 대하여 지나치리만치 받아주었다. 반면에 소비자 단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요구한 사항을 수용하는 것에는 인색했다.
기등재약목록정비를 하는 목적은 부풀려진 약값을 바로잡아 재정을 안정화시켜 보장성 확대를 이루고자 함이었다.
앞으로 본 평가에서는 수많은 성분군을 다루어야 하는데 정부는 본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시범평가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시민사회와 더욱 많은 소통을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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