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지재권 협상, 이제 접을 시기

87년 물질특허 도입 … 美 ‘슈퍼 301조’ 원인

“한국 관료들, 지적재산권 잘못 이해” 문제


한미 FTA 의약품분야 협상이 진전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한숨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특히 지적재산권 분야의 협상은 국내 제약 산업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남희섭(변리사) 한ㆍ미 FTA 저지 국민운동본부 지재권분야 공동대표가 최근 참여연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적재산권에 대한 변천사와 대응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한국 땅에서 지적재산권을 법학의 하나로 공부하거나 정책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 사회에 지적재산권이란 제도가 도입되고 전개되어 온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비관적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결론을 확신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한미 FTA 협상이다.

한국의 지적재산권 제도는 일제 강점기인 1908년 미국과 일본이 맺은 조약에 의해 강제로 시행되었다. 이 조약 제1조는 “일본국 정부는 특허권, 의장권 및 저작권에 관하여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법령을 이 조약의 시행과 동시에 한국에도 시행하며, 미국인에 대하여는 한일 양국 국민과 동일한 보호를 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법령을 강제로 시행 당하던 한국은 해방 후에도 일본법을 그대로 차용한 법제를 운영해 오다가, 1986년이 되면서 급격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공격적 일방주의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미국 통상법 301조는 ‘외국의 법ㆍ정책ㆍ관행이 미국의 통상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을 가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은 경우’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반드시 보복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1984년이 되면 외국의 법ㆍ정책ㆍ관행에 외국의 지적재산권 제도를 추가한다. 통상정책에 지적재산권을 연계한 것이다.

美 ‘슈퍼 301조’ 한국이 첫 희생양

이렇게 변화된 미국 통상정책의 첫 희생양은 한국이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1985년 한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에 대해 미국 통상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지시하고 USTR이 조사권을 발동하면서 한국은 미국과 본격적인 지적재산권 협상을 시작한다.

불과 10개월의 짧은 협상 기간을 거쳐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다. 국회 홈페이지에서 한국의 지적재산권 관련 법률들은 검색해보면, 모두 1986년 12월 31일에 전면 개정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바로 1986년에 미국의 통상압력에 한국이 굴복한 결과다.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이고, 외국인의 저작물을 차별 없이 보호한 것이나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저작권의 형태로 보호한 것도 이때가 시작이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한국 측 실무자조차 ‘방어밖에 없었던 협상’이라고 부르는 협상 결과에 대해 일본 동경대의 나카야마 교수는 “이것이 문명국 우방간의 협정인지 눈을 의심하게 될 지경이다. 이는 마치 전승국이 패전국으로부터 노획물을 독점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조롱에 가까운 비판을 하였다.

한국 내에서도 미국만을 위한 예외 조치에 대해 우리 통상외교의 실수라는 지적이 있었고, 양해각서에 포함되어 있던 미국 기업을 위한 의약품 특허의 소급 보호는 한국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도 ‘항복문서’로 통하기도 하였다.

1990년에 들어서면, 미국 주도로 만든 국제조약에 가입하기 위한 형태로 한국의 지적재산권 제도는 개정을 거듭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세계무역기구설립협정의 부속 협정으로 체결된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협정)’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저작권조약이다.

미국, 자국의 이익에만 혈안

미국이 FTA를 통해 지적재산권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2006년 3월에 발행된 세계무역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한해에만 미국이 지적재산권 로열티로 얻은 수입이 513억 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 지적재산권 로열티 수입이란 지적재산권 이용료를 말하는 것이므로, 지적재산권 상품 그 자체를 판매하여 얻은 수익까지 합하면, 미국이 지적재산권으로 얻는 수입은 로열티 수입의 수십 배에 달할 것이다.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로 허덕이는 미국 입장에서 지적재산권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이처럼 미국은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로 엄청난 이득을 보기 때문에, 미국 통상법에 FTA 지적재산권 협상의 목적을 상대국에게 미국법과 유사한 지적재산권 보호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05년 12월 미국의회 보고서도 FTA는 지적재산권 보호 확대로 미국의 이익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하며, 소프트웨어, 음악, 동영상, 의약품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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